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에 미디어 스타트업을 이야기하기란 생각보다 쉽지 않다. 지난 몇 년 동안 축적의 과정을 거치며 올해는 그 결실과 치부가 드러났고, 그러한 결실과 치부는 변화의 바람을 만들었다. 가라앉는 쪽과 새롭게 떠오르는 쪽, 그리고 이걸 스타트업이라 할 수 있을까 싶은 것까지 스타트업 미디어의 생태계는 더욱 복잡해졌고, 지금까지 알고 있었으면서도 해결하지 못했던 묵혀놓은 숙제는 물론 새롭게 직면한 과제까지 종사자들이 풀어야 할 건 더욱 많아졌다. 뚜렷하게 정의를 내렸다가는 언제 썼던 글을 철회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지 모르니, 함께 물음표를 던지며 알아보도록 하자.
신생 뉴스 서비스?
대부분 미디어 스타트업이라고 했을 때 최근에는 영상 콘텐츠를 제작하는 쪽을 생각하겠지만,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새롭게 생겨난 뉴스 서비스가 대세였던 시절이 있었다. 그러한 인식은 지금도 유효하며, 대부분의 미디어 스타트업은 이러한 뉴스 서비스의 형태를 지닌다. 뉴스 서비스는 말 그대로 각종 뉴스를 전달하는 형태를 이야기한다. 미국에는 복스Vox, 믹스Mic, 바이스Vice, 나우디스NowThis 등 신생 뉴스 서비스에 해당하는 매체가 늘어났고, 그들이 새로운 생태계를 열기도 했다. 각각의 매체는 브랜딩이나 규모 성장에 있어서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줬고, 여전히 잘 운영되고 있다. 한국에는 2010년 이후 ㅍㅍㅅㅅ, 슬로우뉴스와 같은 새로운 뉴스 서비스가 생겨나기 시작했다. 모두 미디어 스타트업이라 말할 수는 없지만, 한때는 인사이트나 위키트리, 허핑턴포스트코리아 등이 비슷한 시기에 생겨나며 새로운 생태계를 꿈꿨던 적이 있었다. 지금도 뉴 미디어 생태계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존재하긴 하지만, 아직은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보다는 고민과 실험을 끌어안고 있는 모습이다.
뉴스 서비스라고 하기보다는 새로운 정보를 전달하는 미디어 스타트업도 다수 탄생했다. 버즈피드BuzzFeed의 테이스티Tasty, 나우디스NowThis와 같은 미디어 그룹의 더두두The Dodo를 비롯해 한국에서도 쉐어하우스, 그리드잇, 아웃스탠딩 등 많은 매체를 꼽을 수 있다. 앞서 말한 뉴스 서비스나 지금 말하고 있는 정보 제공 형태의 미디어 스타트업은 모두 뚜렷한 컨셉을 지니고 있다. 기존의 매체와는 다른 카테고리를 설정하는 것부터 톤과 매너, 초점을 두는 부분이나 해석의 방향까지 같은 정보라도 그것을 다루는 방식이 다르다. 최근 이러한 뉴스 서비스 중 다수는 영상 형태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편이다.
MCN(다중 채널 네트워크Multi Channel Network)?
그렇다면 MCN은 어떨까. 다중 채널 네트워크, 즉 여러 채널과 계약하거나 제휴한 조직으로 콘텐츠 제작자의 일을 돕는 회사다. 여러 1인 창작자를 서포트하거나 자체적으로 기획물을 선보이기도 한다. 유튜브는 물론 SNS, 아프리카TV, 유큐Youku에서 이제는 IPTV, 구글 크롬캐스트, 애플TV등 이들이 활동하는 영역도 많아졌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기업도 MCN에 뛰어들었다. 대표적인 예시는 역시 다이아TV다. 하지만 다이아만 있는 것은 아니다. 트레져헌터, 비디오빌리지, 72초, 샌드박스 네트워크 등 스타트업이라고 할 수 있는 기업 중에서 좋은 성과를 보이는 곳도 상당히 많다. 비슷하거나 혹은 다를 수도 있지만, 다른 말로는 영상 콘텐츠 스타트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 글랜스가 가장 대표적이다. 이들은 하나의 미디어로서 성장하고 있지만, 어쩌면 위에서 말한 뉴스 서비스들과는 완전히 다른 결을 지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회사가 돌아가는 방식, 동력 등 많은 부분에서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콘텐츠 스타트업?
여기서 많은 사람은 미디어 스타트업과 콘텐츠 스타트업을 자연스럽게(?) 혼동할 수 있다. 사실 나 역시 마찬가지다. 그렇다면 우리는 피키캐스트, 메이커스와 같은 곳도 미디어 스타트업이라고 할 수 있을까? 현재 스낵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곳 중 미디어 스타트업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곳은 몇 곳이나 있을까? 가장 중요한 척도는 역시 당사자들이 정체성을 어떻게 두는가에 달렸다. 다만 그렇게 보았을 때 페이스북 페이지를 메인으로 둔 경우도 미디어 스타트업이라고 해야할까? 최근 미디어 스타트업은 다양한 방식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그중 일부는 페이스북에 아주 많은 공을 들인다. 하지만 난무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중 미디어 스타트업의 것에 해당하는 건 실상 그렇게 많지는 않은 편이다. 특히 아무렇지도 않게 저작권이 있는 영상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아, 미디어 스타트업에게는 이미지나 브랜딩 측면에서 (혹은 페이스북에서 주목 받기 힘들어진다는 점에서) 좋지 못한 환경이라고 볼 수도 있다.
버티컬 미디어?
끝으로, 기업의 미디어도 미디어 스타트업이라고 해야 할까? 이 경우는 아마 뉴미디어라는 단어와 헷갈릴 수 있을 것 같다. 뉴미디어로 불리는 신사업을, 그리고 공중파 채널에서 만드는 MCN을 우리는 어떻게 분류할 수 있을까. 함께 생태계를 공유하고 그 안에서 생존과 성장을 도모한다는 점에서 버티컬 미디어는 미디어 스타트업과 나란히 이름을 올릴 수 있지만, 동력이나 성장 배경 등 여러 조건의 측면에서 다른 환경을 지니고 있으므로 동일 선상에서 언급하기 모호할 수도 있다. 분명하게 말할 수 있는 건, 그만큼 미디어 스타트업은 쉽게 정의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결론: 이러나저러나 미디어 스타트업은 힘들어
뉴미디어, 넥스트 미디어 등 미디어 스타트업이 포함되는 단어도, 정의도 다양하다. 다양한 컨퍼런스나 행사도 생겨나고 있고 장기적인 논의도 이어지지만, 결국 현실적인 정답은 아무도 내리지 못하고 있다. 컨퍼런스에서 오가는 이야기나 구체적인 내용은 여러 검색을 통해 찾는 편이 더욱 나을 것이다. 다음 편에서는 가장 현실적인 문제이자 동력에 해당하는 금전적인 문제, 비즈니스 모델에 관한 이야기와 미디어 스타트업에게 주어진 과제를 구체적으로 이어가고자 한다. 깊이 있는 이야기보다는 당장 눈앞의 현실에 관한 이야기에 초점을 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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