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 사업을 시작하기 전 사업계획서를 작성합니다. 구체적이든 추상적이든 대략적인 기업의 발전 방향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때 재무상태표와 손익계산서 작성까지는 대부분 많이 생각합니다. 하지만 현금흐름표에 대해서는 간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기업에서 현금흐름은 우리몸의 피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한 순간도 돌지 않으면 사망에 이르죠. 기업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흑자도산이라는 말처럼 순간적인 현금흐름에 문제가 생길 경우 기업운영에 큰 타격을 받게 됩니다. 줄 돈은 많은데 막상 주머니에 쌓여 있는 돈이 없으면 문제가 생기는 것이지요.
초기기업의 경우 자본이 제일 취약점인데요. 과거에는 주식회사 설립 자본금 최소액이 5천만 원이었습니다. 하지만 2000년대 초반 벤처열풍과 함께 창업활성화를 위해 설립자본금 기준금에 대한 제한을 사실상 없애게 됩니다. 과거의 제조업 중심의 창업에서 인터넷 기반의 창업으로 변화가 이루어지면서 소규모 창업이 가능해진 점도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5천만 원이 있다면 얼마나 운영을 할 수 있을까?
그런데 이 5천만 원이라는 액수에 대해 생각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어찌보면 큰 돈이지만 막상 사업을 시작하고 나서 지출이 늘어나기 시작하면 금방 소진될 수 있는 규모입니다.
4명 기준으로 생각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선 사무실과 집기 그리고 인터넷 홈페이지는 기본적으로 생각하게 됩니다. 물론 지인의 사무실을 무상으로 이용한다던가 워드프레스와 같은 툴을 이용하여 직접 홈페이지를 만든다면 얘기는 달라질 수 있지만 이러한 상황은 예외로 하겠습니다. 사무실보증금과 홈페이지 제작 용역비 그리고 각종 집기 등을 구매하는데 1천만 원 정도는 필요하게 됩니다. 그러면 실제로 사업을 시작하면서 4천만 원으로 운영을 해야 합니다. 시작과 함께 20%의 자금이 현금흐름상 사라졌습니다.
그리고 실제로 사업을 시작하게 되면 이때부터는 월 단위로 고정비가 지출됩니다. 4인에 대한 최소 인건비와 임대료 그리고 소액의 부대비용 정도가 필요합니다. 초기기업에서 창업맴버들의 인건비가 지출되는 부분에 있어 의아해 할 수 있지만 현실적으로는 꼭 필요한 부분입니다. 사업을 시작한다고 마음을 먹었다면 그것을 어떻게든 성공시킬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자신의 정신적, 물리적 모든 자원을 쏟아 내는 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특히 개인적인 여유자금이 없는 젊은층과 학생들의 경우 이러한 현상이 더욱 두드러집니다. 결국 기본적인 생활비는 충당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1인에 대한 월 급여를 실 수령액 기준 80만 원으로 잡겠습니다. 그리고 월 급여와는 별도로 4대보험과 세금이 필요합니다.(4대 보험은 1개월 이상 월 60시간 이상 근무할 시 아르바이트생도 가입해야 하는 의무사항입니다.) 이 경우 실제 급여에 대비하여 50%정도의 추가 비용이 필요합니다. 즉, 80만원 실 수령액을 주기 위해서 회사에서는 120만 원 정도의 비용이 필요한 것이죠. 결국 4인 기준 480만 원의 인건비와 함께 사무실 임대료와 부대비용을 합하여 월 120만 원 정도의 추가적인 지출이 필요하다고 보면 월 600만 원의 운영자금이 필요한 것입니다. 자 그럼 여기서 남아 있는 현금 4000만 원으로 몇 개월간 회사가 운영될 수 있을까요? 길어야 6개월 입니다.
그런데 처음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사업을 시작한 후 그것을 현실화 시켜서 상품으로 만들고, 영업과정을 거쳐서 실제 회사 통장에 매출금액이 입금되기까지 얼마만큼의 시간이 소요될까요? 매출이 발생한다고 해도 월 600만 원이라는 운영비를 충당할 수 있을 만큼의 금액이 들어오기까지는 얼마나 많은 시간이 소요될까요? 사업시작 전은 물론 운영해 나가면서 꼭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할 상황입니다.
처음에는 이러한 부분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고 접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저 좋은 상품 개발하면 시장에서 반응이 있을 것이고 그러면 어느정도의 수익이 발생하겠다 정도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죠. 연간단위로 작성하는 손익계산서를 기반에 둔 사업계획의 맹점이기도 하지요. 특히 사업경험이 없는 젊은 창업자들이 많이 하는 실수입니다.
매출과 실제 현금유입 시점의 차이
실제 기업의 현금흐름은 시기적인 문제가 많이 발생합니다. 특히 B2B거래를 할 경우 많이 경험하는 상황입니다. 실제 계약을 했다고 해서 바로 대금 지급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알 정도의 큰 기업의 경우야 내규에 따라 30일, 90일 등 딱 정해진 날짜에 입금을 해 주지만 그렇지 않은 기업들이 훨씬 많다는 것이 현실입니다. 차일 피일 늦어지기 일쑤고 심지어는 몇 달이 늦어지는 경우도 다반사 입니다. 계약이 성사되고 매출이 발생했다고 해도 실제로 현금이 들어오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더 소요되는 것입니다.
최종 소비자에게 바로 팔리는 상품이 아닌 중간재적 성격의 상품을 만드는 회사A와 이를 바탕으로 최종소비재를 만드는 B를 가정해 봅시다. 이 경우 B가 충분한 현금을 가지고 있는 회사라면 A에서 납품을 받아 바로 대금지급을 해주겠지요. 그런데 지금과 같은 불경기라면 B사의 경우도 현금흐름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실제 매출이 발생하고 현금이 창출되어야 대금결제를 해줄 수 있는 것이지요. 그러면 A사의 경우 실제 납품시기와 현금화 시기에 상당한 격차가 발생합니다. 기본적인 운영비를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하는 것이지요.
B2C기업의 경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사업 후 실제 현금이 들어오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고, 그 전까지의 지출은 끊임없이 늘어나게 됩니다. 창업팀은 아무래도 모든면에서 서투를 수 밖에 없습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모였다고 해도, 한 팀으로 호흡을 맞추고 새로운 조직에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는데는 시행착오가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서 처음 계획보다 많은 인력과 더 많은 시간 그리고 더 많은 인력이 투입되는 것이죠. 실제 수입은 없는데 지출만 늘어나는 것입니다. 초기 현금흐름 관리를 잘 하지 못한다면 매출이 발생하기도 전에 준비해 두었던 자본이 바닥이 날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서비스나 상품을 시장에 런칭하고 홍보비용이 필요한 시점에 실탄이 부족한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모든 것이 계획대로 착착 진행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기업 역시 마찬가지 입니다. 계획처럼 딱 적정한 자원이 투입되고, 기대만큼 수익이 발생한다면 최상의 시나리오일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에는 너무 많은 변수들이 존재합니다. 그 모든 변수들을 예상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꼭 여유자금을 확보하고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초기에 6개월 간의 운영자금은 확보를 하고 있어야 한다고 합니다. 매출이 발생하는 시점을 그 정도로 보는 것이죠. 이 정도의 자금 확보와 함께 최소한 3개월간의 운영비는 항상 회사 잔고에 남겨두어야 합니다. 변수를 고려한 것이죠.
현금흐름에 대한 시나리오는 필수!
즉, 사업시작 전 현금흐름에 대해서 구체적인 시나리오를 꼭 써보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것을 견뎌낼 자금적 여력이 충분한지 판단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지 않다면 열정과 패기만으로 창업을 하기보다는 자금을 확보하는 일에 집중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이제 막 시작하는 기업이 자금을 확보하기는 정말 어렵습니다. 금융권 대출은 담보가 있어야 가능하고, 엔젤 투자 역시 극히 소수의 일입니다. 결국은 창업맴버들의 주머니에서 나와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에는 각종 창업 경진대회 등에서 상금을 건 공모전을 많이 진행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크게 추천하고 싶은 방법은 아닙니다. 한 번 정도는 자신의 사업계획을 평가 받는다는 의미에서 도전해볼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공모전을 준비한다는 것 자체가 시간과 노력이 소비되는 일이기에 사업의 본질적 활동에 결국은 마이너스로 작용하게 됩니다.
결국 창업맴버들의 초기자본이 중요합니다. 제가 추천하는 방법은 가장 전통적인 방법입니다. 창업 결심이 생겼다면 관련 업체에서 일을 하면서 경험과 함께 창업을 위한 자본을 모으라는 것입니다. 그냥 회사를 다니는 것과 내가 창업결심을 하고 회사를 다니는 것은 큰 차이가 있습니다. 업계의 생태계와 노하우도 익히고 창업을 위한 실탄도 마련할 수 있습니다.
기업은 절대 아이디어만으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수 많은 조건과 변수들이 한곳에 어우러져 조화를 이루어야 합니다. 그 중에서 현금흐름은 사람만큼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비상식량과 같은 최소의 운영자금은 꼭 마련해 두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