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개국의 유저들이 월 1000만 명 이상 방문하는 웹사이트이자 SK, BBC, Warner Music Group 등 누구나 다 아는 쟁쟁한 기업들을 동반자로 보유하고 있는 웹사이트. 그 사이트를 운영하는 것은 다국적 사람들로 구성된 회사. 겉으로 봐서는 절대 어떤 회사인지 파악할 수 없는 이 회사는 바로 VIKI다. 2009년 공식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승승장구를 거듭하고 있는 VIKI를 파헤쳐 보고 싶었다. 호창성 공동 창업가와 VIKI를 창업했으며, 현재는 VIKI의 전면에 나서기보단 이사회 멤버로 자문하며, 또 다른 글로벌 프로젝트를 준비 중인 문지원VIKI 창업가와의 인터뷰는 그렇게 시작되었다.
- 한국이 너무 좁았다. 실리콘 밸리에서 다시 시작하고 싶었다.
2000년, 문지원 대표와 호창성 공동 대표는 당시 대학생의 신분으로 한국에서 창업을 시작했다. 문지원 대표와 호창성 대표 공통의 관심사였던 컴퓨터 그래픽스 소프트웨어가 첫 창업 아이템이었다. 처음의 목적은 졸업작품으로 출품하는 거였으나, 교수님의 조언으로 무작정 시작하게 된 첫 벤처는 쉽지 않았다.
뼈저린 실패를 겪은 후 미국을 향해 눈을 돌렸다. 한국 시장의 규모가 너무 작았기에,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기보다는 온갖 기형적인 형태로 사업 모델을 바꿔나가야만 하는 것에서 한계를 느꼈기 때문이다. 교육 분야에 기술적인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는, 말 그대로 세상을 바꿀 벤처를 만들어보고 싶었다. 그래서 떠났다.
“ 처음부터 창업을 마음먹고 미국 유학을 떠났어요. 학교에 들어가서 미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최소한의 생존 기술을 익히면서 사업 계획서도 구상한 거죠. 그 기획서가 인정받아서 졸업식과 동시에 실리콘 밸리로 가서 법인을 세우고 초기 창업 자금도 마련할 수 있었어요. ”
- 실리콘 밸리, 기회를 보여주는 땅. 동시에 하루하루가 시험으로 다가왔던 땅.
미국을 동경하는 마음에 떠났지만, 타지에서 적응과 동시에 회사를 세우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힘들었다. 익숙하지 않은 영어로 채용에서부터 투자까지 해내려면 오로지 무미건조한 사실과 논리로만 승부해야 했다. 기획서는 물론이고 프로토 타입, 기대 수치를 실물로 증명해낸 후에야 1차 투자를 받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1차 투자를 받은 후라고 안심할 수 있는 건 아니었다. 투자를 받은 만큼 사업 모델을 확장해야 했는데, 그러다 보니 고려해야 할 변수와 해결해야 하는 문제의 규모가 빠른 속도로 커졌기 때문이다.
“ 급속히 확장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정말 힘들었어요. 하지만 그만큼 정말 다양한 나라에 큰 규모의 시장이 있다는 걸 배울 수 있었죠. 한국 시장은 작은 기회 속에서 미세한 변수들로 승부를 하려고 하거나, 자본력 때문에 시작하기도 전에 승부가 결정 나는 환경이었기 때문에 시야가 좁았었거든요. 견문을 넓혀야 하는 중요성을 깨달은 거죠. ”
- ‘꽃보다 남자’는 VIKI에게 있어 큰 전환점과도 같다
처음 VIKI 아이템을 구상할 때의 시작은 외국어 교육 시스템 혁신이었으나, 구체적으로 사업 모델을 정립하면서 사실은 드라마나 영화를 다루는 엔터테인먼트 중심으로 갈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서비스를 시작하자 엔터테인먼트를 원하는 유저들의 욕구가 훨씬 컸기에 합법적인 콘텐츠 라이센싱을 위해 엔터테인먼트 분야 제작자들을 만나야 하는 상황에 부닥쳤다. 그러나 제작자들은 물론 미국 투자자들까지도 계약이 성사될 수 없을 것이라는 부정적인 의견만 내놓았다.
“ 그러던 와중에 무작정 만난 그룹 에이트에서 꽃보다 남자 라이센싱 계약을 최초로 해주신 거에요. 송병준 대표님의 안목과 열린 마음 덕분이기도 하지만 정말 행운에 가까운 일이었죠. ”
꽃보다 남자는 대박 났고, VIKI는 콘텐츠 유통 플랫폼으로서의 가능성을 증명했다. 미국 투자자들에게 할리우드 영화뿐 아니라 세계 각지에서 라이센싱 할 수 있는 콘텐츠들이 충분하며 소비자들의 욕구도 높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투자가 이어진 것은 당연한 순서였다.
- VIKI는 자발적으로 성장하는 건강한 커뮤니티로 키워나가고 싶다
VIKI는 메이저 콘텐츠가 아닌, 마이너라고 할 수 있는 다양한 나라의 콘텐츠들을 모으는 틈새시장의 형태다. 그렇기에 빨리 많이 팔겠다는 단기적인 생각으로 접근하기보다는, 마니아 유저를 만족하게 할 수 있도록 운영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는 서비스에 만족한 유저들이 오래 머무르고 자발적으로 성장하는 커뮤니티가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 2012년도까지는 유저를 더 많이 모으는 것에 가장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사용자들을 위한 콘텐츠가 좀 부족했는데, 최근에 한국 사용자들을 위한 일본 애니메이션 계약도 이루어졌습니다. 시장도, 콘텐츠도 좀 더 다양화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 부부창업이 독특하다? 그저 좋아하는 일에 몰입해왔을 뿐이다.
국내에서 부부가 함께 창업하는 사례는 드물다. 피치 못할 사정으로 함께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통상적으로 부부 중 어느 한 쪽은 창업을 반대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문지원 대표는 호창성 대표와 대학생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창업을 함께 해오며, 오히려 장점이 단점보다 많았다고 강조했다. 서로 다른 성향으로 보완해줄 수 있고, 이해도가 높아 소통에 소비되는 시간이 적다는 것. 무엇보다도 두 공동대표 모두 자신이 좋아하는 일에 몰입하다 보니 자연스레 함께 해왔다는 것이다.
“ 저나 호창성 대표님 모두 부모님께서 사업을 하셔서 그런지, 어렸을 때부터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사는 게 더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아요. 저는 성실하게 참고 인내하면서 주어지는 일을 묵묵히 하는 스타일은 아니에요. 좋아하는 것에 몰입해서 폭풍처럼 살다 가겠다! 하는 스타일이죠. ”
- 창업가에게 ‘실패’를 허락하라.
모든 창업은 성공보다는, 실패의 확률이 훨씬 높다. 그렇기에 그는 창업에 대해 고민을 하는 이라면 결국 자신이 성공과 실패를 모두 즐길 수 있다는 자신으로 임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면서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을 해야 좌절의 순간에서도 다시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 오로지 혁신적인 아이템에만 집착하기보다는, 시야를 넓게 가지고 주위의 정보를 빠르게 습득해서 이용하는 능력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요즘은 창업에 대해서 인프라와 정보가 잘 갖춰져 있죠. 자신의 신념을 지니고 적극적으로 그 정보를 이용하는 분들은 성공 가능성이 더 높지 않을까요? ”
또한, 한국과 미국 그 두 환경을 모두 겪어본 문지원 대표로서는 한국의 ‘실패를 허락하지 않는 문화’가 후배 창업가들에게 가장 독이 되는 환경이라고 꼽을 수밖에 없다. 어린아이의 실수는 곧 성장을 위한 밑거름으로 독려하듯이, 한국도 투자자와 벤처를 둘러싼 환경이 변해야 한다는 것. 후배들을 향한 이 조언에서 따뜻한 격려의 시선이 엿보였다.
VIKI의 문지원 대표, 호창성 대표는 beLAUNCH의 공식 스피커로 참여하여 한국 스타트업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이야기를 풀어놓을 예정이다.
이전에는 외국에 직접 나가서 국제적 감각을 익혀라, 라고 조언했다면 이제는 한국에서도 국제적 감각을 익힐 수 있으니 국제화 서비스를 해라, 하는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한다.
“ 우리나라 벤처 업계에서 풀어야 할 숙제는 이제 국제화 아닐까요? 국제화 서비스, 플랫폼을 만들어내는 시도를 해야 하고, 또 할 수 있는 때가 왔다는 겁니다. ”
숙제에 대한 답을 끊임없이 연구하듯이, 문지원 VIKI 창업가와 호창성 VIKI 공동 창업가는 또다시 새로운 글로벌 플랫폼 프로젝트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 beLAUNCH에서는 그 새로운 프로젝트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과연 그들이 내놓는 새로운 답은 어떤 혁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까? 그 물음표가 희망의 마침표로 바뀔 시점이 기대로 다가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