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천하통일
2013년 02월 05일

2006년 구글이 유튜브를 무려 $1.65B (약 1.7조원)에 인수했을 당시만 해도 온갖 불법 컨텐츠가 난무하고 수익모델이 없는 애물단지에 불과했습니다.  2009년 한 해 적자만 $470M(약 5천억원)으로 추정될 정도였고, 이후 Veoh, Justin.tv 등 경쟁 서비스들 역시 수익화에 실패하여 잇달아 문을 닫으면서 구글 역사상 최악의 인수로 기록될 것이라는 예측이 난무했습니다. UCC 열풍은 사그라들었고, 이용자가 늘어날수록 증가하는 Bandwidth Cost만도 수천억원에 이르렀습니다.

하지만 6년 여가 지난 지금 연 매출 $3.6B (약 4조원, 추정)에 달하는 비즈니스로 탈바꿈하였고, 구글 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비즈니스 유닛이기도 합니다. 경쟁자들이 거의 다 사라진 지금, 전 세계에서 YouTube가 1위가 아닌 국가는 손에 꼽을 정도로 적습니다. 모바일 시대가 오자 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에 기본 탑재되면서 아예 독점 체제가 만들어졌습니다. 수많은 스타트업들이 YouTube에 정면도전하거나, YouTube가 아직 선점하지 못한 Niche를 노리다가 장렬히 문을 닫았습니다. YouTube와 그나마 가장 유사한 세계 2위 사업자 Dailymotion은 자체 수익화를 하지 못해 헐값에 Orange에 인수되는 것을 택했으며, 트래픽으로는 YouTube에 버금가는 중국의 Youku와 Tudou는 ‘중국의 YouTube’라는 hype을 등에 업고 미국 증시에까지 상장했지만 YouTube의 대항마가 되리라는 투자자들의 기대는 이미 사라진지 오래입니다.

유튜브의 핵심 성공 요인이자 아이덴티티는 UGC (User-generated Content)라는 이름으로 포장한 불법 컨텐츠입니다. 어떤 컨텐츠든 검색하면 나오고, 다운로드할 필요도 없이 어디서든 스트리밍해서 볼 수 있다는 Value proposition은 구글만큼이나 매력적입니다. 합법 컨텐츠를 통한 수익화에 힘쓰는 요즘은 불법 컨텐츠를 열심히 Take down하고 있지만, 여전히 웬만한 컨텐츠는 유튜브에서 검색할 수 있습니다.

UGC를 전 세계적인 규모로 서비스하는 것은 단순히 Viacom같은 수 조원짜리 Copyright 소송에만 대처하면 되는 것이 아닙니다.  UGC는 광고를 붙이거나 유료로 판매하는 등의 수익화가 불가능하지만 다른 컨텐츠 대비 Video는 용량이 크기 때문에 Delivery cost가 막대합니다. 그래서 ‘트래픽을 먼저 모은 후 수익화한다’는 인터넷 비즈니스의 가장 기본적인 명제가 성립하기 어려웠습니다. 수익화 하기 전에 전부 망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Video 영역에서는 차라리 처음부터 유료로 시작한 Netflix나 Hulu가 더 적합한 비즈니스 모델이라는 관측이 대다수였습니다.

하지만 구글은 인수한 유튜브를 Netflix나 Hulu처럼 바꾸지 않고 기존 방식을 고수하며 트래픽 성장에 집중했습니다. 그 결과, 홈비디오로 찍은 동생 손가락 무는 아기 동영상이나 올리던 유저들이  Machinima, Revision3같은 웹 전문 Content Provider로 변모했습니다. 헐리우드 스튜디오나 방송국들이 온라인 비디오 사업을 어찌할까 우물쭈물하면서 자체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이합집산해서 Hulu를 만들었다 방향을 못잡는 사이 유튜브를 중심으로 온라인 전문 컨텐츠가 생성되고 새로운 Ecosystem이 만들어졌습니다. Warner를 제외한 메이저 뮤직 레이블들이 모여 스스로 유튜브 내에 뮤직비디오 채널 VEVO를 만들었고, 이는 오늘날 강남스타일의 대성공을 가져왔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Netflix와 Hulu가 기존 Content Owner들의 Rule에 최대한 따르며 Major Distributor로 자리잡은 것과 달리, YouTube는 막대한 트래픽을 바탕으로 자신의 Rule을 Content Owner이 따를 것을 요구하는 Platform입니다. 언제나 변함없이 “Content is king”이므로, Content Owner들이 막 온라인에서의 수익화를 시작할 무렵에는 유튜브에 영화, 드라마 등의 프리미엄 컨텐츠를 아예 공급하지 않거나 다소 시간이 지난 후에 공급하는 등 견제하였으나, YouTube가 점차 불법 컨텐츠를 없애고 Content Owner의 수익원으로서 포지셔닝하면서 양상이 달라지는 모습입니다. 특히, 타 사이트 대비 매우 낮던 YouTube의 광고단가가 YouTube 자체 컨텐츠 강화, 기존 구글 Ad Sales와의 매체 판매 연계 등으로 인해 높아지면서 중소 Content Owner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최근 선언한 이른바 ‘정액제’ (Paid Subscription) 도입은 본격적인 YouTube 시대를 여는 신호탄으로 보입니다. 여태까지의 거의 모든 YouTube 동영상은 무료로 시청하되, Pre-roll이나 Layer 광고를 붙이게 되어있었고 개별 구매 방식의 유료 컨텐츠 비중은 크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정액제의 도입은 단순히 Netflix, Hulu Plus와의 경쟁만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케이블, 위성방송 사업자들과도 직접적인 ‘Cord Cutting’ 경쟁을 시작한다는 뜻입니다. 발표된 내용으로만 보면 아직 채널 별 정액제만을 시작한다는 것으로 보이나, 이를 조합하여 Netflix와 유사한 패키지 형태의 정액제 상품이 나오면 소비자는 이제 매달 케이블TV에 내던 금액보다 훨씬 적은 금액만으로 원하는 컨텐츠를 볼 수 있게 됩니다. 이미 모든 스마트TV에 탑재되었고, 케이블/IPTV 셋탑박스에도 탑재되는 등 공중파 수준의 커버리지를 자랑하기 때문에 ‘PC에서 동영상 보려고 누가 돈을 내겠어’라는 회의론은 물건너간지 오래입니다.

이러한 변화의 진정한 무서운 점은, YouTube의 막강한 교섭력을 바탕으로 기존 컨텐츠 계약의 Rule을 바꿀 수 있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기존 계약에서는 상영 지역, 서비스 URL, 스크린 종류를 한정하였고, 이를 확대할 경우 일일이 돈을 지불해야 했습니다. 미국에서만, xxx.yyy라는 URL에서만, 웹에서만, 등으로 조건이 정해져있던 것입니다. 그래서 Hulu가 미국 등 특정 지역에서만 볼 수 있고, 웹에서는 광고 기반 무료로 볼 수 있지만 모바일은 유료이고, 퍼가기가 불가능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YouTube는 “우리는 글로벌 서비스니까 Worldwide로 상영할 거고, HTML5로 웹/모바일/스마트TV 구분없이 내보낼거고, 퍼가기는 기본 기능이다. 싫으면 나가라”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입니다. 사용자에게는 엄청난 희소식이지만, 기존 Content 진영에는 좋을리 없습니다. 수익이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채널을 control하는 교섭력이 줄어드는 것은 더 큰 골칫거리입니다.

이 쯤 되면, 유튜브가 전 세계 온라인 Video 산업을 평정했다는 표현도 과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요즘 Video 분야의 신규 스타트업은 Social TV, Video Discovery, Second Screen 등 YouTube와 대결하지 않는 작은 Niche에만 집중하고 있고, 그나마 성적도 좋지 않아 최근 Social TV 분야의 대표 주자인 Miso가 별로 좋지 않은 조건으로 인수되기도 했습니다. YouTube가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컨텐츠의 Rule을 바꿔준다면, 이를 기반으로 새로운 스타트업 서비스들이 창출될 수도 있습니다. 이미 Bonosound 등의 YouTube 기반의 Playlisting 서비스 등이 존재하나, 컨텐츠를 더욱 과감하게 활용하고 수익화할 수 있는 새로운 서비스들이 나올 수 있는 것입니다. 반면, YouTube에 의한 천하통일은 전 세계가 하나의 TV 채널을 보게 되는 것과도 같다는 두려운 생각도 듭니다. YouTube의 지배력은 이미 임계점을 넘은 것 같고, 이 변화가 어떤 미래를 가져올지는 두고 봐야겠습니다. 어찌 되었든, YouTube는 전 세계 미디어의 지평을 바꾸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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