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메디아티, 네이버, 옐로우독이 공동으로 출자해 멀티콘텐츠 스타트업 투자를 목적으로 한 투자펀드 ‘소란 1호’를 만들었다. 또한, 과학/공학 콘텐츠 스타트업 긱블Geekble이 소란 펀드로부터 투자를 받고 네이버로부터 투자를 받기도 했다. 피키캐스트, 메이커스, 쿠캣, 72초 등 몇 곳이 큰 투자를 받기도 했고, 국가 차원에서 콘텐츠 스타트업 지원 확대 방안 연구나 투자유치를 주도하기도 하지만 조금 다를 뿐인데 미디어 스타트업은 상대적으로 투자를 받는 경우가 매우 적다.
해외에서는 미디어 스타트업에게 투자를 하거나 혹은 버티컬 미디어로 합병, 인수하는 경우가 많이 있다. 미국의 경우에는 주로 대규모 투자액을 유치하여 그걸 기반으로 각종 비즈니스모델Business Model (이하 BM)을 실험하고 있으며, 일본의 경우에는 대형 미디어가 스타트업 미디어를 대량 흡수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 한국에서는 두 가지 케이스 모두 좀처럼 찾기 힘들다. 사실 미디어 스타트업은 초기 자본이 크게 들지 않는다. 인력과 아이디어, 기술과 기획력이 있다면 충분히 시작해볼 수 있다. 그러나 스타트업이라고 하여 계속 사람을 갈아 넣으며 기업을 유지할 수는 없다. 한국 사회에서 인건비라는 것이 얼마나 작고 초라한지를 생각하면 특히 동력이 필요하거나 단기전으로 계속 성과를 내야 앞으로 치고 나갈 수 있는 스타트업에게 결국 BM은 막막하면서도 절실한 존재다. 꾸준히 이야기했지만, 현실적인 성과, 현실적인 동력이 없다면 의미만으로 스타트업을 하는 건 결국 말 그대로 뼈와 살을 내주고 회사를 운영하는 셈이다.
그렇다면 미디어 스타트업에게 BM은 어떤 게 있을까? 여러 사례나 경험을 종합해봤을 때 빠르게 제안을 할 수 있는 건 다음과 같다.
1. 광고
미디어 스타트업을 하면서 새로운 시각, 새로운 대안으로서의 미디어를 추구하고자 광고 자체를 거부하는 이들도 보았다. 그러나 시쳇말로 짜치지 않는다면, 그러니까 추구하는 방향과 비슷한 방향을 가진 기업이라거나 구글 애드 정도라면 충분히 고려해보고 또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배너를 통한 직접 광고든 네이티브 애드, 브랜디드 콘텐츠, PPL이든 적어도 미디어 스타트업이라면 할지 말지를 망설이는 것보다 자신의 미디어 내에서 어떤 식으로 풀어나갈지를 고민하는 것이 더욱 건강한 고민일 것 같다고 생각한다. 요즘은 SNS 위에 집을 짓는 미디어가 많아졌지만, 자신만의 플랫폼이 있다면 광고는 더욱 적극적으로 생각해봐야 한다. 자신의 플랫폼에 광고를 노출하며 SNS는 광고를 내줄 수 있는 추가 창구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2. 머천다이즈Merchandise
가장 대표적인 것이 열정에 기름 붓기가 아닐까 싶다. 열정에 기름 붓기는 스케줄러를 선보이며 화제를 모았던 바 있다. 열정에 기름 붓기라는 곳이 지닌 아이덴티티와 기능을 일종의 머천다이즈로 고스란히 옮겨놓은 셈이다. 오프라인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것은 비단 열정에 기름 붓기 뿐만은 아니다. 최근에는 카카오나 네이버 등 여러 곳에서 소규모로 판매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해주는가 하면, 텀블벅과 와디즈를 비롯해 펀딩의 방식으로 시작할 수 있는 창구도 있다. 머천다이즈라고 했지만, 여기에는 자체적으로 발간하는 책이나 오프라인 매거진도 포함되며, 플랫폼 내에서만 사용할 수 있는 가상화폐 등의 버추얼 굿즈도 포함된다. 머천다이즈에서 자연스럽게 파생할 수 있는 두 가지 수익구조를 좀 더 소개한다.
3. 강연/이벤트 (오프라인 콘텐츠)
오프라인으로 만날 수 있는 무언가를 파는 거라면, 그것을 오프라인에서 직접 파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제작비나 제작 과정 자체가 부담스럽다면, 요즘은 본인 자체를 팔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각자의 경력이 미천하다고 생각하지 말고, 경험도 자산인 만큼 직접 자신을 어필하여 여기저기 팔아보자. 정반대로, 어느 정도의 수익을 구했거나 수익 모델로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것이 바로 강연과 페스티벌이다. ㅍㅍㅅㅅ의 어벤저스쿨도 있고, 마이크 임팩트나 여러 스타트업에서 여는 강연 형태의 오프라인 콘텐츠도 많아졌다. 최근에는 페스티벌도 펀딩이 생기는가 하면, (경력이나 신뢰를 줄 수 있는 커리어가 필수적이긴 하지만) 좋은 기획이 있다면 발로 뛰며 스폰서를 열심히 구하여 만들 수도 있다.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피치포크Pitchfork가 페스티벌로 큰 수익을 벌어 동력을 구하기 시작했다는 걸 생각해보면 나쁘지 않은 방식이다.
4. 유료화
버추얼 굿즈, 온라인 머천다이즈를 팔 생각이 있다면 당연히 자연스레 생각이 이어지는 것이 콘텐츠 유료화일 것이다. 그러나 유료화는 한국에서는 꽤 어려운 방법으로 통한다. 지금은 많이 개선되었지만, 콘텐츠에 금액을 내는 것이 익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단순 유료화가 힘들다고 판단했다면 퍼블리Publy의 경우처럼 유료 판매 콘텐츠를 제작하거나 게이미피케이션 등의 방식으로 유저에게 친숙하게 접근하여 금전과 콘텐츠가 교환되게끔 접근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다만 게이미피케이션에는 그만한 기획력이 투입되어야 하므로 어려운 방법의 하나라고 볼 수도 있다.
5. 콘텐츠 판매
여기서 말하는 콘텐츠 판매는 위에서 이야기한 몇 가지 방식이 포함된 것이기도 하며, 동시에 그 모든 콘텐츠 판매를 포괄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따라서 여기에는 사람 판매, 기술 판매도 포함한다. 방송국의 경우 광고를 받으며 프로그램의 판권을 팔듯, 온라인 콘텐츠도 영상을 다른 플랫폼에 유료로 제공하는 등의 방식을 만들어낼 수 있다. 여담이지만, 사내 개개인이 SNS 등의 플랫폼을 통해 창구를 만들고 콘텐츠를 진행한다면 (MCN과 차이점이 없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을 유기적으로 잘 활용하여 좋은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 물론 피키캐스트처럼 나중에 퇴사할 때 개인이 이름과 브랜드를 들고 나갈 수 있는가 없는가에 관한 논의는 최대한 투명하고 깨끗하게 해야 할 것이다. 미디어 스타트업이라면 이제 직원을 방치해서는 안 된다. 모든 직원을 꺼내서(?) 적극적으로 활용해보자. VJ 방식으로 등장해도 좋고, 직간접적으로 자아를 드러내도 좋다.
6. 제휴, 협업
유료로 콘텐츠를 파는데 어딘가 조금 아쉬운 상태로 진행이 되지 않는다면, 공동 제작이나 제휴, 협업 등을 제안해보자. 사실 이 방식은 돈을 번다기보다는 덜 쓰거나 조금 남기는 것에 가까운데, 그렇지만 꾸준히 무언가를 제작해야 하는 미디어의 입장에서 제휴와 협업은 결코 나쁜 선택은 아니다. 특히 새로 시작하는 쪽에 가깝다면 더욱 그렇다. 함께 일하는 기업의 이름을 통해 신뢰를 빠르게 획득할 수 있는가 하면 일하는 과정에서도 노하우나 기술적인 부분 등 가져갈 수 있는 것이 많다. 크레딧에 공동으로 이름을 올리거나 제작에서 서로 부담하는 쪽을 나누거나, 한쪽이 제작비를 담당하면 한쪽이 인력을 담당하는 등 함께 일할 방법과 여지는 아주 많으니 그야말로 협상하기 나름이다.
7. 커머스Commerce
아예 쇼핑몰을 여는 방식이다. 이러한 방식은 하입비스트Hypebeast를 비롯한 패션 미디어에서 주로 선보인 방식인데, 앞서 말했듯 요즘은 대형 포털이 판매 공간을 제공하고 있어서 큰 장점이 될 수는 없다. 다만 고객에게 좋은 큐레이션을 줄 수만 있다면 29cm이십구센치처럼 미디어로서, 쇼핑몰로서 양쪽 모두에서 두각을 드러낼 수도 있다.
8. 컨설팅Consulting
미디어 스타트업이 취재를 바탕으로 혹은 운영을 바탕으로 얻게 된 인프라나 기술을 토대로, 기업이나 개인에게 필요한 것을 맞춤 서비스로 제공하는 것을 이야기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미디어 스타트업 자체가 지닌 공신력이나 데이터가 뛰어나야 한다. 다만 정말 취재나 콘텐츠 자체에 자신이 있다면, 그리고 인사이트 파악이나 현장의 흐름을 읽어내는 데 자신 있다면 그것을 어느 정도 콘텐츠로 선보이면서 그걸 토대로 수익화 모델을 생각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는데, 그 외에는 공간 사업이나 인수 매각 등 여러 방법이 있기도 하다. 아직 사례를 본 적 없지만, 미디어에서 발생하는 수치(어떤 소재일 때 어떤 타겟에 어느 정도 도달하는지 등)를 기업에 판매할 수도 있을 것이다. 사실 중요한 것은 어떤 BM을 고르고 적용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에 관한 고민이다. 결국 어떤 BM이든 손해를 보는 것이 아니라면 최대한 실행에 옮겨보고, 그중 가장 맞는 비엠을 택해서 빌덥하는 것이 최우선이다. 미디어 스타트업은 사례 자체를 찾는 게 쉽진 않지만, 성공한 미디어 스타트업의 BM을 벤치마킹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상상력이다. 미디어 스타트업과 전혀 연관이 없다고 생각했던 BM도 어쩌면 미디어 스타트업과 잘 맞을 수도 있는 것이다. ‘이걸 적용할 수 있을까?’에 관한 고민은 시뮬레이션도 좋지만, 어느 정도 실험해보는 것도 중요하다. 전혀 말이 안 된다고 생각이 드는 거라도 나에게 맞게 맞추는 과정을 거치면 가능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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