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컨퍼런스 관계로 최근 LA에 출장을 가게 된 적이 있었다. LA에 만나게 된 대부분의 창업자들 역시 초기 투자 유치에 대한 관심이 많이 있었지만, 실리콘벨리에서 보편화된 초기 투자 방식인 컨버터블 노트(Convertible Note, 미국식 무보증전환사채를 의미한다. 엔젤투자에 자주 사용되는 투자 방식으로, 나중에 기관투자자가 가격을 정해서 투자가 들어올 때 밸류에이션이 정해지되, 미리 그 기업가치의 상한(Cap)을 정해두는 것)에 대해 생소해 하거나, 배경지식이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최근 한국으로부터 말을 건네온 창업자 역시 한국의 스타트업 문화에서도 '컨버터블 노트'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고 언급하였다.
컨버터블 노트가 시드 단계에서 투자의 방식으로 '진리'는 아니겠지만, 그 득과 실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가 있다면, 스타트업이라는 거대한 항해를 준비하는 당신에게, 중요한 도움이 될 것이다. 우선, 전통적인 투자 단계의 특성에 대해 간단히 알아보고, 컨버터블 노트의 기본적인 개념과 Cap과 Discount의 의미에 대해 이해해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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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인 투자의 단계
시드단계(Seed round) : 엔젤투자자들이 투자를 하는 단계를 의미하며, 엔젤 라운드라고 불리기도 한다. 대부분 이 펀딩의 단계에서는 50만달러 이하의 투자가 진행되며, 스타트업은 창업 아이템의 수요를 검증하며, 비지니스 모델을 수정, 보완하는 단계이다. 스타트업들의 1%미만이 시드 단계에서 투자를 받게 된다.
시리즈 A(Series A) : 당신의 첫 공식 벤처 캐피탈 자금을 의미한다. (시드 단계에서 부터의) 몇몇의 엔젤 투자자, 혹은 VC들이 이 단계에 참여할 것이며, 300만 달러에서 1,000만 달러 규모가 될 것이다. 이 단계에서 자금은 당신의 비지를 확장하기 위해 사용되며, 10%이하의 시드 단계 회사가 시리즈A로 진출하게 된다.
시리즈 B(Series B) : 이 정도까지 이루었다면, 당신은 엘리트 중에 엘리트라고 볼 수 있겠다. 이 때 부터는 필자의 특별한 조언이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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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p Vs. Discount
실리콘벨리에서는 거의 컨버터블노트(Convertible note, 미국식 무보증 전환사채)로 초기 투자가 이루어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컨버터블 노트는 실리콘벨리의 스타트업에게는 익숙한 시드 단계의 펀딩의 한 종류이다. 기본적으로는 전환가능한 조약이 포함된 차용 계약 (loan agreement)라고 볼 수 있는 데, 간단히 이야기하면, 투자가가 회사에 돈을 빌려주는 계약으로서 상환기간과 이자율이 명시되어 있다. 다만 이와 같은 계약의 주 목적은 회사채권과 같이 나중에 이자를 쳐서 돈을 돌려 받기 보다는 이후에 이루어질 투자 라운드때 해당 회사의 주식을 취득하기 위함을 그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같은 컨버터블 노트를 엔젤 투자자가 선호하는 이유는 초기 상태에서 회사의 가치인 벨류에이션 valuation 을 상정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창업한 지 3개월된 회사에 엔젤투자자가 5천만원을 투자한다고 가정해 보자. 그 댓가로 얼마만큼의 지분을 획득할 것인가? 매출, 혹은 BM에 대한 구체적인 숫자들이 없는 상황에서 지분의 가치를 상정하는 과정은 창업자와 엔젤투자자 모두에게, 어려운 과제이며, 그 측정 또한 주관적인 판단에 기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단 돈 투자는 지금 하되, 회사 가치 및 그에 따른 지분 가치는 나중에 회사의 서비스나 제품이 시장에서 검증되고, 대형 벤처투자자들이 투자를 결정하였을 때, 그들이 산정해 주는 가치를 따르자는 것이 컨버터블 노트를 사용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Valuation Cap
이를 벨류에이션 캡 valuation cap이라는 개념과 함께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자. 캡은 말 그대로 뚜껑, 또는 상한선이라고 볼 수 있다. 위에서 이야기한대로 컨버터블 노트는 회사에 빌려준 금액이 나중에 주식으로 전환되는 것인데, 밸류에이션 캡을 적용한다는 것은 나중에 회사 밸류에이션이 올라가더라도, 컨버터블 노트로 투자한 투자가들에 한해서는 투자금이 주식으로 전환되는데 있어서 "마치" 회사 가치가 캡에서 정의된 금액인 것처럼 보자는 얘기와 유사하다. 그래서 밸류에이션 캡은 거의 밸류에이션과 유사하다고 볼수도 있다.
투자가가 당신의 회사에 5천만원을 컨버터블 노트로 투자하기로 했다고 가정해 보자. 그리고 투자 조건에 밸류에이션 캡을 50억원으로 정했다. 말 그대로 컨버터블 노트는 빌려준 금액이니까 현재 취득된 지분은 없다. 6개월 뒤, 회사가 잘 되서 한 벤처캐피털에서 회사에 200억원의 기업가치(pre-money valuation)로 투자하기로 결정을 했다. 이제 먼저 컨버터블 노트로 투자된 금액 (+ 이자도 포함되지만 계산 편의상 생략) 이 주식으로 전환될 타임이다. 그런데 위에서 이야기한대로 50억원의 밸류에이션 캡이 있다는 이야기는 회사의 현재 산정된 밸류에이션이 200억이지만 먼저 들어온 투자가에 대해서는 "마치" 50억원인것처럼 주식으로 전환된다는 이야기다. 주당 단가와 취득 주식수로 계산하면 이해하기 쉽다. 회사의 발행 주식수를 100만주라고 해보자. 이제 VC에서 산정해준 회사의 밸류가 200억이므로, 이 시점에서 주당 단가는 2만원 (200억원 / 100만주) 이다. 그러면 이 시점에서 만일 VC가 20억원을 투자하면, 주당 단가가 2만원이니까 10만주를 획득하게 된다. 하지만 앞서 50억원의 밸류에이션 캡에 5천만원을 투자했던 투자가는 "마치" 회사 밸류가 50억원인것처럼 (즉 "마치" 주당 단가가 5천원인것처럼) 주식 전환을 경험하게 된다. 따라서 주당가격 2만원에 들어오는 투자가에 비해서 동일한 투자금액 대비 4배 많은 (주당 2만원 대비 주당 5천원) 주식수를 획득하게 된다. 5천만원을 투자했던 투자가는 현재 주당단가인 2만원을 적용했을 때 취득할 수 있는 주식 수 (2500주) 에 비해서 4배 많은 주식수인 10,000 주를 획득하게 된다. 그러면 현재 주당 가격이 2만원이니까, 주식으로 전환된 10,000주는 2억원에 해당하는 것이고, 따라서 투자 원금 (5천만원) 에 비해 1억 5천만원 또는 300% (1억 5천만원 순수익 / 5천만원 투자금액) 의 장부상 순익을 거두는 셈이다.
Valuation Discount
또한 밸류에이션 캡 외에 discount라는 개념도 있다. 이를테면 20%의 디스카운트를 적용한다는 것은, 컨버터블 노트로 투자된 금액이 주식으로 전환될 때, 나중에 들어오는 투자가에 비해 20% 낮은 (디스카운트된) 주당 가격으로 주식을 취득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예를 들어 나중에 들어오는 VC가 주당 2만원에 들어온다면, 20% 디스카운트를 적용하면 주당 16,000 원이므로, 동일한 금액대비 25% 많은 수의 주식을 취득하게 된다. (예를 들어 4천만원을 투자했을 때 주당가격 2만원은 2000주 획득, 주당가격 16000원은 2500주 획득). 따라서 먼저 들어온 투자가가 나중에 들어온 투자가에 비해서 25% 많은 주식 수를 획득하게 되고 대략 25% 장부상 이익이 생기는 셈이다.
Cap 이 있는 Convertible Note 가 투자자나 Entrepreneur 모두에게 꽤 합리적인 seed money 투자 방법이라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는 것이고, 실제로 많은 seed stage 투자가 이러한 방식으로 이루어져왔다. Convertible Note가 Seed 투자 용으로 자주 애용되는 이유는 절차 및 법적 관계의 간편함도 한 몫한다. 호창성 문지원 대표의 Viki.com이라는 서비스 역시 convertable note를 통해 시드 투자를 유치하였는 데, 투자 결정이 파트너 회의에서 내려지자 마자 1시간 뒤에 VC 에서 A4 지 한장짜리 계약서를 가져오더니 싸인하라고 내밀었으며, 그리고 그 다음날 통장에 25만불이 입금되었다고 한다.
밸류에이션 캡과 디스카운트는 보통 둘다 적용되지는 않는다. 따라서 회사의 밸류에이션이 빠르게 성장하는 회사일수록 디스카운트 개념보다는 밸류에이션 캡이 더 중요한 개념이 된다. 위에서 보았듯 만일 50억원 밸류에이션 캡을 가진 회사가 200억원 밸류에이션으로 VC 투자를 받을 경우 밸류에이션 캡에 따라서는 300% 장부상 이익이, 디스카운트에 따라서는 25% 장부상 이익이 발생한다. 따라서 이 경우 밸류에이션 캡이 훨씬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 하지만 다음 라운드때 산정되는 밸류에이션이 크게 증가하지 않으면 밸류에이션 캡보다 디스카운트가 더 유리하게 작용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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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 combinator의 폴 그레험은 여러분이 Cap이 높은 Convertible Note로 투자를 받았다면, 이제 당신은 실제 밸류와 당신의 Cap과의 차이를 보게 될 수도 있다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당신이 본격적으로 (가격이 정해진) 기관투자자로 투자를 받을 때, 그 기업가치가 당신의 Cap보다 낮을 수도 있으니, 기관투자자들과 얘기를 할 때 Cap에 대해서는 강조하지 않는 것이 좋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폴 그레험은 Cap or Discount에 대한 고민 보다는 투자 유치 후에는 앞으로 투자를 받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행동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렇게 하는 것이 추가 자금 유치를 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접근은 투자 환경이 악화되었을 때 훨씬 큰 의미를 지니게 된다. 많은 자금을 좋은 조건으로 유치하고, 돈을 흥청망청 쓰고, 회사의 수익성에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던 그런 회사들. 이런 회사들은 투자시장이 얼어붙으면 망가지기 마련이다. 이런 종류의 스타트업이 되지 말자. 만일 당신 회사가 자금을 많이 유치하였다면 쓰지 말이야 한다 자금이 더 빨리 떨어지기 때문만이 아니라, 돈을 많이 쓰게 되면 이런 불황기에 버티기 힘든 회사 체질로 변모하기 때문이다.
파이낸싱에 대한 질문이 있다면, 먼저 변호사와 상의해야 하겠지만, 일반적인 질문이라면, 필자가 도움을 줄 수 있다. 아래의 댓글란을 이용해 보도록 하자.
(본 번역은 생소한 용어에 대한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하여, 타파스틱의 김창원대표의 블로그 http://www.memoriesreloaded.net/와 빙글의 호창성/문지원 대표의 블로그 http://startupdiary.net/의 글을 인용하였음을 밝혀 둡니다.)
KarFarm의 윤태양대표가 영어로 쓴 글을 최현석기자가 번역하고 Sedona Lee 님이 편집해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