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시장애서의 정책 변경은 큰 반향을 일으키곤 합니다. 고착화되지 않은 시장이고, 계속해서 신기술과 서비스가 쏟아지는 시장이기에 정책을 마련해도 비뚤어지거나 한쪽으로 완전히 기울거나 혹은 무명무실 해지기도 하며, 새로운 정책 탓에 기존 시장의 판도가 금세 뒤바뀌기도 합니다. 고착화 된 사회에서의 천천히 변화하는 모습과는 다른 양상이 벌어지곤 하죠.
카카오 게임 정책 변경의 의미
애니팡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을 당시 아이폰 유저들은 '아이폰용 애니팡은 언제나오나~'며 목빠지게 기다렸습니다. 이후 드래곤플라이트가 인기몰이를 했지만 여전히 아이폰 유저들은 '카카오 연동 버전은 언제나오나~'며 기다리기만 했습니다. 입소문을 타고 화제만발이었던 '다함께 차차차와 활은 여전히 아이폰용은 출시되지 않았습니다.
이에 카카오는 새로운 정책을 내놓았습니다.
카카오 게임 정책 변경
카카오는 3월 12일 이후 카카오 게임 플랫폼을 통해 게임을 출시할 경우 iOS 버전과 안드로이드 버전을 동시에 출시하도록 권고했습니다. 그간 안드로이드에 치중해 있던 카카오 게임 출시에 iOS 유저 입장에서는 반길만한 것이며, iOS유저와 함께 게임을 즐기지 못했던 안드로이드 유저들도 같은 시기에 어울릴 수 있는 정책이 마련된 것입니다.
카카오가 새로운 정책을 내놓자 유저들과 업계의 반응이 엇갈렸는데, 유저들은 카카오가 옳은 선택을 했다는 의견이 대부분인 반면, 업계는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의견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카카오톡을 통한 계정 연결로 소셜을 표방하고 있는터라 국내 비중이 높은 안드로이드를 먼저 출시한 뒤 안정화를 이뤄내고 인력 보급과 운영을 시작하는 것이 좋은데 동시에 출시하게 되면 그에 따른 어려움을 발생한다는 것입니다.
어찌되었건 카카오는 강행 할 예정이고 필자는 전적으로 카카오의 이런 정책을 환영합니다. 단순히 유저의 편의때문만이 이유는 아닙니다.
의미
카카오의 이런 정책에 업계의 반응에 불만이 나오는 것은 카카오 게임이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는 것입니다. 대박을 노린 업체들이 줄줄이 카카오 게임 플랫폼에 입성하길 원하며, 그것이 빈수레가 아니라는 것은 연이은 성공 보장이 증명해주고 있습니다. 때문에 카카오가 정책을 변경한다는 것은 카카오에 입성하고자 하는 업체들은 필수적으로 따라야 한다는 얘기가 됩니다.
이는 산업 전반에 영향을 줄 수 있을만큼 큽니다. 카카오가 국내 최대의 모바일 플랫폼이 됨에 따라 웹에서의 네이버와 같은 입지에 놓이게 되었습니다. 네이버를 생각해봅시다. 네이버는 익스플로러와 윈도우를 기준으로 서비스를 진행했습니다. 물론 네이버가 시작했을 당시 맥이나 리눅스의 환경을 지원할만한 이유가 없던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네이버가 점유율이 낮더라도 선두적으로 맥과 리눅스, 타 브라우저를 지원하는 환경으로 발전했다면 현잭 국내 웹 환경이 달리 변했을지 모를 일입니다. 카카오의 플랫폼이 안드로이드에 집중하게 되면 당연히 iOS의 생태계적 입지는 줄어들 것입니다. 두꺼운 팬층을 확보하고는 있지만 전반적인 산업의 구도는 계속해서 안드로이드에 편향되게 되겠죠. iOS는 아웃사이더가 되게 됩니다.
한쪽으로 편향 된 것이 좋지 않다는 점은 이미 경험하고 있습니다. 의도적인 것은 아니었으나, 액티브X가 활발해지면서 정책적으로 변하게 되었고, 윈도우 환경에 고립되더니 개발 시장도 집중되었습니다. 물론 모든 원인을 액티브X로 꼽자는 것은 아닙니다. 일부 반영되었다는 얘기입니다. 개발자 환경도 봅시다. 한쪽으로 편향되다보니 인력 시장에서는 다양성에 중점을 둔 인력이 아니라 값싸고 활용만 할 수 있다면 가져다 쓰는 식이 되었고, 교육과정도 산업에 빠르게 투입 될 수 있는 쪽으로 흘러갔습니다. 플래시나 자바만 보더라도 그렇습니다. 윈도우PC에 게임시장이 편중되다보니 대중에게 콘솔 게임시장은 완전히 망했으며, 균형이 이뤄지지 못하니 MS가 PC방을 상대로 횡포를 부리는 일도 발생했습니다. 분명히 다시 한번 언급하지만, 모든 원흉이 저기 한 곳에 있다는 것이 아니며 한쪽으로 몰렸을 경우의 문제점에 대해서 얘기하는 바입니다.
만약 안드로이드에 편향된다면 어떨까요? 많은 자바 개발자 인력을 확보해야 할 것이고, 그 인력을 키우는데 집중하게 될 것입니다. 한가지를 할 줄 알던, 두가지를 할 줄 알던, 한가지만 시키면 되기 때문이죠. 두가지를 할 줄 안다고 하더라도 한가지는 배제해버리니 한가지에 대한 대우 밖에 받을 수 없습니다. 인력의 수가 증가하면 특수성이 사라지고 일종의 단순노동이 되는데, 업체들은 단순노동자를 고용하게 되는 것이고, 전체적인 처우는 자연스레 낮아지게 됩니다. 이는 이미 겪고 있는 바입니다. 다양성의 균형이 맞춰지게 되면 한가지보단 여러 언어를 자연스레 활용할 수 있는 고급 인력의 확보가 중요해지고, 그에 따라 개발자 한명, 한명의 처우가 달라지게 될 것입니다. 물론 교육과정조차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하는 고급인력 위주로 가닥을 잡아나가게 되겠죠.
카카오 게임의 정책이 이런 문제점을 완전히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은 아닙니다. 적어도 카카오라는 플랫폼의 강력한 힘을 한쪽으로 치우치는데 사용하지 않겠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환영 할만한 것이고, 국내 모바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카카오이기에 모바일 인력 시장에 있어 조금은 변화를 주도하는데 기여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것입니다.
카카오
필자는 카카오가 국내 모바일을 주도하고 있다는 사실이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한편으로는 카카오톡이 처음 출시 되었을 때 느리고 버그 투성이던 메신저를 그래도 국내에서 만든거라며 사용했다는 것에 있어 일종의 뿌듯함도 느낍니다.
카카오의 새로운 정책이 한국 IT시장에 전반적인 영향을 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이는 개발자 환경부터 소비자와 시장 환경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만한 것입니다. 카카오가 이런 입장을 보였다는 것은 향후 윈도폰이나 블랙베리10, 타이젠 등에도 똑같이 적용할 수 있고, 그에 따라 모바일 환경의 다양성에 대한 변화도 함께 일어날 수 있습니다. 안드로이드 외 플랫폼들의 생태계가 카카오를 통해 일부 유지되는 것만으로도 소비자의 다양성에 대한 선택의 주저를 막을 방어막이 될테니까요. 그게 자연스러워지기 시작한다면 그것은 분명 좋은 현상입니다.
'그럼 수지타산이 안맞으니 카카오 게임 플랫폼을 이용하지 않을래'라는 업체도 있을테지만, 반대로 여전히 카카오를 통해 대박을 터뜨리는 업체는 존재할 것이고, 그것이 순환된다면 다양성을 추구하면서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는 방안을 고려하는 쪽으로 흘러 갈 것입니다.
필자는 카카오가 이러한 정책을 지속적으로 유지할 수 있길 바랍니다. iOS가 아닌 다른 모바일 환경에도 충분히 말입니다. 그렇다면 카카오를 한국 IT의 혁신을 이뤄낸 기업으로써 인정 할 것이며, 또 그것을 응원 할 생각입니다. 카카오 게임의 새로운 정책을 환영하며, 변화를 주도 할 수 있는 정책일지에 대해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