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의 새로운 요충지 호주, 그 살아있는 스타트업 이야기
2013년 04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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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에 종사하거나 어떤 식으로든 관련이 있으신 분들이라면 실리콘밸리의 역사나 환경에 대해 어느 정도 알고 계시리라 생각됩니다. 애플, 구글,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등 스타트업을 꿈꾸는 사람들이 선망하는 모든 회사들이 다 모여 있는 곳이니 당연한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저의 스타트업 '우리말로'가 있는 호주도 그리 많이 다르지 않습니다. 실리콘밸리는 벤치마크의 대상으로 항상 회자되고 비교 분석되곤 합니다. 하지만 접근하는 방식이나 구체화되는 과정은 조금씩 다른 듯 합니다. 호주의 스타트업 환경에 대해 짧게 적어 보았습니다.

 

영어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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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호주가 영어권이라는 점을 상기하고 시작해야겠습니다. 아시아권이나 유럽의 다른 나라들보다 실리콘밸리 문화를 빠르고 쉽게 접할 수 있었던 배경은 같은 영어권에 있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굳이 언론이나 기타 매체들의 번역 작업을 거치지 않더라도 스타트업 정보들을 직접 액세스할 수 있다는 건 굉장한 이점입니다. 가령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되고 미국에서 검증된 사업 아이디어나 시스템이 호주에서 연착륙을 하거나, 호주에 로컬화하는 시도가 훨씬 빠르고 쉬운 이유가 역시 같은 영어권이기 때문입니다.

가장 중요한 건 미국이나 영국 같은 영어권 나라들과의 활발한 교류인데요. 실제로 실리콘밸리에서 활약하고 있는 호주 기업인들이 예상외로 많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Jira/Confluence의 Atlassian의 마이크 캐노브룩스, 스타트업버스의 엘리아스 비잔, 앱 서치엔진 촘프의 벤 키란, 구글 맵 개발자 믹 존슨등의 창업자들은 물론 애플, 구글, 페이스북등의 수퍼 기업들에 근무하고 있는 예비 창업자들도 상당수 있습니다. 이런 실리콘밸리와 호주내 창업 선배들이 경험과 지식을 공유하고 때론 투자를 아끼지 않으면서 호주의 스타트업 커뮤니티는 자연스럽게 성장하게 됩니다.

 

스타트업 커뮤니티

앞서 말씀드린데로, 호주내 스타트업 커뮤니티는 수 년전부터 형성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스타트업의 범위를 IT분야에서도 온라인이나 모바일쪽 사업으로 제한합니다.) 스타트업 붐 조성은 여러가지로 분석될 수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아이디어를 실제화하는 시간과 비용이 엄청나게 절감되었기 때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자본 투자가 없이도 좋은 아이디어와 소프트웨어 개발 능력, 그리고 그래픽 디자인 정도만의 리소스를 가지고 사업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된거죠. 이 부분을 현실적으로 제시한 곳이 바로 실리콘밸리라고 생각됩니다. 페이스북의 전신이 마크 주커버그의 랩탑에서 돌아가고 있었다는 걸 생각해 보면 이해가 되실 겁니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초기 스타트업 커뮤니티는 개발자들을 위주로 발전했습니다. 한 예는, '실리콘비치 (Silicon Beach Australia)'라는 온라인 커뮤니티가 있습니다. 2008년쯤 탄생했는데 개발자들이나 IT쪽 창업을 꿈꾸는 사람들의 커뮤니티로 발전합니다. 사업 아이디어 공유는 물론 개발자들간의 오프라인 만남들을 통해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새로운 사업을 시작할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초기 커뮤니티들은 시드니와 멜번을 중심으로 생성되었는데, 지금도 시드니에서 압도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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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커뮤니티들이 활성화되면서 자연스럽게 스타트업 scene이 만들어 집니다. 하나 둘씩 창업하는 사람들이 생기고, 그런 팀들이 의기 투합해서 co-working space를 만들어가고, 선배 창업자들이 인큐베이터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창업 붐을 한 단계 더 성장시킵니다. 자연스럽게 정부나 투자자들이 모이기 시작하면서 창업 열기가 달아오르기 시작합니다.

현재 시드니에는 여러 곳의 co-working space가 있습니다. 그 중 가장 유명하고 오래된 곳은 'Fishburner'라는 곳입니다 (Fishburn은 호주를 처음 온 선박중의 하나의 이름이라고 합니다.) 현재 4층 건물에 100여개가 넘는 스타트업들이 모여있고 그 중 15개 업체 정도가 총 60억 정도의 성공적으로 투자를 유치했다고 합니다.

인큐베이터로는 'Pollenizer', 'Startmate'등 몇 군데가 있습니다. 아직 'Y-Combinator' 정도는 아니지만 Pollenizer의 경우 2년전쯤에도 'Spreets'(호주의 '그루폰'이라 이해하시면 됩니다)의 약 $40M규모의 엑싯을 성공적으로 유도하는 등 괄목할 만한 성장을 보이고 있습니다. 또 한가지 재미있는 건 호주 인큐베이터를 거쳐 미국의 YC로 넘겨지는 경우도 있다는 겁니다. '99dresses'라는 기업이 그 좋은 예입니다.

마지막으로 스타트업들을 위한 컨퍼런스들이 있는데, 그중 'SydStart'라는 이벤트가 3년 전 시작되었습니다. 우리나라의 'beLAUNCH'를 생각하시면 쉽게 이해가 되실 겁니다. 스타트업들이 모여서 마케팅, 네트워킹 그리고 투자 유치 등을 유도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합니다. 저도 2년 전 '우리말로'가 예전에 개발한 앱을 들고 프리젠테이션을 했고 그 계기로 이후 몇몇 재능 있고 유능하신 분들과 함께하게 되어 여러가지 도움을 받기도 했었습니다.

또한 'Tech23'라는 이벤트도 있습니다. SydStart가 여러종류의 IT비지니스에 오픈되어 있다면, Tech23는 기술 혁신에 좀 더 중점을 두는 곳입니다. 대학에서 연구하는 과제들도 선발이 될 수 있는 이벤트입니다.

 

투자

호주 투자자들은 전통적으로 보수적입니다. 유럽과 흡사하게 비지니스 모델을 굉장히 중요시하는 편입니다. 제가 겪어본 많은 투자자들이 레베뉴가 없거나 확실한 계획이 없다면 아예 관심을 가져주지 않습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호주라는 시장이 작다는 점이 작용되기도 합니다. 확장성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트위터나 페이스북처럼 '일단 유저수부터 늘리고 비지니스 모델은 나중에' 라는 말은 거의 통하지 않습니다. 이에 어떤 창업자들은 실리콘밸리로 직접 가서 투자 유치에 성공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 예로 얼마 전에 실리콘밸리에 만들어진 'Aussie Mafia' 라는 그룹은 호주 창업자들을 대상으로 사무실과 숙박 공간을 제공하는 건 물론 어드바이저와 투자자들을 직접 연결해 주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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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투자 판단 관점이 다소 보수적이나 호주엔 엔젤스라는 개인 소규모 투자자 그룹들이 오래 존재해 왔습니다. '우리말로' 또한 '시드니 엔젤스'를 통해 시드펀딩을 유치하기도 했습니다. 엔젤스의 활성화는 창업 초기 투자가 필요한 많은 스타트업들에겐 단비와도 같습니다. 우리나라에는 엔젤스라는 개념이 이제 막 도입되기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본엔젤스''케이큐브벤처스'등 이 영역을 개척하시고 계신 분들께 정말 큰 박수를 쳐드리고 싶습니다.

문화와 역사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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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한국에서도 테크 미디어들이 생겨서 스타트업 소식을 전해 듣기가 정말 어렵지 않습니다. 'beSUCCESS', '벤쳐스퀘어''플래텀'등등. '엔젤리스트(AngelList)'와 흡사한 데모데이도 있구요. 페이스북으로 연결해 두면 매일 많은 정보를 받아 볼 수 있어 너무 좋습니다.

한가지 느낀 점은 우리나라엔 이 붐을 이끌어줄 창업 선배들이 아직 부족하다는 점입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우리의 문화가 그 한 몫을 한 것만은 분명해 보입니다. 가령 도전 정신 보다는 안정적인 직장을 선호하는 등이 될 것 같습니다. 여기서 실리콘밸리는 지금 막 생긴 신드롬이 아닌 몇 세대에 걸친 결과물이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왜 실리콘밸리가 혁신을 주도하는가를 생각해 보면 그건 역사와 문화의 차이라는 걸 쉽게 알 수 있습니다.

호주는 서양 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미국과 같은 도전 정신은 부족합니다. 오죽하면 'tall poppy syndrome'이란 말도 있습니다. 우리말로 하면 '모난 놈이 정 맞는다'와 같은 얘기인데요, 다른 생각을 하고 다르게 표현하는 사람들을 무시하고 좌절시키는 문화입니다. 성공하는 스타트업의 덕목이 바로 그것인데 우리네 문화는 그걸 좌절시키는 거죠.

다행히 호주는 이런 실리콘밸리 문화를 빨리 습득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기본적으로 위아래 가리지 않고(?) 개인적인 서양 문화가 영향을 끼쳤을 거라 생각됩니다. 인터넷의 영향으로 젊은이들이 쉽게 롤모델들을 찾고 배울 수 있는 점도 무시할 수 없을 겁니다. 창업자들은 물론 사회적으로도 도전 정신을 요구하는 분위기가 고취되고 있습니다. 그 결과는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스타트업 커뮤니티의 규모를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도 '모난 놈이 잘 되더라' 하는 얘기를 들을 수 있는 문화가 정착되면 실리콘밸리를 금방 따라잡을 수 있을거라 생각됩니다.
PS> 호주는 글로벌 마켓을 테스트하기 좋은 여건을 가지고 있습니다. 크지 않지만 영어권 마켓에 대한 피드백을 쉽게 얻을 수 있는 장점들이 있습니다. 마켓 테스트나 호주 스타트업 관련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면 주저 말고 연락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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