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하게 창업하기
2012년 09월 21일

필자를 비롯한 매니지먼트에 관련된 사람들은 비즈니스에서 나이스(Nice) 한 것과 스마트(Smart)한 것을 나누어 정의한다. 나이스한 비즈니스는 효과성에 대한 것, 그야말로 폼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의료용 Application을 만들어 의사가 회진할 때 iPad를 통해 환자의 상태에 대한 자료들을 즉시 확인하고 멀티미디어를 통해 환자에게 정확한 이해를 시킬 수 있도록 하는 비즈니스는 정말로 나이스하다. 그리고 나이스한 것은 보통 돈도 많이 벌 수 있다. 두 배로 폼이 난다. 스마트하다는 것은 반면, “보다 적은 것으로 보다 많은 것으로 얻어내는 것, 즉 효율성에 관한 것이다. 이것은 생존과 수익성 같은 바텀라인(Bottom-line)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나이스한 것에 비해 그 폼은 한참이나 떨어지는 것이다. 솔직히 어떤 때에는 정말 찌질해 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동시에 몇백조(兆) 단위의 돈을 벌어들이는 기업들 역시 스마트해지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하는 것을 보면 폼이 비즈니스의 전부는 아닌 것 같다.

한 연구에 따르면 거의 전체에 가까운 창업자들이 Impact를 위해 스타트업을 한다. “세상을 바꾸어 보겠다!” 따라서 스타트업은 태생적으로 나이스 한 것에 집중하게 될 수밖에 없는 것 같다. 필자 역시 나이스한 비즈니스를 구상하고 있는 여러 스타트업을 만난다. 그리고 필자를 만난 스타트업들이라면 잘 알겠으나, 필자는 언제나 “살아남으셔야죠”, “살아남으세요.”라고 이야기한다. 초를 치는 이야기일 지도 모른다. 하지만 필자가 보기에는 분명 “살아남아야 세상도 바꾸고 돈도 벌 수 있는 것”이다(보통 살아남으시라는 말은 그렇게 세상도 바꾸고 돈도 벌 수 있다고 생각되는 경우에만 한다.). 그리고 이것은 스마트하게 스타트업을 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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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Eric Ries라는 미국의 똑똑한 청년이 자신들의 경험을 모아 Lean Startup이라는 개념을 만들어 냈다(라기보다는 나이스하게 정리한 것이겠으나, 뭐 어쨌든…). Lean Startup은 극단적으로 스마트하게 창업을 하는 것, 즉 정말 최소한의 자원으로 시장에 진입하여 그에 비해 커다란 Impact를 만들어 내는 방법을 다루고 있다.

얼마 전 소개한 Startup Genome Project는 스타트업은 가장 첫 단계인 발견(Discovery)단계에서 최소한의 프로덕트를 개발해 출시하는 Milestone을 거치게 됨을 보여준다. Lean Startup은 이를 MVP (Minimum Viable Product)로 부르며, 이 MVP에서부터 성과지표(Actionable Metrics)의 측정을 통해 지속적인 개선(Continuous Improvement)을 이루어 결국 시장에서 Impact를 내는 프로덕트를 완성해 나아가는 과정을 묘사하고 있다.

MVP와 지속적인 개선은 스타트업에게 그 자원 효율성 측면에서 커다란 의미를 가진다. 먼저,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모두 담은 프로덕트의 개발은 당연히 그만큼 많은 자원을 일시에 투입해야 함을 의미한다. 최근 조선일보의 기사에 따르면 인공위성의 성능을 20% 낮추면 비용은 80% 감소시킬 수 있다고 한다. 이는 성능이 고도화 될수록 그 비용이 exponential 하게 증가함을 의미한다. 따라서 MVP, 즉 최소한의 프로덕트는 최종적으로 의도하는 프로덕트의 완성에 필요한 자원에 비하면 극히 소량의 자원만으로 완성할 수 있다. 두 번째, 모든 프로덕트는 실패할 수 있다. 그런데 다양한 기능, 혹은 고도의 기술이 복잡하게 얽혀있는 프로덕트를 한 번에 내고 그것이 실패한다면, 과연 그러한 “복잡하게 얽혀있는 요소 중 어떤 것들이 실패로 이어졌는가” 를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해진다. 실패를 활용해 다음 번에 성공적인 프로덕트를 만드는 것이 요원해지는 것이다. 반면 가장 단순한 형태의 MVP를 낸 후 그에 대한 의미 있는 성과지표(Actionable Metrics) 추적을 통해 어떤 것이 성공적이고 어떤 것이 실패하였는지를 판별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매우 쉬운 작업이다. (e.g., 10 개의 기능에 대한 지표분석 vs. 2 개의 기능에 대한 지표분석) 이는 동시에 그 추적 및 분석이 상대적으로 적은 자원(시간이든 돈이든)만으로 가능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리고 스타트업은 이렇게 상대적으로 저렴한 지표 측정을 통해 다음번 버전의 프로덕트에 첨가되어야 할(그리고 물론 처음 의도한 방향과 부합하는) 최소한의 기능이나 기술을 결정, 그를 담은 두 번째 최소한의 프로덕트를 내어놓는다. 이때 역시 그 필요자원의 규모는 최소한으로 유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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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이러한 개념의 경영방법은 기존 경영학에서 “탐험적 마케팅(Expeditionary Marketing)”이라는 개념으로 존재해왔던 것이다.

<Figure 1 - 탐험적 마케팅 (Expeditionary Marketing)>

위 그림에서 보는 바와 같이 탐험적 마케팅은 퀵세션(Quick Session)이라 부르는 매우 빠른 개발을 통해 최소한의 프로덕트를 출시(Mini-introduction)한 후, 그 성과에 대해 학습을 하고, 그 결과를 반영한 또 다른 퀵세션과 그에 대한 학습을 반복해 결국 성공적인 프로덕트를 완성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그것이 Lean Startup이든 아니면 기존 경영학에서 불리우는 탐험적 마케팅이든, 이때의 목표는 한정된, 최소한의 자원을 가지고 “가능한 많은 타석에 서는 것(as many times at bat as possible)”이다. 9 회 동안 27 번의 아웃을 당하면 게임이 끝나는, 한정된 기회가 주어지는 야구에서, 타자들은 가능한 많은 타석에 설수록 당연히 투수의 구질을 잘 파악할 수 있고, 그만큼 홈런을 때려낼 가능성이 높아진다. 마찬가지로 스타트업 역시 한정된 자원이라는 기회 안에서 가능한 많은 타석에 섬으로써 투수인 시장(고객)의 니즈를 잘 파악할 수 있게 되고, 그 결과로 시장의 니즈와 훌륭한 Fit(조합)을 이루는 홈런프로덕트(Homerun Product)의 출시 가능성이 극대화된다. “가능한 많은 타석에 서는 것”은 특히, 시장의 니즈가 매우 급속하게 변하는 인터넷과 모바일 시장에서 그 흐름을 적시에 읽고 반영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에 홈런을 때려낼 수 있는 가능성을 더욱 높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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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욱이, 스타트업은 이를 통해 각 퀵세션과 Mini-introduction에 소요되는 자원의 규모를 최소화로 유지함으로써 외부 funding에 대한 필요성을 최소한으로 유지할 수 있다. 극단적으로 높은 효율성을 유지하는 경우라면 독하게 말해 알바를 뛰면서 번 돈만으로도 각 단계를 진행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리고 그렇게 Lean한 오퍼레이션을 통해 Fit를 갖춘 프로덕트를 출시하게 된다면 당연히 시장은 우호적으로 반응할 것이고, 당연히 투자자들은 시장으로부터 우호적인 반응을 얻는 프로덕트를 매력적인 투자처로 파악하게 될 것이다. (Startup Genome Project를 통해서도 실제로 VC 등으로부터의 의미 있는 규모의 투자가 이루어지는 시점은 Fit가 창조된 이후인 Efficiency 단계임이 드러났음을 주목하기 바란다.)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쪽에 서있는 주체들(VC 들을 비롯)은 그 산업을 막론하고 창업 초기에 필요한 자금의 규모가 극적으로 감소하고 있음에 주목하고 있다. 예를 들어, 인터넷 스타트업들에게 과거 상당한 규모의 투자를 요구했던 했던 서버 등의 IT 비용은 이제 유연하게 Scalable한 서비스(Amazon의 EC2 등)를 사용하여 효율화 할 수 있게 되었으며, 제조업 분야에서 역시 그 Prototype 제작 시 필요했던 값비싼 금형 비용을 3D Printing 기술을 사용하여 절감할 수 있게 되는 추세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현상이 아이디어의 구체화가 진행되는 사업 초기 단계에서의 외부자금 유치 필요성을 감소시킴으로써 그 유치 가능성을 더욱 낮추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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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사업은 “내 일(my business)”이다. 얼마 전 Facebook에서 “망해가는 가게에 가봐라. 100% 그 주인들은 담배나 피우면서 나라 탓, 경기 탓만 하고 있다”는 글을 읽었다. 스타트업들은 결국 각자가 가진 자원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해 Fit를 달성해 낼 수 있도록 하여야만 할 것이다. 나이스 함과 스마트 함의 경계에서 필자는 이 때 오늘 소개한 Lean Startup, 혹은 탐험적 마케팅의 개념이 커다란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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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nse Lee is a career founder and now is the founder and Managing Partner at 541 Ventures - a Los Angeles-based VC that invests in frontier tech companies predominantly in their seed and pre-seed stage. Before founding 541, Eunse has served as the Managing Director at Techstars Korea - the first- ever Techstars’ accelerator for the thriving Korea’s ecosystem, after co-founding two prior LA-based VC firms. Having his root in the strategy world, he empowers deeply technical startups to start an industry and strives to be a catalytic partner for them in their journey to succ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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