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자 : 조성문] 2011년 9월 12일. TechCrunch Disrupt 첫째날. 이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아침 7시 50분, Caltrain 기차에 올라탔다. 샌프란시스코에 내려서 약 15분 거리. 9시가 가까워지자 많은 사람들이 행사장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시작 전부터 흥분되었다. Reid Hoffman(LinkedIn 창업자), Peter Thiel, Tom Conrad (Pandora 창업자) 등 이 동네 유명한 사람들을 직접 만날 수 있는데다, 많은 스타트업들의 데모를 볼 수 있기 때문이었다.
먼저 마이클 애링턴이 등장했다.
마이클의 간단한 인사말 후에 LinkedIn 창업자 리드 호프만(Reid Hoffman)이 등장했다. 항상 사진으로만 보아 왔는데 이렇게 직접 본 것은 처음이었다. 매우 부드러운 인상을 가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호프만이 공동 저작중인 곧 출시되는 책의 내용이 무엇인가, 트위터의 기업 가치가 제대로 매겨진 것인가, 그루폰(Groupon)은 성공할 것인가 등 다양한 주제에 대해 논의했는데, 마이클의 대중을 의식하지 않는 매우 솔직한 질문들이 인상적이었다. 자신이 투자자로 변신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직접적으로 질문하기도 했다.
Flipboard 창업자 Mike McCue와의 세션에 이어 판도라의 창업자인 Tom Conrad와 로비오의 창업자인 Andrew Stalbow의 대화가 이어졌다. 매일 총 3억분 가량 앵그리버드를 플레이한다고 한다.
재미있었던 세션은 "Office Hours with Paul Graham and Harj Tagger of Y Combinator" 였다. 행사 참석자 중에 추첨해서 Y Combinator 창업자이자 많은 창업자들의 훌륭한 멘토인 폴 그래험이 6분의 시간동안 스타트업에게 조언을 해주는 시간이다. 6개 회사가 뽑혀서 나왔는데, 아주 날카로운 질문들을 통해 1분여만에 제품이 무엇인지, 고객은 어떤 사람들인지 등을 파악해내는 것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6분만에 많은 내용을 뽑아내었고, 그것을 통해 실질적인 조언을 해주었다.
행사가 열리는 동안 바깥에서는 많은 스타트업들이 나와서 데모를 하고 있었다. 창업자들이 이렇게 직접 나와서 자신의 아이디어를 열정적으로 설명하는 것을 듣고 질문을 던지는 것은 참으로 흥미롭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것은 http://explorer.io/였는데, 창업자 자신이 그 분야에서 일했던 경력이 있었기 때문에 무엇이 필요한지 알고 있었고, 서비스가 진짜 가치를 주기 때문이다. 아웃도어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자기가 했던 하이킹이나 스포츠 등을 정리해서 올리면, 이런 정보를 분석해서 브랜드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해주는 서비스이다.
오후엔 TechCrunch Battlefield라는 행사가 열렸다. 경쟁을 통해 선정된 스타트업들이 무대 앞에 나와 자신의 아이디어를 설명하고, 벤처 투자자 등으로부터 질문을 받고 사람들에게 평가받는 시간이다. 내가 재미있다고 생각했던 아이디어는 아래와 같다.
1. Tanara
전에 트위터에서 아이패드를 피아노 악보 용도로 쓰면 유용하다고 했더니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거기에 더불어 연주할 때 악보가 자동으로 넘어가는 기능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는데, Tanara가 정확히 그것을 구현했다. 실제로 악기를 가지고 나와서, 그리고 오케스트라를 데리고 나와서 연주하며 시연한 것이 인상적이었다.
2. CakeHealth
건강/의료 관련 기록을 'piece of cake'처럼 관리할 수 있게 해준다는 아이디어이다. 의료 기록을 사진 찍어서 전송하기만 하면 자동으로 인식되어 기록되고, 연말까지 보험에서 커버되는 의료비가 얼마나 남았는지 한 눈에 보고 관리할 수 있게 해준다. 미국의 복잡한 보험 시스템을 생각하면 충분히 의미가 있는 시도라고 생각한다. Intuit에 성공적으로 매각된 Mint.com과 아이디어나 인터페이스가 유사했다.
3. Pressly
기존 웹사이트를 타블렛에서 보기 쉽게 바꾸어주는 기술이다. 물론 인상적이고 유용한 기술이지만 크게 성공할 것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현재 웹 페이지만 가지고 있고 아이패드 앱이 없는 회사들은 관심을 가지겠지만, 결국 일시적인 필요에 불과할 것이고, 요즘 사실 컨텐츠는 플립보드 등을 통해 많이 소비되고 있으므로 Pressly같은 엔진의 유용성이 덜하게 된다.
4. Bitcasa
어떤 사진이든 모두 클라우드에 저장해놓고 관리하기 쉽게 해주는 기술이다. 멋진 유저 인터페이스가 인상적이었고, 다른 사람과 사진 공유가 매우 쉽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하지만 내가 이걸 이용하게 되지는 않을 것 같다. 이미 현재 존재하는 앱들을 이용해서 잘 관리하고 있는데다, 모든 사진이 다 클라우드에 올라가는 것은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5. Shaker
이스라엘에서 온 스타트업이다. 사람들끼리 만나는 장소를 제공해주는 페이스북용 애플리케이션인데, 그래픽이 재미있었고, 컨셉도 좋았다. 출시한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이용하고 있다고 한다.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정말 유명한 사람들을 모두 한 자리에 데려다놓은 테크크런치의 힘도 대단했지만, 이런 이벤트에 기꺼이 많은 돈을 주고 참석한 스타트업 및 참석자들 숫자가 매우 크다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스타트업 중에 샌프란시스코에 베이스를 둔 곳이 많았고, 유럽, 아시아 등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날아와 참석했다. 세상에 얼마나 많은 스타트업들이 존재하고 있고, 이들이 어떤 영역에서 어떤 가치를 제공해주며 시장에서 싸우고 있는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는 기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