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닐라브리즈는 국내 앱개발사 최초로 누적 다운로드를 1,000만건 이상 기록한 성공한 게임 회사이다. 바닐라브리즈가 개발한 130여건의 모바일앱 중 가장 많이 인기를 끈 앱은 ‘아이건’ 시리즈로 총 600만건의 다운로드를 기록하였다. 게임을 제외하고 국내 앱 개발사 제품이 1000만건 이상의 누적 다운로드 수를 기록한 것은 바닐라브리즈가 처음이다. 그러나 최근 1년간은 이렇다 할 결과물이 없어 대중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바닐라브리즈의 한다윗 대표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동안의 행적와 앞으로의 행보에 대해 알아보자.
시작부터 세계 시장을 겨냥하다
한국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바닐라브리즈의 홈페이지는 전부 영문으로 작성되어있다. 이는 바닐라브리즈의 첫 시작이 미국 시장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바닐라브리즈가 처음 시작한 당시에는 국내시장이 없었습니다. 2008년 7월에 앱스토어가 오픈하였고, 저희는 2008년 10월에 팀을 구성하여 시작하였습니다. 그 때 당시 국내 아이폰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죠.”
한 대표는 해외진출 계기에 대해서 언어의 문제를 언급하기도 했다.
“글로벌 서비스를 시작하는 것에 도움이 되었던 것은 언어에 대한 장벽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저는 초등학교 졸업 후 캐나다에서 5년을 있었고, 고등학교는 일본에서 다녔습니다. 대학 졸업 후에는 미국 야후에서 일할 기회를 얻었었죠. 또한 벨기에에서 9개월간 거주하였고 앱 사업 이전에 몽골, 두바이에도 자주 갔었습니다. 새로운 언어에 대한 두려움이 없는 것이 해외진출을 할 수 있었던 발판이 된 것 같습니다.”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룰을 알아라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고 싶어 하는 한국 창업가들이 굉장히 많을 것이다. 10년 전과는 완전히 다른 트렌드다. 과거 한국 벤처기업들의 최대 관심사는 삼성전자였다. 하지만 현재는 구글을 목표로 삼을 정도로 창업가들은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그만큼 해외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는 전략들에 많은 관심을 갖고 있을 것이다. 한 대표는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전했다.
“해외 시장은 한국보다 훨씬 크고 현저히 다른 형태입니다. 대한민국에서는 하드코어하고 스포츠관련 게임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하지만 해외의 경우는 조금 다르죠. 캐주얼하고 심플한 게임이 해외에서 인기를 끕니다. 앵그리버드에서 잘 알 수 있죠. 취향, 언어,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저희는 다채롭게 이것저것 만들어보고, 사람들이 좋아하겠다고 생각한 아이템들을 골라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인기를 끌 것이라고 처음부터 예측하지는 못하죠. 일정부분 운과 타이밍이 작용하는 것은 확실합니다. 그리고 실제로 사용자들의 반응이 있을 때, 그것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느냐도 중요합니다. 저희가 출시하는 앱들도 1년 이상 투자하는 앱들입니다.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단발성, 아이디어 앱보다는 서비스적인 앱으로 진화를 하는 것 같습니다.”
입소문이 최고의 마케팅
최근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하여 국내 창업시장도 얼어붙고 있는 형국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창업이 성공하려면 고객 확보가 중요하고 고객 창출과 고객유지를 위해 적극적인 홍보마케팅이 필요하다. 그렇다면 전문가가 말하는 해외 창업 성공으로 가는 마케팅은 과연 무엇일까.
“비용대비 효과로 이야기 하자면 입소문이 최고입니다. 광고 네트워크를 통한 홍보는 비용이 만만치 않습니다. 무료게임을 광고에 노출시키는 경우, 다운로드 1개당 2000원을 지불해야 합니다. 결국 배팅인거죠. 그러한 광고비용을 우리나라 중소개발사가 감당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해외에서도 대규모 회사가 아닐 경우에는 광고비용을 감당하는 것이 쉽지 않을 일이거든요. 하지만 점차 갈수록 광고비용을 늘어날 것입니다.”
“많은 마케팅이 있지만 돈으로 마케팅하는 것은 해외 시장에서 힘듭니다. 드로우썸씽의 경우, 소비자가 자발적으로 친구를 데려오게 되는 형식인 것이다. 게임 자체를 효과적으로 잘 만든 것이라 할 수 있죠. 소비자를 돈으로 데리고 온다고 하더라도 자연적으로 이탈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게임 자체 내에서 마케팅 효과를 볼 수 있는 게임을 개발하는 것도 정말 중요합니다.”
사장실이 없는 회사
대부분 게임 회사가 그렇듯이 바닐라브리즈의 회사 분위기도 자유로웠다. 그리고 회사 직원에 대해 남다른 애착을 갖고 있다는 것이 인터뷰 내내 느껴졌다. 그만의 사원과의 특별한 의사소통방법은 무엇일까.
“바닐라브리즈에는 사장실이 따로 없습니다. 중간에 벽이 존재했지만, 독립 공간을 없애고 허문 것이죠. 빠른 의사소통이 중요하고, 문제를 문제라고 인식 하는 것에서 대화가 시작되는 것 같습니다.”
또한 한 대표는 “저희는 3주 단위로 일을 하고 있습니다. 1주마다 결과물을 제시하고, 3주마다 콘텐츠를 평가하고, 서로가 만든 결과물에 대해 피드백하면서 진행됩니다. 팀원들이 팀의 장애물이 뭔지를 밝히고 그것을 제품책임자가 저에게 이야기합니다. 그러면 저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합니다. 팀이 성과를 내는데 필요한 것이라면 추가 인력, 각종 장비, 제도 개선 등 필요한 지원을 아끼지 않습니다.”라고 전했다.
직원들이 즐거워야 즐거운 콘텐츠가 나온다
게임을 개발해내는 기본적인 바탕은 다양하고, 개발자의 가치관이 담겨있다고 볼 수 있다. 그만큼 게임을 개발하는 데에 있어서 기본 바탕이 되는 방법은 굉장히 중요한 것이다.
“저희는 증분식 개발 방법론 방식으로 게임을 개발합니다. 쉬운 예로 눈사람 만드는 것을 생각하시면 됩니다. 처음 눈사람을 만들 때 작은 눈덩이를 만드는 것처럼, 게임의 핵심재미를 정하는 것입니다. 즉, 기획서나 디자인을 만들지 않은 상태에서 하나의 작은 재미를 찾아내는 것이죠.”
개인의 역량이 뛰어나다고 해서 그 능력이 팀의 성공적인 성과를 불러오는 것은 아니다. 때문에 한 대표는 팀의 역할을 계속해서 강조하였다. 또한 자신이 게임 회사를 창업한 이유도 재미를 위해서라고 말할 정도로 재미와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에 큰 가치를 두었다. 남에게 즐거움을 전달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즐거워야 한다는 것이 한 대표의 생각이다.
“회사를 창업할 당시 ‘인화(人和)’가 첫 번째 목표였습니다. 서로가 얼굴 찌푸리지 않고 재미있게 일하는 것을 고민했던 것이죠. 직원들이 즐거워야 콘텐츠도 즐거운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근무시간이나 출퇴근을 자율제로 채택하여 팀 자체적으로 근태관리를 하도록 했습니다. 즉, 팀이 언제 어디에서 모여서 함께 일할 것인지를 팀이 스스로 정하는 것입니다. 또한 제품책임자가 인과 받지 않고 쓸 수 있는 개발비도 지원합니다. 이런 방식이 도입된 지는 딱 1년이 되었습니다. 그 결과 지금은 제 손을 타지 않습니다. 조직적인 부분들은 안착한 것이죠. 하지만 50명, 100명으로 직원이 늘어난다면 지금과 같이 진행될 거라고는 말하지 못합니다. 항상 그에 따른 문제는 존재하는 것이죠. 문제의 우선수위나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조직의 규모에 따라 조금씩 달라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시행착오를 덜 겪고, 팀이 의미 있는 성과를 낼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한 사무실은 자신이 지니고 있는 창의력을 쏟아내는 공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사무실에서 쏟아내는 열정을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가에 대해 많은 고민은 항상 갖고 있습니다.”
게임도 회사도 즉각적인 피드백이 중요하다
누구나 사업을 하면서 힘들었던 일을 겪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힘든 일을 겪고 새롭게 발전한다면 값진 경험으로 더 큰 힘이 될 것이다.
“기대했는데 기대한 만큼 성과를 얻지 못했던 점입니다. 게임이 왜 재밌는지 아시나요? 죽어도 다시 할 수 있잖아요(웃음). 그리고 무엇인가 액션을 취하면 그에 대한 보상이 바로 나타납니다. 내가 기대한 것에 대한 보상이 확실한 것이 게임입니다. 그리고 게임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깼을 때 희열감은 굉장히 큽니다. 나의 행동과 즉각적인 피드백, 그것이 점수가 되었건 보너스가 되었건 무엇이든 간에 바로바로 나타나야 사람들은 만족감을 느끼는 것이죠. 내 실력이 향상되었다는 점에서 느끼는 성취감이 확실한 것은 게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좋은 게임을 설계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렵습니다. 기술, 인문학, 심리학 굉장히 많은 것들이 종합되어 있는 것이 게임인 것이죠. 회사를 운영하는 것도 좋은 게임을 설계하는 것이랑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직원들이 자신이 어떤 일을 했을 때 그것에 대해서 상사가, 대표이사가, 아니면 동료가 그에 대해 즉각적으로 칭찬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며 피드백하는 것이 중요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과정 속에서 의도치 않게 사원에게 상처를 주는 일이 발생합니다. 사람들이 상처를 받으면 상처를 치유하는 일에 굉장히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원과의 마찰 시에는 커뮤니케이션으로 해결하려고 크게 노력하고 있습니다.”
사업을 하려는 목적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성공한 CEO 대부분은 후배들에게 희망의 증거가 되기도 한다. 지금까지도 한 대표에게 많은 후배들이 찾아와 조언을 구한다고 한다. 창업을 시작하는 부푼 꿈을 안은 후배들에게 한 대표가 전한 조언은 분명하고도 강렬하였다.
“자신이 사업하는 목적이 무엇인지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그리고 거기에 대한 공동 창업자들의 동의도 중요한 것이죠. 첫 아이템이 바로 성공할 수 있는 확률은 5%로도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저희도 첫 기획이랑 나온 제품의 괴리는 크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처음에 모였던 사람들의 동기가 같다면 팀이 어려운 시기를 헤쳐 나가는 것이 더 수월할 것입니다.”
게임계의 픽사, 제 2의 앵그리버드를 꿈꾼다
서울 상암동 DMC 첨단산업센터에서 만난 한 대표는 조용하고 나긋나긋한 목소리와는 달리 굉장히 열정적인 사람이었다. 그는 앞으로의 비전에 대해서도 큰 열정과 포부를 여과 없이 보여주었다.
“제2의 앵그리버드가 되고 싶습니다. 앵그리버드 2012년 게임의 매출이 1,200억원인데 그 중 30%가 비게임 매출입니다. 인형, 장난감, 프랜차이즈 사업으로 돈을 벌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회사인 것이죠. 그래서 저희가 접근하고 싶은 방향은 게임계의 픽사입니다. 게임의 캐릭터가 일상생활에서 어떻게 가치와 재미를 전달할 수 있을 것인가에 포커스를 두려고 하고 있습니다.”
“저희 회사는 스마트폰부터 시작했었고, 운이 좋아 스마트폰 붐이 불어서 이 자리에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에 어떻게 변화할 것이며 그 타이밍을 어떻게 맞출 것이냐가 중요하겠죠. 즉, 타이밍과 영속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계속해서 노력할 것입니다.”
겸손함은 대인관계와 비즈니스에서 호평 받는 태도 중 하나이다. 한 대표는 인터뷰 처음부터 끝까지 겸손하였고, 식견도 대단하였다. 이러한 태도가 그를 성공으로 이끌지 않았을까.
바닐라브리즈가 2012년 하반기 출시하는 수록작 중에 하나는 아이건의 후속작이고 4가지는 자체적으로 구축한 캐릭터를 가지고 있는 각기 다른 장르의 게임이다. 하나의 게임이 잘 되면 다른 것들이 탄력을 받을 수 있고 함께 win-win 할 것이다. 단순히 게임 잘 만드는 회사가 아닌, 어떻게 하면 좀 더 사용자들에게 재미나고 독창적이고 신선한 경험을 줄 수 있느냐에 포커스를 두고 싶다는 바닐라브리즈. 다가오는 8월 23일에는 현재 제작중인 프로젝트의 알파 버전을 외부 퍼블리셔에 첫 공개 할 예정이다. 하반기에 출시될 바닐라브리즈의 톡톡뛰는 제품들의 성공적인 런칭을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