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2월, 스포티파이(Spotify)가 김릿(Gimlet)과 앵커(Anchor)를 인수했다. 이에 관해 해외 매체인 쿼츠(Quartz)를 비롯해 국내 언론도 스포티파이가 오디오 시장 속 넷플릭스와 같은 존재가 될 수 있을지에 초점을 두고 뉴스를 쏟아 냈다. 슬로우뉴스는 인수한 앵커의 광고주 매칭 서비스, 김릿의 컨텐츠 확보 수 등을 통해 오디오의 유튜브가 될 수 있을지를 주목을 했으며, CIO매거진은 비즈니스 모델에 초점을 두고 분석했다.
스포티파이와 팟캐스트, 그리고 듣고 말하는 경험의 변화
스포티파이는 스웨덴에서 생겨난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이자 회사 이름이다. 스포티파이는 전 세계 음악 스트리밍 시장에서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 영향력 또한 상당하다. 실제로 음악 산업 현장에서는 스포티파이에 드러나는 재생 수, 재생 지역 등의 지표를 통해 공연이나 프로모션 등을 고려하기도 한다.
2014년 생겨난 김릿은 지금까지 착실하게 투자를 받으며 성장했다. 유명한 팟캐스트를 만들고, 발굴하고 또 키워냈다. 라디오 드라마부터 과학, 인터넷까지 다양한 장르의 팟캐스트를 히트시켰으며, 틴더, 이베이, 마이크로소프트 등 대기업과 함께 컨텐츠를 만들기도 했다.
2016년 만들어진 앵커는 팟캐스트를 녹음해서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이다. 여러 효과음 라이브러리까지 있어 개인이 좀 더 수월하게 팟캐스트를 만들 수 있다. 또한 앵커를 통하면 애플 팟캐스트, 구글 팟캐스트, 스포티파이 등 여러 곳에 한꺼번에 등록할 수 있다. 또 제공하고 있는 광고주 매칭 서비스를 통해 광고를 붙일 수 있기도 하다.(이 기능은 현재 상용화된 곳 중 가장 뛰어나다고 한다) 앵커의 처음은 그 기능이 굉장히 제한적이었으나 지금은 다양한 팟캐스트를 들을 수 있고, 좋은 퀄리티로 팟캐스트를 만들기도 수월해졌다.
대부분의 매체는 스포티파이의 인수를 두고 오리지널 컨텐츠의 중요성을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스포티파이가 두 회사를 인수한 데 있어서 가장 큰 지점은 오리지널 컨텐츠 뿐이었을까? 물론 스포티파이가 꾸준히 팟캐스트 컨텐츠를 늘리고 있던 것도 사실이고, 광고주 매칭 서비스 등을 통해 앞으로 더 효율적이고 좋은 수익 모델을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 주목해도 좋을 것이 하나 더 있다. 바로 팟캐스트와 스트리밍을 듣는 환경의 변화다.
스마트 스피커, 음성 유저 경험 그리고 서비스
현재 가장 일상에 가깝지만, 여전히 개발이 시급한 시장, 가장 특이한 시장 중 하나가 바로 스마트 스피커 시장이다. 한국에선 유독 기형적으로(?) 시장이 빠르게 형성되었는데, 한국과 미국을 불문하고 스마트 스피커 시장은 꾸준히 그 규모가 늘어나고 있다. 여기에 IoT 시장도 함께 꾸준히 성장하며 음성 명령은 빠르게 일상에 스며들고 있다. 물론 지금은 대부분의 언어가 명령어 형태이고, 음성인식률이란 과제가 남아있기에 오디오 데이터, 오디오 컨텐츠는 그만큼 중요해졌다.
이와 함께 중요해지는 것이 VUI(음성 유저 인터페이스)와 VUX(음성 유저 경험)다. VUI는 지금까지 등장했던 CUI, GUI와는 패러다임이나 적용 방식이 완전히 다르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다. 여기에 VUX가 만족스럽게 적용되려면 높은 인식률로 빠르게 명령어를 처리해야 하는 것도 있겠지만, 유저에게 제공되는 서비스가 다양하고 많아져야 하며, 러닝되는 만큼 눈치도 빨라야 한다(예를 들면 최근 현대자동차 CF에서 수면 모드로 전환하는 것처럼, 셀리?).
스포티파이와 팟캐스트가 VUX와 무슨 상관이냐고?
물론 스포티파이는 애플 홈팟에서 열리지 않지만 (https://www.youtube.com/watch?v=9GlyxyDCjsU) 아마존 알렉사와 구글 홈/어시스턴트에서는 스포티파이가 재생되니 걱정하지 말자(?). Strategy Analytics 2018년 조사에 의하면, 애플이 스마트 스피커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6% 정도밖에 차지하지 않고 아마존과 구글의 스마트 스피커가 차지하는 비율이 약 60% 가까이 된다. 그러므로 이들 스마트 스피커를 이용하는 고객에게는 음악 큐레이션이나 팟캐스트 컨텐츠가 잘 되어 있는 김릿과 앵커를 인수한 스포티파이가 더없이 좋은 경험을 줄 수 있다. 스마트 스피커 유저 수와 팟캐스트를 듣는 사람 수가 늘어나고 있는 만큼, 앞으로 시장에서 이들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지금 우리는 음악을 눈으로 보고 손으로 골라 듣는 시대를 지나고 있다. 라디오가 여전히 유용하게 쓰이는 동시에 인터넷 라디오나 커뮤니티 라디오처럼 그 컨셉과 기능을 달리하며 변화에 맞춰 성장하고 또 살아남는 라디오가 존재하는 만큼, 롱텀 플레이를 고려한 서비스와 컨텐츠는 늘어날 것이라고 본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포티파이는 꽤 좋은 선택을 한 셈이다. 스포티파이는 이미 사용자가 어떤 식으로 스트리밍 서비스나 팟캐스트를 소비하는지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또 그런 의미에서 스포티파이가 인수한 김릿과 앵커는 각각 스스로가 팟캐스트 제작사, 팟캐스트 서비스로 막강한 힘을 증명한 셈이다.
'눈은 묶여 있어야 하지만 귀는 옮길 수 있다'라는 말이 있다. 오디오 서비스를 사용하는 이들은 대부분 틀어놓고 다른 일을 한다. 세계 최고의 스트리밍 서비스가 팟캐스트에 눈길을 주고 있었다는 점은 오리지날 콘텐츠 그 이상의 음악 서비스 환경에 영향을 끼치는 중요한 일이다. 한동안 스포티파이의 플레이 버튼은 계속 눌린 체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