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들이 Start-up에게서 배워야 하는 이유
2012년 04월 02일

작년에 내가 고안한 비즈니스 전략 프레임워크인 “the Fan-oriented Strategy(Fan지향 사업전략”)에 관해 했던 프레젠테이션 중 한 번은 관객들에게 물었다.

“S&P 500 Global 중에서 그 제품군은 단지 다섯 개 밖에 되지 않는데 비정유사로서는 가장 큰 시가총액을 굴리는 기업이 어딘지 아십니까?”

그런데 불과 1 년도 지나지 않은 이 시점에, 당시 나의 말을 틀린 것이 되어버렸다. 오늘날 그 기업은 “전세계 모든 기업을 통틀어” 가장 큰 시가총액을 굴리는 기업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다. Apple Inc. 이다.

지난 주말, 조선일보의 WeeklyBiz에는 Fortune의 상임편집자이면서 Inside Apple이라는 책의 저자인 애덤 라신스키의 인터뷰가 실렸다. (우연히도 그 인터뷰어는 beSUCCESS가 이번 6 월에 개최하는 beLAUNCH의 연단에 서게 될 것이지만 이 글의 주제는 아니므로 그 얘기는 하지 않도록 하자) 매우 흥미로웠던 그 인터뷰에서 라신스키는, Apple이 그토록 혁신적이고 성공적일 수 있었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Apple이 전 세계에서 가장 거대하고 가장 성공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오늘날까지도 그들이 실제로 자신들의 조직 내에 Start-up적인(기업가적인) 문화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라 주장하였다.

혁신적인 것과 기업가적인 것. 이 둘이 과연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인가? 이 두 속성 사이에 어떠한 상관관계라도 있는 것인가?

감히 자신있게 말하건데, 분명히 “그렇다”.

모든 대기업에는 우리가 “관료주의”라고 부르는 것이 존재한다. 그리고 “관료주의”는 그 조직 안에 (가능한 좋게 표현했을 때) 계층구조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뜻이며, 이는 다시 의사결정구조에 있어 아무도 이의를 제기하지 못할 흐름이 존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좋게 표현되지 않았을 때에는 “닥치고 시키는대로 해! 내가 상사야!”라는 뜻이 될 것이다) 이쯤에서 부디 오해하지 말아주었으면 하는 것은 내가 관료주의나 계층구조에 전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관료주의와 계층구조는 조직이 효율적으로 운영되도록 하는데 필수적인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나는 이들이 너무 과해지는 것에 반대할 뿐이다.

(특히 대기업만 경험하여) Start-up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경험해보지 못한 독자들을 위해서 Start-up 내에서 가장 빈번하게 벌어지는 일을 소개하자면 아마도 “싸움”과 “혼돈”이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Start-up에서는 누군가가 그 창업자이거나 CEO이거나, 아니면 둘 다라고 해도 (그 팀 멤버들에게 잘 해야 쥐꼬리만한 월급 밖에 줄 수 없을 것이기에) 그 권위라고 해 봤자 대기업 대리 정도의 절반도 되지 못할 것이다. Start-up에서는 대기업과 같은 Top-down의 의사결정 구조는 존재하지 않는다. 무슨 뜻이냐 하면, Start-up의 팀 멤버들은 CEO가 내놓는 아이디어라 하더라도 “bullshit!”이라 말하기를 주저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고, 그 CEO는 그 말을 들어야 할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놀랍다. Start-up들과 창업자들 중 대다수는 소위 좋은 “스펙”도 가지고 있지 않고, 자신들이 다음 번에 무엇을 해야 할지 말해주는 컨설턴트도 없다. 그들이 무엇인가를 혁신하는데 가용할 수 있는 엄청난 돈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사상 가장 위대한 혁신 아이디어들은 모두 이들 마이너 리그에 속한 혼란스러운 팀들에게서 나왔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러한 일이 가능한가? 대기업에서 일하는 이들은 솔직히 이들 창업가들을 무명이라는 이유로 업신여기지 않는가.

Top-down 흐름을 가지고 있지 않기 때문에(혹은 가질 수 없기 때문에) Start-up에서 정보와 아이디어는 그야말로 어디에서나 흘러 들어오게 된다. 대기업에서 아마도 가장 신선하고 가장 혁신적이며 가장 틀에 얽매이지 않았을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이들은 신입사원들일 것이다. 그런 그들이 상사를 위한 잡무를 처리하고 있을 때, Start-up의 모든 멤버는(막 고등학교를 졸업했든 아니면 그 이전까지 대기업의 C-level이었든) 앞서 말한 혼돈과 싸움을 통해 각자의 아이디어를 내어놓고 그들을 실행에 옮긴다. 왜냐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래야만 하기 때문이다. 대기업의 CEO가 아마도 시장으로부터 가장 크게 괴리된 인물일 것인 반면, Start-up의 모든 멤버는 의사결정자인 “동시에” 시장 그 자체이다. Start-up들은 대기업에서 하는 것처럼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해 시장을 분석하지 않는다. 그들은 안전빵이 되려 노력하지 않는다. 그들은 검증되지 않았고 전례도 찾아볼 수 없는, 시장에 대한 자신들만의 시각(bias)으로 가득 차있다. 따라서 당연하게도 그들의 아이디어는 전통적인 시각에서는 그 성공을 예측할 수 없는 것들이다. 문제는, 우리가 말하는 “혁신”이란 것이 바로 그러한 것이라는 데에 있다.

Walmart로부터 Apple에 이르기까지, 역사상 가장 혁신적이고 가장 성공적인 기업들은, 그 산업을 막론하고, 모두 이를 알고 있었다. 따라서 그들은 모두 계층구조와 기업가적 문화를 훌륭히 조화시켰다. Apple의 창업자이자 CEO였던 故 Steve Jobs는 공포감을 조성하는 성격으로 악명이 높은 인물이었으나, Apple 내에서 가능한 엄격한 Top-down의 절차를 만들려 노력했던 것만큼이나 의도적으로, 그리고 지속적으로 그 조직 내에 Start-up을 모방하는 문화와 환경을 만들어 냈다.

지금까지의 내용을 다시 읽어보니, 대기업이 Start-up들에서 배워야만 하는 이유를 너무 단순화 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나는 그 내용은 분명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라고 믿는다. 나는, 만약 페르디난도 왕이 크리스토퍼 콜럼버스에게 신대륙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를 가져오라고 말했거나 아니면 그와 같은 증거에 의해 콜럼버스에게 신대륙을 찾아가라고 명령했다면 콜럼버스는 절대 당시 아무도 그 존재를 믿지 않았던 신대륙까지 항해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믿는다. 오늘날의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은, 모든 조직구성원이 크리스토퍼 콜럼버스가 되고, 모든 상사들은 페르디난도 왕인 “동시에” 콜럼버스가 되기를 요구한다.

따라서 모든 대기업과 그 속한 분들을 존중하는 마음만큼이나 그들에게 이야기하고 싶다. 이제Start-up들에게서 배우는 것을 심각하게, “심각하게” 고려해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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