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들어갈때마다 사람들이 나한테 묻는 질문이다. 그리고 미국에 있을때도 일주일에 여러번 이메일이 온다. "글로벌 서비스를 하고 싶은데 한국에서 개발하는게 맞는건가요 아니면 미국으로 가서 하는게 좋은가요?"
미안하게도 정답은 없다. 어떤 스타트업들은 한국에서 시작했고 아직도 한국에 있지만 글로벌 서비스를 하고 있고, 어떤 스타트업들은 미국으로 완전히 이사해서 실리콘 밸리에서 일하고 있지만 글로벌 서비스는 커녕 제품하나 없다. 어떤게 정답일까? 나한테 물어보면 나는 그래도 미국에서 하는게 유리하다고 말해준다.
*참고로, 이건 내 개인적인 견해이다. 나랑은 완전히 반대의 입장을 취하시는 분들도 있고, 동의하지 못하는 분들도 많다는걸 잘 안다.
이와 관련 간단한 일화를 공유한다. 이번에 한국 나갔을때 과거 한국 뮤직쉐이크 개발팀장과 저녁을 먹은적이 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과거 업무 이야기가 나왔고 페이스북앱 이야기가 나왔다. 2008년 여름에 - 이때만해도 페이스북 앱이 굉장히 인기가 많았다. 너도나도 페이스북앱을 만들었고 Zynga와 같은 소셜 게임도 이때부터 뜨기 시작했다 - 우리도 뮤직쉐이크 앱을 페이스북앱으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당시만 해도 모든 개발은 한국에서 진행했기 때문에 우리는 한국 개발팀에 페이스북앱에 대해서 잘 설명하면서 앱 개발을 진행했다. 결과물은 반쪽짜리 앱이었다. 그 이유에 대해서 개발팀장이 이번에 나한테 했던 말; "페이스북이란걸 사용을 해봤어야지. 계정도 그때 처음 만들었는데, 친구들이 하나도 없으니까 이건 어떻게 써먹는건지도 모르겠더라. 코드야 어렵지 않아 그냥 SDK니까. 근데 이게 만들어지면 어떻게 사용되는지 전혀 감을 못 잡으니까 개발이 참 막막했어."
미국에서는 하루에도 수십개의 새로운 서비스들이 탄생한다. 물론, 90%는 뜨지 못하고 곧 죽지만 그 중 몇개의 서비스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와 같이 대박을 친다. 어느날 갑자기 내 주위 사람들이 처음 들어보는 서비스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그 서비스를 사용하기 시작하면 바로 바이럴리티(virality)의 진행을 목격하게되는 그 순간이다. 한국에 있으면 이런걸 접하는 타이밍이 상당히 느리거나 아예 접하지 못한다. 지금도 미국에서는 엄청나게 뜨는 서비스들이 많은데 막상 한국 가보면 아무도 모르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좋은 예는 페이스북이나 트위터이다. 교포 친구들이나 미국에 지인들이 많은 한국에 거주하는 분들은 분명히 어느 순간에 이들이 페이스북/트위터를 사용하는걸 목격했고 그로 인해서 사용하기 시작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미국에서 페이스북 열풍이 불기 시작하고 거의 1-2년 이후였을거다.
우리는 소셜미디어 세상에 살고 있지만서도 물리적인 위치, 그 위치로 인해서 접하게 되는 문화, 그리고 그 문화를 접하게 되는 타이밍에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 위에서 예로 들었던 뮤직쉐이크 개발팀장님의 말과 일맥상통한다. 이 분이 만약에 그당시 미국에 있었다면 매일 접하는 서비스나 문화에 페이스북이 분명히 깊숙하게 자리잡았을 것이고, 주변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어떻게 사용하고, 미국의 다른 서비스들이 페이스북 플랫폼을 어떻게 이용하는지 잘 알았을거다. 그리고 우리 앱도 그렇게 만들었을 것이다.
물론, 한국에 있다고해서 이런게 안되는건 아니다. 영어를 하고, 실리콘 밸리 관련 최신 소식을 항상 읽고, 새로운 서비스를 사용하는 분들도 많다. 하지만, 실리콘 밸리에 물리적으로 살고 있는 사람보다는 타이밍이 늦고, 몰입의 정도가 약하다. 왜냐하면 미국에 있으면 이런게 그냥 daily life의 일부이기 때문에 무의식중에 계속 흡수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요새같이 빨리 변하는 세상에서 타이밍이란걸 무시할 수 없다.
이게 미국으로 올 수 있으면 오는게 더 유리하다고 내가 생각하는 첫번째 이유다.
미국으로 오는게 더 좋다고 생각하는 두번째 이유는 바로 end-to-end user experience 때문이다. 우리말로 하면 '완전한 사용자 경험' 정도?
한국에 살고 있고 미국 거주 주소랑 미국 신용 카드 (또는 해외 사용 가능 카드)가 없는 분들은 미국의 서비스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전자상거래 사이트를 통해서 물건을 구매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정식으로 한국용 버전을 launch한 서비스는 사용 가능하다.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전에는 Amazon.com이 대표적인 케이스였다. 몇년 전만 해도 한국에서 아마존을 통해서 물건을 구매하려면 미국 주소로 된 신용카드가 필요했다. 음악 스트리밍 사이트인 Pandora도 국가별 음악 저작권 문제 때문에 한국에서는 아예 서비스 (웹사이트, 앱) 접속이 안되는걸로 알고 있다.
사용하기 쉽고 사용자 경험이 가장 부드러운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만드려면 아마존은 반드시 벤치마킹해야할 서비스이다. 전세계 전자상거래 서비스 중 절반 이상이 아마존의 UI와 UX를 벤치마킹하고 있다. 전자상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순간은 고객이 물건을 주문하는 과정이다. 결제하는 프로세스가 복잡하거나 하다가 에러가 나면 짜증나서 사이트를 떠나는 고객들이 많다. 아마존은 바로 이러한 모든 일련의 과정들을 아주 아름다운 UI와 UX를 통해서 구현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 과정을 직접 경험할 수가 없었다. 물론, 디자이너들과 개발자들이 아마존 사이트에 와서 한 두 시간 정도 여기저기 다녀보면, "아, 이제 감 잡았어. 대략 이렇게 만들면 되겠구나."라는 생각들을 하는데 가장 중요한 구매 프로세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경험을 해보지 못하면 절대로 아마존의 full user experience를 몸으로 느끼지 못한다.
브라우저에서 www.amazom.com을 치고 들어와서, 계정을 만들고, 원하는 물건을 검색하고, 물건을 구매하고, 구매한 물건을 받아보고, 받아본 물건에 대해서 리뷰를 올린다. 이 모든 과정을 직접 몸으로 경험을 했을때 비로써 우리는 end-to-end user experience를 경험했다라고 말할 수 있다. 위에서 말했듯이, 지금은 한국에서 아마존 사용이 가능한지 모르겠지만 한국에서 이런 full 유저 경험을 하지 못하는 미국 서비스들이 아직 너무 많다. 그렇기 때문에 한국의 많은 사이트들을 사용해보면 미국 서비스들과 비스무리하게 만들었지만서도 뭔가 불편하고 반쪽짜리인거 같다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기획/디자인/개발자가 직접 처음부터 끝까지 사용해보지 않았으니까 그런거다.
판도라는 최고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이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아예 서비스 접속을 못한다. 아마존과 마찬가지로 주위 친구들이 사용하는걸 어깨넘어로 보거나, 유투브에서 서비스 리뷰하는걸 시청하거나, 아니면 스크릿샷들을 본 사람들이 판도라를 벤치마킹해서 그만큼 좋은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를 만드는건 힘들다. 흉내는 낼 수 있지만, 결국 사용자들이 사용해보면 뭔가 어디선가 어색하고 사용자 경험을 방해하는 결정적인 요소들이 존재할 수 밖에 없다.
이게 미국으로 올 수 있으면 오는게 더 유리하다고 내가 생각하는 두번째 이유다. 다시 한번 공지하지만 첫번째, 두번째 이유 모두 지극히 100% 내 개인적인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