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피플을 위한 ‘컨버터블 노트(Convertible Note)’의 모든 것 -1
2019년 09월 25일

올해 안에 최초로 한국에서 첫 배치(Batch) 모집을 개시할 것으로 알려진 글로벌 액셀러레이터인 테크스타즈(Techstars)가 주 투자 방법으로 '컨버터블 노트(Convertible Note, 이하 노트)'를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국내에서도 2017년에 발의되어 올해 안으로 도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되는 세이프(SAFE, Simple Agreement for Future Equity, 관련 칼럼은 여기 여기)와 함께, 큰 틀에서 세이프의 모체라고 볼 수 있는 컨버터블 노트 (Convertible Note)에 대한 관심 역시 크게 증대되고 있다.

이에 이번에는 2회에 걸쳐 노트란 무엇이며, 노트를 도입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문제와 그 해결 혹은 방지 방법은 무엇인지까지를 포함하는, 우리나라 스타트업 피플들이 노트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을 정리해 보려 한다. 그 첫 번째로 본문에서는, 왜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노트가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는지 그 이유를 살펴보고, 특히 테크스타즈가 속한 미국 생태계에서의 노트는 어떻게 이루어져 있으며, 마지막으로 그 노트에서 지분으로의 전환이 실제로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살펴보도록 하자.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발췌 (Source: 국가법령정보센터)>

이때, 예리한 (혹은 경영학을 공부한, *pun intented) 독자들이라면 무담보전환사채, 혹은 무담보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의 전환사채(Convertible Bond) 등이 노트가 아니냐고 지적하실 수도 있을 것이다. 그와 같은 지적과 마찬가지로 전환사채와 노트는 '만기(Maturity)', '이자(Coupon, 혹은 Interest Rate)' 등을 갖는 부채의 성격을 가진다는 점에서 그 공통점을 가지나, 전환사채가 만기 시 주식으로 전환되는 가격을 명시하고 있는 등 그 조건을 보다 명확히 하는 반면 노트는 전환이 발생하는 조건과 그 방법만을 규정하는 등 보다 포괄적인 수준에서의 합의만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이게 무슨 뜻인가 하면

그래서 노트라는 어떻게 생긴 건가요?

아직 우리나라 파운더들에게 노트가 생소할 것이기 때문에 먼저 템플릿(Template)을 소개하면서 노트를 설명해 보고자 한다. 본 칼럼에서 사용할 템플릿은 실리콘밸리의 로펌인 Fenwick & West LLP가 고안한 것으로 여기에서 그 전문을 살펴볼 수 있으니 다음 내용을 함께 살펴보기 전 한 번 읽어보기를 권한다. (미국 내 많은 로펌들이 각기 자사의 템플릿을 제시하고 있으나 그 내용은 대동소이하고, 그중 Fenwick의 템플릿이 가장 자세한 주석을 담고 있다고 판단되어 이를 사용한다)


Fenwick의 템플릿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노트는 크게 다음과 같은 내용으로 구성된다.

  • Amount of Financing(혹은 Purchase Amount): 노트 투자자의 투자금액
  • Closing: (복수의 투자자가 있는 경우) 본 노트와 동일한 조건의 투자 가능 기간
  • Interest Rate(혹은 Coupon): 투자금액에 대한 이자율 (보통 4~6%)
  • Maturity(혹은 Maturity Date): Closing 만기까지의 기간(혹은 Maturity Date 경우 만기일) 의미하며 만기일이 되면 투자자의 선택에 의해 주식으로 '전환'되거나 상환되며, 파산(Event of Default) 발생하는 경우 해당 일을 만기일로 인식함
  • No Prepayment: 만기일 이전에 이자를 포함 상환을 유예함
  • Conversion: 투자금의 주식으로의 전환을 의미하며, 그 조건을 다음과 같이 규정함
  • Next Financing(혹은 Qualified Financing): 전환이 발생하는 후속투자유치를 의미하며, 일반적으로 '얼마 이상의 투자가 유치되는 경우' 같이 후속투자의 규모를 규정함 (Fenwick 템플릿의 경우 $1,000,000 예시로 사용)
  • Conversion Price: 전환이 발생하는 경우 주당(Per Share) 전환가격을 결정하는 방법을 의미하며, 다음의 두 가지 조건 중 투자자에 보다 유리한 조건(주당 전환가격이 더 낮은 것)을 적용

    • Discount: Next Financing 투자자에 적용되는 주당가격 대비 일정 할인율을 적용 (보통 15~25%)
    • (Valuation) Cap: 최대 적용 기업가치로, Cap 적용되는 경우 Cap Next Financing 직전의 총발행주식수로 나누어 주당 전환가격을 결정 (Conversion Price = [Cap] / [총발행주식수])
  • Change of Control: 스타트업이 Next Financing 발생하기 전에 Acqui-hire 등의 형태로 의사결정권자가 변경되는 경우를 의미하며, 경우 노트 투자금액의 2배를 노트투자자에게 상환하는 것이 일반적임
  • Event of Default: 스타트업이 다음 투자를 유치하지 못하고 파산, 청산하거나 노트, 혹은 다른 자금조달 계약의 중요 계약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발생하며, 스타트업은 노트 투자금액에 대한 변제의무를 지게 됨

, 그렇군요 모르겠는데요…XP

그럼 위 내용이 실제 노트에 어떻게 반영되며, 어떻게 주식으로 변환되는지 가상의 사례를 통해 살펴보자.

EUNSE라는 스타트업이 NOTE라는 투자사로부터 10 달러를 노트로 투자받았으며, 이때 Discount Rate 20%, Cap 3백만 달러로 협의했다 가정하자 (편의를 위해 이자는 없으며, Next Financing 기준 금액은 100 달러로 하자). EUNSE 현재 총발행주식수는 1백만 주이다.

<노트 변환 예시을 위한 가정>

이제, EUNSE 성장하여 만기 이전에 SA라는 투자사가 200 달러를 800 달러의 Pre-money 투자하고  싶어 한다고 가정하자. SA 투자금액이 200 달러로, Next Financing 기준인 100 달러를 충족하므로 이제 NOTE 노트투자금액은 EUNSE 주식으로 전환될 것이다.

이때 SA는 자신들이 제시한 조건에 따라 투자조건에 따라, EUNSE의 주식(신주)을 주당 $8에 인수하게 되며, 이때 SA에게 발행되는 EUNSE 주식 수는 250,000주가 된다.

SA EUNSE 주당 인수 가격 = [Pre-money] / [EUNSE 총발행주식수= $8,000,000 / 1,000,000 = $8/

SA에게 발행되는 EUNSE 신주 = [투자금액] / [주당 인수 가격= $2,000,000 / $8 = 250,000

NOTE 이에 따라 SA 주당 인수 가격에서 20% 할인된 금액인 $6.40/, 혹은 3백만 달러의 Cap 적용한 금액인 $3/주에 EUNSE 신주를 인수할 있다.

NOTE EUNSE 전환가격 (Conversion Price, CAP 적용) = [Cap] / [EUNSE 총발행주식수= $3,000,000 / 1,000,000 = $3/

Cap 적용한 전환가격이 Discout 적용한 그것에 비해 현저히 낮으므로, NOTE 당연히 Cap 적용을 선택할 것이고, 결과 NOTE EUNSE 주식(신주) 33,334 주를 보유하게 되며, Next Financing 이후 EUNSE Cap Table(주주명부) 다음과 같이 구성될 것이다.

NOTE에게 발행되는 EUNSE 신주 = [투자금액] / [전환가격= $100,000 / $3 = 33,334

<Next Financing 직후 EUNSE 주주명부>

아하, 그렇군요! 그런데 처음부터 지분율을 정하지 않고 노트를 사용하나요?

노트가 매우 활성화되어 있는 미국 내에서도 노트를 투자의 무용론이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아예 지분율을 명시한 Equity Financing을 사용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노트가 내재하고 있는 불확실성에서 기인한 몇 가지 잠재적 문제점이 거론된다. 그와 같은 문제점들과 그에 대한 방지책이나 해결책은 다음 칼럼에서 보다 자세히 다룰 것이므로, 본 칼럼에서는 그에 앞서 노트를 통한 투자의 정당성을 먼저 살펴보도록 하자.

먼저, 노트가 투자자와 파운더 모두에게 제공해주는 가장 효용은 그것이 초기투자가 내재하는 상당한 리스크 (Risk) 대한 보상 수준을 해당 스타트업의 퍼포먼스에 따라 자동으로, 그리고 매우 적절히 결정해 준다는 것에 있다.

파운더들이 기존에 창업 경험을 보유하고 있으며, 더 나아가 그 파운더들이 해당 시장에 대해 훌륭한 이해도를 보유하고 있는 경우라면 시드 투자자들이 감내해야 하는 리스크의 수준은 상대적으로 낮을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스타트업들과 같이 파운더들의 경험이 충분하지 않고, 더 나아가 스타트업에 대한 경험 역시 전혀 없는 상황이라면? 말할 필요도 없이 시드 투자자들이 감내해야 하는 리스크의 수준은 매우 높아질 것이며 그에 따라 매우 높은 수준의 지분을 요구하는 투자자들도 등장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EUNSE가 만족스러운 성장을 하지 못한 나머지 800만 달러 Pre-money 200만 달러 투자를 유치한 것이 아니라, 100만 달러 Pre-money 25만 달러를 유치하는 수준에 그쳤다고 하자(이 경우 편의를 위해 Next Financing 기준이 25만 달러였다고 하자). 분명 Next Financing이 달성되기는 하였으나 그 수준은 시드투자자가 예상했던 퍼포먼스 수준인 300만 달러 Cap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는 것이며, 이는 향후에도 EUNSE가 상대적으로 낮은 퍼포먼스를 보일 가능성이 높음을 시사하는 것일 수 있다. 따라서 시드투자자가 느끼는 리스크는 훨씬 커질 것이고, 이때 EUNSE는 그에 대해 보다 많은 지분을 제공함으로써 리스크에 대해 보상하는 것이 합당하다 할 것이다.

반면 EUNSE가 잘 성장하여 짧은 시간 안에 시드투자자가 만족할만한 수준까지 성장하는 경우, 노트를 사용함으로써 EUNSE는 아래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시드투자에 대해 투자자가 요구하는 하한선의 지분만을 제공하게 될 것이고, 이 투자는 투자자와 스타트업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투자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아울러 이와 같은 노트의 조절 역할을 파운더가 현명하게 사용하는 경우 Pre-money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방어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을 것이다)

<Next Financing 시 Pre-money에 따른 투자자 지분률 변화표 (Series A 투자자는 Pre-money 대비 1/4 수준의 투자 집행을 가정)>

이처럼 노트는 스타트업의 성과를 기준으로 시드 투자의 리스크와 지분율을 자동으로 조절해 줌으로써, 스타트업의 초기 투자 유치를 보다 수월하게 해 주는 동시에 보다 많은 투자자들이 시드 단계에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다음으로, 노트는 Equity Financing 비해 시간 비용을 폭으로 절감할 있도록 준다.

앞서 Fenwick의 템플릿을 통해 살펴본 바와 같이 노트는 각 투자사(와 그들의 로펌) 사이에서 그 표현상의 차이를 제외하면 큰 틀에서 대동소이하며, 따라서 투자금, 할인율, CAP, 만기, 이자율 등의 중요한 항목에 대한 합의 이외에는 별다른 검토가 필요치 않을 정도로 표준화되어 있다. (할인율, CAP, 만기, 이자율 등의 항목 역시 시장에서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범위가 존재하므로 초기 파운더는 정보의 비대칭성에서 기인하는 위험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따라서 파운더 입장에서 노트는 협상 및 Term Sheet 검토 등에 드는 시간 및 비용을 크게 절감시켜주며, 특히 미국 등의 그것에 비해 상대적으로 의사결정이 늦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진 우리나라 투자사들에게는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수준의 투자 양식을 적용함으로써 운용의 효율성을 증대시켜줄 수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노트가 액셀러레이터와 같이 정기적으로, 다수의 투자를 집행하는 초기 투자자들과 포트폴리오 기업들에게 특히 적합한 투자수단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스타트업 투자에 따른 리스크는 앞서 이야기한 것과 같이 파운더들의 경력과 경험, 그리고 역량에 따라 기업마다 다르다. 따라서 주기적으로 상당한 수의 스타트업을 골라 투자를 집행하는 액셀러레이터 등이 각 배치에 속한 스타트업들과 개별적으로 그 지분 수준을 협상하는 것은 효율적이지도 못할뿐더러, 그 스타트업의 입장에서도 효과적이지도, 공정하지도 않을 것이다. 이때 노트는 그 투자사들에게는 운영상에서 상당한 효율성을 확보하게 해 줄 뿐만 아니라, 스타트업에 대해서는 성장에 더욱 집중할 동인을 제공해 준다. 결국 Cap 이상의 가치를 빠르게 획득함으로써 스타트업은 성장을 가속화하는 것뿐 아니라 지분을 절약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도입에서 언급한 테크스타즈를 비롯,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 엔젤패드(AngelPad) 등의 글로벌 액셀러레이터들이 모두 그 투자에 있어 (SAFE를 포함한) 노트를 사용하고 있는 것은 이와 같은 장점을 반영한 것이라 하겠다.

물론 파운더들이 기존에 훌륭한 창업 경험을 가지고 있으며 시장과 투자의 생리를 잘 이해하고 있고, 투자자 쪽에서도 미국의 VC 들과 같이 빠른 투자 집행이 가능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경우 라면 Equity Financing을 택하는 것이 훨씬 효과적인 경우도 있을 것이다. 반면 그와 같은 미국 생태계 내에서도 노트를 통한 투자가 특히 초기로 갈수록 매우 빈번하게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은 그 자체로 오늘 살펴본 노트의 특징과 장점들이 스타트업의 부트스트랩에 있어 가지는 효과성과 더 나아가 생태계 전반의 활성화에 기여하는 바를 잘 설명해 주는 것이므로 우리 생태계 내에서도 그 본격적인 도입을 논의해 보아야 할 것이다.

다만 오늘 살펴본 장점에도 불구하고 특히 파운더들이 노트의 생리에 대해 충분한 이해도를 보유하고 있지 못한 경우 노트의 발행 혹은 전환 과정에서 상당한 독소가 발생하는 경우도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따라서 다음 칼럼에서는 노트의 본격적인 도입 이전에 반드시 살펴보아야 할, 그와 같은 독소 발생의 가능성 및 그 방지 혹은 해결 방안에 대해 다루어 보도록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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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se Lee is a career founder and now is the founder and Managing Partner at 541 Ventures - a Los Angeles-based VC that invests in frontier tech companies predominantly in their seed and pre-seed stage. Before founding 541, Eunse has served as the Managing Director at Techstars Korea - the first- ever Techstars’ accelerator for the thriving Korea’s ecosystem, after co-founding two prior LA-based VC firms. Having his root in the strategy world, he empowers deeply technical startups to start an industry and strives to be a catalytic partner for them in their journey to succ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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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인물
고인물
3 years ago

한마디로 한국의 전환사채 투자계약서는 본적이 없는 미국인의 뇌피셜임. 위에 나온 conversion price의 유연성은 한국의 전환사채에 전환가격 조정 조건으로 이미 다 쓸수 있는 조건임. 다만, 한국의 전환사채 발행요건상 전환가격을 발행시에 어쨋든 정하게 되어 있는데, 이건 처음에 정해진 전환가격을 나중에 후속투자 받으면 올리거나 내리는 조건을 붙일 수 있음. 이렇게 연동되는 조건을 후속투자 받는 가격이나, 미래의 실적, 기타 재무/비재무적인 전환가격 변동 트리거 조건을 붙이는데 아무 제약이 없음. 하나 더, 미국에선 보통 1년이내로 짧으면 note, 더 길면 bond로 구분하는데, 그래서 보통 note라고 하는 경우에는 단기 브릿지론의 성격임. 다음 투자유치까지 필요한 단기자금을 융통하고 대신 다음 투자유치 밸류에이션에 연동시켜 equity financing에 참여할 수 있는 권리를 주는… Read more »

반갑습니다.
반갑습니다.
4 years ago

너무 잘 보았습니다. 오기가 하나 있는 것 같습니다. “Next Financing 기준 금액은 100만 달러로” ==> “Next Financing 기준 금액은 1,000만 달러로”

테크수타
테크수타
5 years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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