'애플이 무엇을 해야 할까요?'라고 질문 한다면 '혁신을 보여줘 한다'거나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야 한다'라고 답하는 것이 다반사일 것입니다. 혹은 애플의 혁신이 줄었으니 '시장을 고착화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도 답할 수 있겠죠. 사실 우리는 답을 알지 못합니다. 답이라는 것은 결국에 애플이 내놓은 결과물이며, 애플은 어떤 선택이든 할 수 있도록 열려있기 때문에 단정할 수 없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그 답에 근접해 있는 사람에 귀를 기울일 수 있어야 합니다.
팀쿡의 말과 애플이 해야 할 일
팀쿡은 상당한 언변술사입니다. 무뚝뚝해보이지만 생각보다 능숙하게, 그것도 말이 많죠. 오히려 짧고 굵게 'NO!'라고 답하는 잡스보다 힌트를 얻기가 쉽습니다. 정확히는 힌트에 가까운 것입니다. 굉장히 확실하지 않으며 돌려말하기 때문입니다. 잡스가 아니라고 외치면 사람들은 '그렇구나~'고 생각했지만, 팀쿡의 말은 흘려들을 수 없을 만큼 많은 것을 담고 있습니다. 당연히 이에 대한 해설도 엇갈리기 마련입니다. 하지만 이런 해설들이 일정한 조율이 되기 시작하면 그것은 곧 어느수준의 답이 될 수 있습니다.
팀쿡의 얘기부터 들어봅시다.
팀쿡
먼저 지난 1월 23일, 실적 발표 때로 가봅시다. 팀쿡은 자기잠식(Cannibalization)에 대해 '자기잠식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그것은 기회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오히려 자신들이 하지 않으면 다른 업체가 할 것이기 때문에 제품에 연관짓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이미 아이폰이 아이팟을 잠식하고 있으며, 아이패드가 맥을 잠식하고 있지만 반대로 말하자면 아이폰과 아이패드라는 커다란 기회를 준 것이라는 겁니다.
팀쿡은 지난 화요일. 골드만삭스 컨퍼런스에서도 자가잠식에 대한 얘기를 합니다. '아이패드 미니가 성공적으로 판매되었지만, 순익에 영향을 준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아이패드를 출시했을 떄 사람들은 우리가 맥을 죽일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우리가 하지 않으면 다른 기업이 잠식할테고, 아이패드 경우, 윈도우 PC 시장이 거대하기 때문에 맥보다 더 먹을 것이 많다. 회사가 의사 결정을 하는데 있어 자기잠식을 생각하기 시작하면 그것은 끝이다.'고 자기잠식에 대한 견해를 밝혔습니다.
최근 논란이 되었던 저가폰에 대해선 어떤 입장을 보였을까요? '우리는 좋은 제품으로 간주되지 않는 것은 만들지 않을 것'이라며, '수년 동안 사람들이 $500나 $1000짜리 맥을 내놓지 않으냐고 질문했지만 우리는 오랜시간 고민한 결과 아이패드를 내놓았다.'고 답했습니다. 단순히 가격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는 제품을 구축하는 것이 애플의 전략이라는 것입니다.
이 답들은 상당히 중요합니다. 이는 '저가 아이폰과 더 큰 화면의 아이폰이 출시 될 것'이라는 의견들에 대한 답변들로 볼 수 있는데, 첫번째로 '자기잠식으로 인한 이들 제품에 출시 부정이 있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 수 있으며, 두번째로 '싸구려 저가 제품을 내놓지는 않을 것'이라는 힌트입니다. 두 제품을 출시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조건을 충족한다면 충분히 출시할 수 있다는 얘기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해 Fortune은 '팀쿡이 $339짜리 아이팟을 판매하다 지금은 $49짜리 아이팟 셔플을 살 수 있다는 말로 사람들이 다시 생각하도록 한 것은 그냥 싼 물건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더 저렴하지만 좋은 물건을 뜻한다. 물론 애플은 저렴한 아이폰을 만들 것이다.'며 팀쿡의 말이 저가 아이폰을 인정한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화면크기에 대해서도 덧붙였는데, 팀쿡은 골드만삭스 컨퍼런스에서 '차기 제품에 대해 말을 하진 않을 것이지만, 가장 뛰어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며, 이것은 단순히 수치만으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고 Fortune은 이것이 '출시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니라 출시 할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팀쿡이 했던 말과 Fortune의 그에 대한 해설입니다. 팀쿡은 매우 두리뭉실하게 얘기했으며, '그럴 수 있다'를 의미한다고 해석하는 것은 타당합니다. 질문들에 대해 뒷걸음치듯 답한데다 뻔뻔하지도 않았습니다. 오히려 적나라했고 드러나보였죠.
애플이 해야 할 일
하지만 우리는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서는 안될 것입니다. 좀 더 연관지어 바라볼 필요가 있죠.
'저가 제품을 출시할 수 있다', '자기잠식을 신경쓰지 않는다', '가격은 내리되 별도의 경험을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간단해보이지만 심히 어려운 이 얘기들을 해결하기 위해선 애플이 어떻게 해왔느냐를 생각해보아야 할 것입니다. 사람들은 애플이 넷북을 내놓아야 한다고 했지만 애플을 아이패드를 내놓았습니다. 정확히는 저렴한 맥북을 내놓기보단 가격은 낮추고 넷북과도 같은 컨셉의 맥보다는 가벼운 iOS를 사용한 제품을 내놓은 것입니다. 재미있게도 사람들은 아이패드가 맥을 잠식할 것이라고 얘기했으며, 또 아이폰과 아이팟터치를 잠식할 것이라 얘기했습니다. 아이폰보다 아이패드가 저렴하며 아이팟터치보다 더 큰 화면과 나은 사양을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아이패드보다 아이폰을 더 많이 소지했으며,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둘 다 소지하길 원했습니다, 그리고 아이패드를 태블릿의 왕자가 되었죠. 잠식을 두려워하지 않은 결과입니다.
아이패드 미니는 어떨까요? 아이패드 미니는 분명 아이패드를 잠식했습니다. 그나마 경쟁사들의 저가 제품들보다 높은 출고가를 책정한 덕분에 완벽한 자기잠식은 막을 수 있었지만, 어찌되었건 잠식한 것은 분명합니다. 그리고 이 또한 아이패드 뿐 아니라 아이폰과 아이팟 터치를 잠식할 것이라고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둘 다 소지하길 원했습니다. 나아가 9.7인치 아이패드도 함께 소지하길 원했죠. 이는 단순히 사고 싶다는 소비욕 때문일까?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적어도 팀쿡의 자기잠식에 대한 얘기의 진의는 알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하지 않으면 다른 회사가 할 것이다' 만약 애플이 아이패드 미니를 내놓지 않았다면, 많은 애플 사용자들을 신흥 패블릿 시장에 뺏겼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아이패드 미니를 소비하려는 욕구 때문이었건 어찌되었건 스스로 잠식하면서 그것을 억누를 수 있었습니다. 그것이 잠식의 결과입니다.
'애플이 패블릿을 내놓을 것이다?'
애플은 이미 스스로 잠식했으며, 아이패드 미니 사용자는 곧 아이폰을 소지하길 원할 것입니다. 오히려 기회고 나은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자기잠식이 아니라 자기잠식이 자신들의 제품에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충분히 반영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패블릿이 신흥시장이라고 얘기하기 전에 이런 잠식을 이뤄낼 수 있는지부터 고민하는 것이 우선될 것입니다.
저가 아이폰을 봅시다. 애플은 저가 $500짜리 맥북을 내놓는 대신 $499짜리 아이패드를 내놓았습니다. 가격을 낮췄을 뿐 아니라 태블릿이라는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역할도 했습니다. 그럼 질문을 던져봅니다.
'단순히 저렴해진 아이폰이 어떤 새로운 경험을 줄 수 있는데?'
팀쿡은 저가 아이폰 얘기를 하면서 아이폰4와 아이폰4S에 대해 언급합니다. 그는 두 제품의 가격이 낮아져 저렴하게 제공되고 있으며, 충분히 공급되지 못할만큼 팔린다고 말했습니다. 애플에게 있어 저가 '아이폰'은 여기서 끝입니다. 다만, 새로운 경험을 제공할 낮아진 가격의 제품이 나올 순 있겠죠. 예를 들면 얼마 전부터 소문이 돌기 시작한 '애플 스마트워치' 같은 것 말입니다. 분명합니다. 무선통신을 탑재한 전화기능의 스마트워치를 애플이 출시하면 사람들은 '아이폰을 잠식할 것'이라고 얘기할 것이 분명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정확히는 애플의 스마트워치를 구입하고 아이폰을 사거나 아이패드를 살 것입니다. 아이폰을 잠식할런지는 모르겠지만, 그것은 또 새로운 기회가 되고, 애플 전화기의 가격은 저렴해질 수 있습니다. 한가지 더, 새로운 경험도 제공될 수 있죠.
애플
팀쿡의 말이 위와 같은 해설을 100% 뜻한다고 필자는 보장하지 못합니다. 적어도 애플의 기본적인 전략 자체는 이해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그의 말만 보자면 말입니다. 그것이 의도였건 은연 중이었건 애플의 기본적인 전략의 뼈대라면 매우 중요한 힌트이며, 그것이 애플이 해야 할 일입니다.
팀쿡은 애플이 해야 할 일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필자가 보장하지 못하는 것은 해야 할 일을 하는 방법까지 알고 있다고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공부를 해야하는 것은 알고 있으나, 공부하는 방법을 모르는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덕분에 교과서를 완전히 외우려는 미련한 짓을 하거나 컨닝을 하려는 얍삽한 짓을 구상할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애플은 컨닝을 해야 할까요? 자신만의 공부 방법을 구상해야 할까요?
애플 스마트워치와 같은 소문은 애플의 전략을 잘 표현하고 있는 소문입니다. 좀 더 뒤로 가자면 아이패드도 그러했죠. 더 뒤로 가자면 아이폰이 있었고, 그 뒤에는 또 아이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들 제품은 애플 자신을 완전히 잠식하지 않았으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되었고, 다른 업체의 피처폰이나 PDA폰을 잠식하거나 넷북을 잠식하며 자신들의 영역만 확장했습니다. 스마트워치 또한 그런 위치에 있는 소문입니다. 물론 실패할 것이라는 얘기도 아이폰이나 아이패드와 별반 다르지 않죠.
'팀쿡의 말이 애플이 해야 할 일을 충분히 대변하는 답변이 되었는가?'
필자는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거기서 내다볼 수 있는 것은 더 넓은 시야이며, 그것을 좁히지 않을 때 비로소 '애플이 다시 혁신을 보여줬다'고 얘기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