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대표 국민 어플리케이션 ‘카카오톡’을 이용하지 않는 스마트폰 사용자는 눈 씻고 찾아봐도 도저히 찾아보기 힘들다. 7살 유치원생부터 80세 할아버지까지 대한민국을 연결하는 건 이제 전화가 아닌 모바일 메신저 서비스다.
허나 우리 생활 속 깊숙이 자리한 이 어플리케이션의 주인이 중국인이라면, 적잖은 사람들이 뒷걸음질 치며 이 무슨 말도 되지 않는 경천동지 할만한 일이냐며 따지기 십상이다. 집안 곳곳에 놓여있는 Made in China 제품들보다 사실은 보다 더 우리 주변 속으로 숨어들고 있는 것이 바로 중국 위안화이다.
카카오톡의 2대주주는 다름 아닌 중국이다. 더욱 정확히 말하면 중국 IT를 주름잡고 있는 최고의 IT업체 텐센트(腾讯, Tencent)가 바로 카카오톡의 지분 13.8%를 가지고 있는 대주주이다. 지난 4월 720억 원을 카카오톡에 건네며 국내 다수의 벤처기업에 투자하며 국내 대기업이나 벤처캐피털보다 더욱 왕성한 투자로 국내 IT 생태계에 자금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 내 관련인사의 전언에 따르면, 텐센트라는 중국 최고의 기업이 중국 국내를 비롯한 해외에 투자를 명목으로 투자하고 있는 금액은 많게는 100억 위안(우리 돈으로 1조 8,140억 원에 달하는 어마어마한 액수)에 달할 것으로 보이고 있다. 기업 인수합병과 해외 유명 개발인원 포섭 등 다양한 방면에 대한 투자로 미래를 위한 새로운 성장엔진을 찾고 있다.
국내 유명 온라인 게임을 중국에 퍼블리싱하며 부피를 키워온 텐센트는 2010년 한국 벤처캐피털인 캡스톤파트너스와 500억 원 규모의 캡스톤벤처펀드를 조성하고 7개 게임개발사에 총 184억 6,400만 원을 투자하며 한국 IT산업을 정조준하고 나섰다. 지난해에는 게임회사를 비롯한 모바일 광고 플랫폼 등에 투자를 이어가고 있으며, 텐센트의 한국 파트너인 캡스톤파트너스는 이러한 텐센트의 투자노선을 견지하고 있다. 실례로 ‘팔라독’이란 어플리케이션 게임으로 iOS를 비롯한 스마트폰 게임 차트 1위를 두루 섭렵한 페이즈캣은 캡스톤파트너스가 12억 5천만 원을 투자하며 유명세를 탄 업체로, 이들은 해당 게임을 중국 시장에 선보이면서 바로 텐센트의 손을 잡았다.
이는 곧 텐센트가 국내 다수 VC를 비롯한, 벤처기업들과의 투자, 지분 참여 등 자신만의 IT 생태계 가꾸기로 한국 시장에 대한 실질적인 영향력을 제작 단계에서부터 행사하겠다는 결연한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한국 IT산업을 노리는 위안화의 힘은 비단 텐센트뿐만이 아니다. 중국 10대 게임업체 가운데 하나인 쿤룬(昆仑, Kunlun)은 대성창투, 한국모태펀드와 함께 200억 원 규모의 펀드를 구성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또한 샨다와 더 나인 등 중국 유명 게임업체들 역시 한국지사 설립에 열을 올리며 국내 IT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모습이다.
위안화의 힘을 빌어 국내 IT산업의 부흥을 이어가는 것은 매우 현명한 방법이며, 우리가 해외 자금을 밑바탕 삼아 한 단계 더 높은 기술력으로 세계 속에 우뚝 설 수 있는 것은 국내 벤처와 스타트업들이 취할 수 있는 몇 되지 않는 방법 가운데 하나이다. 전반적인 산업 기술력 향상은 반가워할 만한 일이지만, 중국 자본이 송두리째 한국 IT산업을 근간부터 흔들 수 있게 만드는 단초를 제공하게 되는 것일 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중국 자본이 향하는 곳은 비단 한국뿐만이 아니다. 원천기술 확보와 시장 잠식을 위해 중국은 일본, 미국 가릴 것 없이 닥치는 대로 M&A와 유망 스타트업에 대한 지분 투자로 각국 산업의 뿌리부터 차근차근 공략하는 모습이다. UN에서 발표한 ‘2011년 세계 투자 보고’에 따르면, 2010년 중국의 해외 직접 투자는 680억 달러(한화 약 76조 7,040억 원)으로, 이 가운데 일본에는 276억 엔(한화 약 3,980억 원)이 투입되는 등 중국의 해외투자는 매년 갑절로 그 부피를 키워가고 있다.
이러한 투자는 곧 중국 IT시장 성장으로 직접 연결될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글로벌 리서치 업체인 IDC는 중국 IT시장이 2015년에는 2,300억 달러를 돌파해 미국에 버금가는 규모로 성장할 것이라 내다봤다.
성장에 밑바탕에는 공격적이고 적극적인 투자가, 또 해외 IT생태계를 바꾸어 버리려는 중국의 매서운 투자는 다시 한 번 국내 IT산업을 겨냥하고 있다. 메이드 인 차이나 제품들보다 더욱 빠른 속도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