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 잠금화면 플랫폼 앱 허니스크린이 본격적인 글로벌 진출을 위해 글로벌 관점의 UI와 디자인을 적용하는 대규모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이번 업데이트를 통해 허니스크린은 숏컷 기능을 추가해 잠금화면에서 사용자가 즐겨찾기해 놓은 앱을 투 버튼(Two button)으로 바로 접근할 수 있게 했고, 날씨 등 앱 내 모든 구성요소들의 UI와 디자인을 유럽풍의 고급스럽고 세련된 디자인으로 다시 입혔다.
감성의 영역인 디자인에서 어떻게 한국의 색채를 빼고, 글로벌 옷을 입힐 수 있었을까? 답은 작년 말 버즈빌에 합류한 프랑스인 UX/UI 디자이너 맥스(Maxence Mauduit) 이다. 맥스는 프랑스에서 디자인 전공으로 대학원까지 마치고, 유수의 프랑스 기업에 근무를 하다 한국 스타트업에 합류한 독특한 이력을 보유하고 있다. 그를 만나 한국과 프랑스 스타트업의 기업문화와 디자인 차이 그리고 그가 현재 몰두하고 있는 스마트폰 첫 화면의 디자인에 대한 내용을 들어봤다.
- 한국에는 어떻게 오게 되었나.
2008년 교환 학생으로 6개월 간 한국에서 생활했다. 당시 홍대에 머물렀는데 역동적인 한국의 생활방식이 너무 즐거웠고, 매일이 새롭고 행복했다. 이 때의 경험이 나에게는 인생의 전환점이었다. 이후 한국에서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한국에서 일할 수 있어야 했다. 그래서 프랑스에 다시 돌아가 대학원을 마치고, 4년 간 현지 기업과 스타트업에서 디자이너로서 일했다. 당시 회사에서 좋은 조건들을 제시하며 나를 붙잡았지만, 이 때가 아니면 못 나간다는 생각이 들어 무작정 한국으로 다시 돌아왔다.
- 버즈빌에는 어떻게 입사하게 되었나.
경직된 문화를 가진 회사보다는 좀 더 유연한 조직에서 일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 때 버즈빌에서 디자이너를 채용한다는 공고가 떴다. 인터뷰를 진행하며 스마트폰 '첫 화면'이 가진 잠재력과 비전에 크게 공감을 했다. 그리고 일방적인 면접이 아니라 대화 형식으로 진행된 인터뷰를 통해 서로 자유롭게 의견을 나눌 수 있는 곳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버즈빌은 글로벌로 나가고자 하는 강한 열정과 목표가 있고, 한국 기업임에도 언어 소통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허니스크린의 첫 화면은 잠재력이 굉장히 크긴 했지만, 완벽하지는 않았다. 디자이너로서 내가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크다 판단해 함께 하게 되었다.
- 한국과 프랑스 스타트업 모두에서 근무했는데, 특별한 차이는 있나?
프랑스는 스타트업을 한다는게 한국보다 더 위험하게 여겨진다. 한국도 그렇지만 프랑스에서는 투자 유치가 정말 어렵다. 내가 일했던 스타트업도 투자는 프랑스가 아닌 미국에서 받았다. 내가 일했던 스타트업은 직원이 5명이었는데, CEO랑 이야기할 기회가 별로 없었다. 5명임에도 불구하고 수직적인 구조였고, 한국처럼 회식이나 해피아워처럼 직원 간 교류할 기회도 별로 없었다.
반면, 한국의 지금 스타트업에서는 거의 매일 CEO와 대화를 한다. 또한 회식도 자주 하며 직원과 친분을 쌓고 있다. 일반적으로 한국 기업이 직원과의 소통에 약하다고 하는데, 한국의 스타트업들은 직원과 소통을 늘리기 위해 많이 노력하는 것 같다.
- 한국과 프랑스에서의 디자인, 뭐가 다른가?
디자인에 대한 정의나 바라보는 관점이 좀 다른 것 같다. 한국 디자이너들은 특정 분야의 디자인 기술(Skill)에 굉장히 뛰어나다. 자기만의 전문 분야가 있는 것이다. 반면, 유럽에서는 디자인을 배우기 전 인문학적인 소양을 많이 쌓는다. 단순히 UI, UX만 배우는게 아니라 왜 라는 질문을 던지고 답하는 과정을 꽤 오랜 기간 거친다. 디자인 기술은 그 이후에 하나씩 배워간다.
마켓 관점에서는 유럽은 미니멀리즘이 대세가 된 것 같다. 굉장히 심플한 형태의 디자인을 추구해 불필요한 것들은 다 빼 버린다. 반면 한국은 아직 비주얼이 중요한 것 같다. 다양한 디자인 요소를 넣되, 깔끔하게 보여주는 게 한국에서는 중요한 것 같다.
- 이번 업데이트에서 무엇을 목표로 했나, 그리고 향후 목표는?
허니스크린은 첫 화면에서 사용자들이 즐기는 컨텐츠라면, 어떤 형태의 컨텐츠도 쉽고 편리하게 소비할 수 있도록 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이런 큰 방향성 속에서 이번 업데이트는 사용자 친화적인 UI를 먼저 만들고자 했다. 다음 단계는 사용자가 다양한 채널의 컨텐츠를 받아보더라도 복잡하지 않고 쉽게 볼 수 있도록 사용자 경험(UX)을 개선하는 것이다. 지금 현재 한참 고민 중이다.
개인적으로는 앞으로도 계속 한국에 살고 싶다. 가끔 프랑스에 언제 돌아가냐고 묻는 친구들이 있는데. 난 프랑스로 돌아가고 싶진 않다. 가끔 여행으로 가고 싶을 뿐. 한국에서는 업무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많은 기회가 존재한다. 그리고 매우 역동적이라 지루할 틈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