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가을에 샌프란시스코에서 개최되는 SOCAP컨퍼런스는 임팩트 투자자 (재무적 수익과 동시에 사회적, 환경적 임팩트를 추구하는 투자자) 와 기업가를 연결하는 공간으로 이 분야 세계 최대 규모의 행사이다. 5회째를 맞은 올해는 10월1일 저녁부터 4일까지 개최되었는데 전세계에서 천여명이 참석했고 필자는 작년에 이어 두번째 참석했다.임팩트투자는 세계적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데, 2011년 $4.4billion 의 투자가 실행되어 그 전년도에 비하여 두배 성장했다고 한다. (록펠러재단 보고서, Accelerating Impact)
필자에게 주제별로 흥미로운 세션이 많았는데, 예를 들면 사회적 임팩트본드 (Social Impact Bond), 지역 경제/커뮤니티 활성화 등 최근의 관심사에 부합하는 패널논의 뿐만 아니라, 임팩트 투자의 특성에 맞는 대안적인 Term Sheet 을연습해보는 실용적인 세션도 있었다.하지만, 그 중에서도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깊은 것은 록펠러재단 Judith Rodin대표가 소개한 APGiannini (지아니니)에 대한 이야기이다. 본 글은, Rodin대표의 발표에 덧붙여, 필자가 간략하게리서치하고 느낀 바를 공유하고자 한다.
지아니니는 1870년 산호세에서,이태리인 미국이민자의 아들로 태어났는데, 7살때 아버지가 1달러 남짓으로 다른 사람과 싸우다가 죽는 것을 목격했다고 한다. 그는 14살때 학교를 중단하고 양부를 도와 사업을 하였는데, 재능을 발휘하여 파트너가 되고 성실하고 좋은 평판을 얻은 후, 이태리 커뮤니티를 상대하는 지역저축은행(Savings and Loan) 이사회의 일원이 된다. 그러나, 그 당시, 은행은 대기업이나 부자들에게만 돈을 빌려주고, 정작 신용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는 미치지 못하는 것에 회의를 느끼고, 본인이 직접 소규모 은행 (Bank of Italy)을 설립하고, 가난하지만 열심히 일하는 이민자, 농민들을 찾아가며 대출을 했다. 1906년 샌프란시스코에 대규모 지진이 발생했을때, 그는 화재의 위험에 직면한 은행으로부터 8만불에 해당하는 금, 은, 각종 문서를 마차에 싣고 가까스로 재난현장으로 빠져나왔고, 바로 며칠후, 아직 모든 것이 무너져버린 샌프란시스코에서 (다른 은행들은 대부분 문을 닫고 있는 상태에서) 굴러다니는 맥주통을 책상삼아 은행문을 열고 실의에 빠진 사람들에게 금융을 제공하였는데, 이것이 재난에 휩싸인 샌프란시스코을 재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이후 그의 사업은 지속 성장하고 1928년 뉴욕의 오래된 은행 Bank of America를 인수하고,이를 미국 최초의 전국은행으로 성장시킨다.
미국 은행의 역사에서 지아니니는 많은 부분에서 창업가적 (entrepreneurial)이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 상류층에만 국한되었던 금융서비스를 중산층, 가난한 이민자 등에게 최초로 제공했고, 어려움에 처한 지역사회에 진정한 금융의 역할을 제시한 것이다. 이러한 정신은 벤처기업과도 잘 부합하여, 월트 디즈니가 미국 최초 본격 애니메이션인 백설공주를 제작할 수 있도록, 그리고휴렛패커드가 오실로스코프(oscilloscope)를 개발할 수 있도록 자금을 지원한 은행이 되었다.
지아니니는 뱅크오브아메리카와 같이 오늘날 mainstream 금융기관의 기초를 놓은 사람이지만, 중산층과 이민자, 혁신기업를 찾아다니며 대출을 하고 위험자본의 역할을 감당한 그의 정신은 오늘날의 대규모 은행이 아니라 오히려 마이크로파이낸스, 임팩트투자 또는 벤처투자자 등 대안의 금융자본으로 계승되고 있다고 하면 지나친 역설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