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드셋을 쓰고 몰입의 경험을 얻는 가상현실(이하 VR)은 1990년대에 시작된 기술이지만, 시장에 정착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 정지 화상보다 소모되는 데이터의 양이 많은 것도 부담이지만, 사용이 번거롭고, 직접 대상을 보는 것에 비해 품질이 너무 떨어지는 문제도 있었다.
최근 들어 데이터 속도가 비약적으로 빨라졌고 촬영 장비의 가격도 낮아진 탓에 헤드셋을 쓰고 보는 몰입형 기술을 비롯한 다양한 종류의 VR 기술과 콘텐츠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순수미술 콘텐츠 서비스 '이젤(Eazel, 대표 윤영준)'은 미술 작품의 관객 경험을 VR 기술을 통해 온라인으로 전하는 서비스다.
이젤은 웹사이트 설명을 통해 "VR을 내세우지는 않는다."고 강조한다. 그보다는 온라인 유저들에게 전 세계의 박물관과 갤러리에서 벌어지는 전시회의 관객 경험을 극대화하는 것이 목표다. 이젤은 개별 전시회를 기준으로 공간을 촬영하고 편집한 후, 장소와 작가명 등 메타 정보를 함께 수록해 정리했다. 사용자가 보게 되는 VR 화면의 품질은 4K 수준의 정지 화상으로, 현재 이젤 웹사이트를 통해서는 비 몰입형인 웹브이알(WebVR) 상태의 화면만을 확인할 수 있다.
창업 초기 단계인 이젤이 최근 힘을 쏟고 있는 부분은 미술관과 갤러리 등을 통한 VR 콘텐츠 수급과 아카이브다. 윤영준 대표는 최근까지 서울을 테스트 지역으로 삼아 작업을 해왔으며, 올해부터는 뉴욕, 보스턴, 홍콩, 도쿄, 자카르타, 상하이 등에서 콘텐츠를 제작할 계획이다. 또한, (영상 등을 포함한) 미디어 전시도 콘텐츠로 포함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이젤의 사업 모델은 갤러리나 미술관, 작가로부터 콘텐츠를 수급하는 과정에서 영상 제작과 편집에 대한 비용을 받고 아카이브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향후 충분한 양의 전시 콘텐츠가 확보되면, 축적된 콘텐츠를 활용해 '매거진' 등 미디어 콘텐츠를 추가하고, 구글 카드보드 등 VR 디바이스와 결합한 월간 전시 관람 구독 서비스도 추진할 계획이다.윤영준 대표는 작품의 직접 판매 또한 사업 모델에 포함되어있긴 하지만 "미술 경험을 큐레이션하고 사람들에게 제공한다는 취지"라면서, 작품 판매나 예술가 네트워크를 목적으로 하는 다른 순수미술 플랫폼과의 차별성을 강조했다. 이젤은 오는 3월 말 전용 애플리케이션 출시와 함께 정식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