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진정한 열정을 말하다, Noom 정세주 대표 Part II
2012년 05월 03일

그의 세 번째 회사 Noom이 있기까지, Noom 정세주 대표 Part I 에 이어지는 글입니다.

사업을 시작한 정세주 대표는 8개월 동안 지난 25년간 실패했던 회사들의 사례를 분석했다. 가장 처음 개발한 프로토타입이 있었는데,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AR)을 이용해서 런닝머신이나 사이클 위에서 실제처럼 보이게 하는 제품이었다. 그것을 가지고 미국의 한 벤처캐피탈에 들고 갔더니 야망있는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That's a pie in the sky(그림의 떡)"이라는 말과 함께말이다. 제조가 필요한 일이고, 그 사업을 만들기까지의 과정이 구체화가 힘들다는 점이 발목을 잡았다. 결국 투자는 물건너 갔고, 그 때 정세주 대표는 Lean Startup(아이디어를 빠르게 제품화해 사용자의 피드백을 제품에 즉각 반영하는 방식)을 하기 시작했다.

 

"네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10명을 말해. 그 사람들과 함께 일하자."

구글 수석개발자였던 공동창업자 아텀에게 말했다. "네가 최고라고 생각하는 10명을 말해. 그 사람들과 함께 일하자." 결론부터 말하면 10명 모두와 함께 일하게 된다. 물론 쉬운 것은 아니었다. 팀에 합류하기까지 2년반이 걸린 사람도 있고 3년이 걸린 사람도 있다. 현대판 삼고초려라면 이를 두고 말한 것일 것이다. 아텀이 독일어를 배우기 위해 독일에 1년간 간 적이 있다. 베를린자유대학교 인공지능 개발실에서 일했는데, 함께 세계로봇경진대회에 참가했던 팀이 전세계 1등을 차지했다. 그 중 멤버였던 한 명과 정말 함께 일해야 한다고 했다. 그 로봇 팀은 두 번이나 전세계 1 등을 했고, 그 멤버도 미국방부에서 무인자동차를 만드는 프로젝트에서 이미 일하기로 되어있었다. 그가 4박 5일간 미국에 왔을 때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도시 안내를 해주며 극진히 대접했고, 그 진심어린 정성이 통했는지 2년간 무급으로 함께 일하기로 했다. 그가 바로 마크 사이먼(Mark Simon)이다. 그는 루게릭 병(근육이 서서히 굳는 질병으로 스티븐 호킹 박사가 걸린 병) 환자인데, 아픈 사람을 타지에서, 그것도 스타트업에서 일하게 했다고 가족들에게 책망을 받기도 했다. "매일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인데, 그의 제품에는 세상을 바꾸기 위한 정신이 깃들어 있어요. 그를 정말로 아끼고 영혼이 이어지길 바라는 마음에서, 제 아들의 영어 이름도 그의 이름을 따서 Mark로 지었어요."

 

활기가 넘치는 Noom 팀원들

 

 

우리의 모든 제품은 항상 실험중

안드로이드용 버전만 현재 있는데 초창기부터 지금까지 6년간 카테고리 1등을 유지했다. 사용자가 1,200만명이 넘는데, 이는 2위 업체 사용자 수보다 10배가 넘는 숫자이다. 판도라 라디오(pandora.com)나 아마존의 추천상품처럼 알고리즘에 의해 사용자가 정말 혹할 만한 것을 추천해주는 것이 백엔드에서는 굉장히 어려운 기술인데, Noom은 고유의 알고리즘을 차츰 완성해 나가고 있다. 사용자가 S라인을 만드는 것이 목표인지, 벌크업을 하는 것을 원하는 지 알아서 해결책을 제시해 준다. 이는 전세계에 가장 많은 사용자를 보유한 Noom이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올해는 우선 다이어트(살빼기)에 집중을 하고 이후에는 건강 전반에 걸친 영역으로 확장할 계획이다. 이러한 성공에도 정세주 대표는 겸손을 잃지 않는다. "우리도 배우는 중입니다. 카디오 트레이너 앱 하나만 지금까지 업데이트가 300번이 넘게 됐어요. 우리의 모든 제품은 항상 실험중입니다. Lean Startup 방식으로 하나하나 고쳐나가지, 어느날 짠!하고 제품을 내놓지 않아요."

한 가지 현실적인 조언으로 그 문화에서 자란 사람과 함께 일하라는 말을 했다. 문화적인 이유에서이다. 한국에서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는 애플리케이션들을 외국인 팀원들에게 보여줘보면 '왜 버튼이 여기있지?'하고 이상하게 생각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물론 언어장벽, 비즈니스적인 혹은 인종 차별처럼 힘든 요소들이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한국 사람이 혈혈단신 가서 사업하기는 굉장히 힘들다. 한국인 특유의 뚝심, 투지로 해낼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만만한 사람은 말리고 싶다고 한다. 다만 국내 대기업들이 해외 시장에서 매우 선전하고 있기 때문에 한국 인력에 대한 반응은 미국에서도 좋다고 한다.

 

중요한 것은 진정한 열정

Noom은 클라이너 퍼킨스(구글, 아마존, 트위터, 징가, EA 투자사)에서 투자를 받은 것으로도 유명하다. 어떻게 하면 투자를 받는 지 정세주 대표에게 물어보는 사람도 많았을텐데… "투자를 하는 것이 투자가의 직업이죠? 좋은 제품이라면 알아서 투자를 하러 옵니다. 물론 말이 쉽다고 하실 수 있겠지만… 그런데 되요. 사업을 성공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분들에게 물어보면 제품 만들고 하느라 이미 바쁘죠." 정세주 대표는 '진정한 열정'을 강조했다. 사업이 잘 안되는 사람은 항상 어떻게 할지 물어보고만 다니는데, 시험이 다음 날인데 도서관에 몰려다니며 서로 고민 상담을 하고 있는 모습과 비슷하다는 것이다. 스스로 부끄럼이 없는 열정. 정세주 대표가 말하는 '열정'이다. 혹자는 스타트업을 하면서 사람을 구하는 것이 고민이라고 전전긍긍한다. 자신은 다른 직업을 가지고 병행하는 상태에서 말이다. 선장이 배 밖에서 원격조정을 하면서 배에 타라고 하는 것과 같다.

 

Noom의 점심 식사 모습(SBS 스페셜 방송분 캡쳐)

18 명의 Noom 구성원 중에 5번째로 합류한 멤버는 누굴까? 바로 회사 쉐프다. 회사가 돈이 많지도 않았을 시절에도 쉐프가 팀원으로서 함께 한 이유는 회사의 본질에 대한 고민의 답이라고 한다. 일을 잘 하려면 잘 먹어야 한다. 문제의 답은 언제나 가까운 곳에 있다. 도마 위에서 음식을 준비하는 어머니의 콧노래를 들으면 누구나 마음의 평안을 느끼듯이 말이다. 그것이 정세주 대표가 말하는 진정한 열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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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석 기자 (2012-2013) 경제학을 전공한 후에 tech field에 입문, 다양한 시각으로 issue에 접근하길 좋아합니다. 항상 tech trend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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