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광고를 잘 못 만드는 것 같아. 원빈하고 소녀시대 같은 비싼 모델들 데려다가 ‘쓰리디로 봅니다’ 같은 뻔한 광고 밖에 못만드나? 애플 광고는 완전 폼 나는데 말이지. 우리나라도 좀 멋진 이미지 광고들 좀 만들 수 없나?”
얼마 전 사석에서 지인이 한 말이다. 고백하건데, 필자는 광고에 전문가도 아니고 이번 년도 LG의 마케팅 ROI 자료도 아직 들여다보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립을 좋아하는 필자는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지? ‘어떻게 보십니까’ 하는 순간 어지간한 사람들은 ‘쓰리디로 봅니다’라는 말이 나올 걸 다 알았을꺼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효과를 따져보면 제대로 안된 광고라고 단정하긴 힘들지 않을까? LG의 가장 큰 경쟁자, 아니, 아마도 유일한 경쟁자인 삼성과 비교해 보면 그래. 예를 들어 당신이 당장 쓰리디TV를 살 거라고 하면 어떤 회사의 광고가 먼저 생각나겠어? LG? 삼성? 또, 반대로, 삼성의 쓰리디TV 광고가 LG만큼 생생하게 기억나? 난 삼성 광고는 전혀 기억이 안나거든.”
“조금 다른 경우일 수도 있는데, 양학선 선수가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땄을 때 농심이 너구리라면 평생 주겠다고 했다가 욕 엄청 먹었잖아? 그런데 그걸 그냥 실수라고만 봐도 될까? 실제로 너구리를 주고 있는지 어쩌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광고 하나 때문에 전국 모든 신문과 공중파 TV에 너구리 이름을 냈잖아? 난 오동통면을 좋아하는데, 오동통면에 비하면 엄청난 광고효과 아니야? 그것도 돈 한 푼 안들이고 말이지.”
마케터들은 광고를 커뮤니케이션이라는 이름으로 포장한다. 뭐, 다시 생각해 보니 광고든 커뮤니케이션이든 사실 상관없을 것 같다. 널리(廣) 알린다(告)는 뜻의 광고나 커뮤니케이션 모두 결국에는 “내용”, 혹은 “메시지”라는 목적어를 전달하기 위한 “형식”이기 때문이다. 이제 여기에서 필자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은 그런 “내용”과 “형식”, 그리고 그 성패가 결국 “목적성”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라는 점이다.
커뮤니케이션의 전문가가 아닌 필자가 보기에, 광고의 목적은 크게 두 가지, “직접적 효과”와 “간접적 효과”로 나뉘어 질 수 있을 것 같다. 직접적인 것은 광고를 통해 실제 어떤 행동을 유발하는 것이다. 미국 Superbowl 시간에 음료 광고를 한다거나, 저녁 시간에 피자 광고를 하는 것, 혹은 홈쇼핑이나 공익광고 등이 그러한 예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반면, 간접적 효과는 “각인”에 대한 것이다. 예를 들어 두산은 최근 “청년”, “사람”과 같은 감성적인 키워드를 활용하고 있는데, 사실 이런 것들은 두산의 비즈니스와는 별로 상관이 없다. 따라서 ROI 측면에서는 낙제일 것이다. 하지만 계속적으로 그러한 광고를 반복함으로써 장기적으로 두산은 뭔가 감성적이고 따뜻한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사람들의 인지 속에 각인한다. LG와 농심의 경우 역시 해당 제품을 소비자들의 인지 속에 강렬하게 각인하고, 언제일진 모르지만 실제 구매가 이루어지는 순간에 소비자의 인지 가장 위에 자리잡는 것이 그 목적이라면 상당히 성공적인 캠페인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두 가지 중 어떤 것이 더 효과적인가 하는 질문이 제기될 수 있다. 물론 이는 우리가 어떠한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하는가, 우리가 어떠한 프로덕트를 파는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지만, 대부분의 경우 최근에는 “각인”이 더 강력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 같다. 왜냐고? 오늘날 우리는 우리가 필요한 것들 대부분을 “이미” 가지고 있기에 광고에 대한 반응 역시 즉각적이라기 보다는 지연적, 간접적이 될 여지가 크기 때문이다. 예컨대, 오늘날 대한민국에 TV가 없는 가정은 몇 가구나 될까? 따라서 TV에 대한 즉각적 니즈가 크지 않은 시장에서 제조사들은 다음 번 교체시기까지 자신의 제품을 꾸준히 각인 시켜야만 한다. 스마트폰과 컴퓨터, 자동차, 그리고 보다 소소하게는 스마트폰 앱(Apps)에 이르기 까지 많은 것들이 마찬가지이다. 따라서 이들 프로덕트의 제조사들이 광고로부터 노리는 가장 큰 성과는 “(경쟁사보다) 가장 빨리 소비자들의 머릿속에 떠오르도록 하는 것”이 되어야 한다. “Market Share”에서 “Wallet Share”를 거쳐 “Mind Share”에 대한 게임으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각인”이 점차 중요해 지는 이러한 경향을 뉴미디어 커뮤니케이션(웹, 모바일 등 새로운 매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에 대입하여 보면 어떨까?
Facebook과 Twitter의 등장은 뉴미디어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관심을 다시 한 번 증폭시키는 계기가 되었다. 그 중 Facebook은 모두가 잘 알다시피 광고매체로서의 잠재성을 인정받아 최근 IPO에서 엄청난 투자금을 유입시키는데 성공하기도 하였다. 다만 문제는, 이러한 뉴미디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 중 많은 수가 click-through를 통한 참여나 구매와 같은 “직접적인 결과”를 유도하는 데 그 목표를 두고 있었다는 것이다.
Facebook의 현금화 분석(Monetization Analytics) 사업부 이사인 Brad Smallwood는 지난 월요일, IAB MIXX에서 Datalogix와의 공동연구 결과를 발표하였다. 이 연구는 온라인 광고와 실제 매장에서의 매출 간의 상관관계를 알아보기 위한 것이었다. 그 결과, “50 개의 온라인 캠페인을 추적한 결과 70%는 기존에 비해 세 배 이상의 광고 ROI를 기록하였으며, 49%는 5 배 이상의 ROI를 기록하였으나, 온라인 광고를 접한 후 실제 매장에서 구매한 소비자 중 99%는 온라인 광고를 보기만 하고 실제로 Click 등의 반응은 하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앞의 각인에 관한 내용과 관련하여 생각해 보면, 이것이 의미하는 바는 상당히 분명하다. 결국 소비자는 기존 미디어에서와 마찬가지의 형태로 온라인 광고를 소비하고 있다는 것이다.
풀어서 이야기 하자면, 기존의 매체에서 소비자는 광고 노출의 수동적 대상이 되며, 그 결과로 여러 경쟁사들의 광고 중에서 가장 강렬한 각인 효과를 내는 것만을 기억하게 된다. 그런데 결국 이와 같은 수동적인 양상(피노출, 참여저조)이 온라인에서라고 달라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몇 년 전 소비자의 적극적인 Click을 통한 참여를 이끌어낼 수 있다며 야심차게 출시한 Apple Inc.의 iAd가 올해 초 Click기반의 광고비 산정기준을 노출당으로 조정한 것 역시 이러한 양상에서 비롯된 결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예상보다 저조한 CTR).
역사상 가장 성공적인 광고제작자 중 한 명인 David Ogilvy는 다음과 같은 말을 했다.
“만약 상품을 팔리게 만들지 못하면 그것은 창의적인 광고가 아니다(If it doesn’t sell, it isn’t creative).”
이를 뒤집어 생각해 보면 결국 상품을 팔리게 만드는 광고가 창의적인 광고라는 말이 되지 않을까? 상품을 팔리게 만들려면 결국 그 광고를 접하게 되는 대상, 즉 소비자의 특성으로부터 그 캠페인의 설계가 이루어 져야 할 것임은 자명해 보인다. 온라인 광고를 생각하는 광고주들이라면 최소한 한 동안은 어떻게 더 높은 CTR을 내는 광고를 만들까가 아니라, 소비자의 “Mind Share” 점유를 목표로, 광고 노출의 적정한 빈도와 효과적인 각인 방법에 대해 고민하는 것이 보다 창의적인 광고를 할 수 있는 방법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