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의 gloops 인수가 시사하는 것.
2012년 10월 09일

지난 10월 1일, 넥슨 그룹은 일본의 모바일 소셜 게임 회사 gloops를 100% 인수했다고 밝혔다. (영문 IR 자료 보기)

직원수 427명, 2012년 6월 기준 연간 실적은 매출 237억엔, 경상이익 58억엔, 순이익 30억 9700만엔. 우선 한국을 대표하는 메이저 모바일 게임 회사들을 압도하는 실적이 시선을 끈다. 넥슨이 그 동안 M&A에서 선호한 1) 캐시카우가 분명히 존재하고 2) 지분이 소수 인물에게 집중되어 있으며 3) 넥슨의 기존 포트폴리오를 보완하는 장르, 경험해보지 못한 마켓에 특화되어 있는 회사라고 할 수 있다.

또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인수했다는 점도 언급하고 싶다. 이는 피쳐폰 위주로 기존 게임 업계와 다소 괴리되어 있는 일본 모바일 게임 마켓의 특수성과 함께, gloops 창업자의 개인적인 트러블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스마트폰 게임 붐으로 인해 한국 모바일 게임 회사 주식들은 연일 강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컴투스 시총이 대표적인 온라인 게임사 네오위즈 게임즈를 넘어선 것이 매우 상징적이다.

컴투스 주가 총액은 7272억원 / 게임빌 주가 총액은 6489억원. 이번 gloops 인수는 약 5230억원 (비상장). gloops의 매출, 영업 이익 등은 대략의 추정인 것을 감안하길 바란다.

IR 자료에 따르면 넥슨 매출의 99%가 온라인, 1%가 모바일이었지만 이번 gloops 인수를 통해 모바일 매출 비중이 24%로 늘어났다고 한다. 더불어 국가별 매출 역시 중국 47%, 한국 27%, 일본 12%였으나 이번 인수 후에는 중국 36%, 한국 21%, 일본 33%가 되었다고 한다.

넥슨은 이제 한국계 최대의 모바일 게임 개발 / 컨텐츠 퍼블리셔라고 할 수 있으며, 최근 세계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여러 의미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일본 시장에서의 교두보를 얻은 셈이다.

넥슨이 이번 딜을 통해 얻은 것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거론해보자.


1) 일본 모바일 게임 시장의 현재를 얻다.

일본 내수 시장의 특수성은 모바일 게임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피쳐폰을 기반으로 한 게임 플랫폼, 카드배틀을 중심으로 한 피쳐폰 게임이 엄청난 매출을 올리고 있는 상황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현재 내수 만으로 월 매출이 200억원을 넘는 모바일 게임사가 십여개에 이른다.)

하지만 아직까지 mobage, GREE 등에서 성과를 내고 있는 외국 회사는 드문데, 이는 런칭, 퍼블리싱 프로세스와 소비자의 특성 등 눈에 보이지 않는 문화적 / 정치적 허들이 몹시 높기 때문이기도 하다.

물론 대부분의 한국 회사는 스마트폰 게임과 차세대 모바일 네트워크 게임에 개발력을 집중하고 있어, 현재의 일본 시장과 상성이 좋지 않은 점도 있다.

넥슨은 이번 인수를 통해, 그러한 “허들”을 뛰어넘지 않고 없애버렸다고 할 수 있다. 그 어떤 외국 회사보다 빨리 일본 모바일 시장에 안착한 것이다. 매달 100억원 이상의 매출과 일본 시장에서 누적된 유저 풀과 데이터는 덤인 셈이다.


2) 일본 모바일 게임 시장의 미래에 베팅하다.

사실 클라이언트 첨단 기술이나 혁신적인 게임플레이 (흔히 게임성이라고 이야기하는) 라는 관점에서 볼 때, 현재 일본 모바일 소셜 게임 시장에서 히트한 게임 상당수가 외형이 부실하다는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브라우저와 텍스트 기반 게임, 연출은 기껏해야 HTML 등을 이용한 간단한 애니메이션, 매출의 절반 이상이 피쳐폰에서 발생, 개발비에서 일러스트레이션 아웃소싱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게임…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독한” 머니타이즈 (유료화) 전략으로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기까지 했다.

gloops의 게임들도 예외는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넥슨은 일본 모바일 게임 시장의 미래에 베팅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위에 언급한, “기존의 게임에 비해 부족한 점이 많은데, 이상하게 non-gamer들이 즐겨하고 유료화와 운영 노하우가 중요하더라.” 는 이야기는 마치 한국 온라인 게임 시장의 초창기를 연상케하기도 한다.

최근 일본에서는 상업적 온라인 게임을 꽃피운 나라가 한국이라면, 모바일/소셜 게임 플랫폼의 원조는 일본이라는 발언도 종종 들려온다. 실제로 모바게는 세계 최초의 성공적인 모바일 (소셜) 게임 플랫폼이라고 할 수 있고, GREE와 DeNA는 그 어마어마한 실적을 기반으로 전세계로 진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하네다 공항, 샌프란시스코 공항에서 GREE 광고 보신 분들 많을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콘솔로 대표되는 일본 게임 업계의 관심이 모바일로 이동하는 여러 조짐이 보이고 있다. 실제로 이미 코나미, 캡콤, 반다이남코게임즈 등의 영업 이익의 상당 부분이 모바일/소셜에서 발생하고 있는 상황이다. 또 최근에는 퍼즐앤드래곤즈 등 스마트폰에서 먼저 빅히트를 기록하는 타이틀이 나오는 등, 일본 모바일 게임 시장 역시 스마트디바이스라는 변화를 맞이하고 있다.

넥슨은 일본 모바일 게임 시장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큰 변혁을 맞이할 거라는 판단을 한게 아닌가 한다. 개인적으로는 일본의 게임 회사들이 스마트폰에 익숙해지는 시점에서는 밸류가 더 높아졌을 것이라고 본다. 넥슨은 버블의 정점을 피했다.

IR 자료에서 언급된 것처럼, 스마트폰 환경에서 넥슨의 글로벌 IP가 gloops의 역량과 만나서 시너지를 내는 시점이 기대된다.

 

3) 일본 업계, 그리고 DeNA와의 관계를 얻다.

한국 회사 (특히 스타트업)가 일본 내수 시장을 노리고 mobage와 GREE에 게임을 런칭하는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실제로 컴투스, 게임빌, 넥슨 정도를 제외하면 사례가 드물다.

전통적인 콘솔 게임 개발사들을 제외하면, GREE 플랫폼의 최대 메이저 개발사가 gumi, mobage 플랫폼의 최대 메이저가 gloops 라고 할 수 있는 상황에서 넥슨은 어떤 의미로는 DeNA와 직결되는 굵직한 라인을 확보한 셈이다. 최근의 Tokyo Game Show 직전, gloops의 게임을 DeNA가 해외 퍼블리싱한다는 파트너십 체결 뉴스가 있기도 했다. 이제 넥슨 IP를 사용한 게임을 DeNA가 퍼블리싱하는 것도 가능한 셈이다.

사실 넥슨이 일본에서 상장했지만, 재계에서나 소비자에게서나 일종의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없었다고는 하기 어려울 것이다. (과대해석하자면) 일본에서 IPO해서 확보한 자금을 일본 기업에 투자하고, 앞으로도 일본 게임 산업 생태계에 기여하겠다는 어필이 느껴지는 부분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넥슨은 이제 한국의 그 어떤 경쟁사보다도 뛰어난 일본 내 모바일 게임 퍼블리싱 역량을 내세울 수 있게 되었다.


넥슨은 어디로 가고 있는가?

  • 넥슨 역시 모바일 / 소셜 게임 시장의 플레이어로 본격적으로 뛰기 시작했다.
  • 한국보다 일본 시장의 매출 기여도가 높아졌다.

이 두 가지는 넥슨 그룹 스스로가 IR 자료에서 강조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gloops 인수는 넥슨의 관심사가 이제 한국이 아닌 해외, 그리고 모바일/스마트/소셜이라는 새로운 분야로 옮겨가고 있다는 점을 말해주고 있다. (이 3가지 영역에서는 아무래도 플랫폼이 핵심 키워드가 될 수 밖에 없다.)

개인적으로는 넥슨이라는 회사의 흥미로운 점은 “플랫폼”이 아니라 “플랫폼에서의 최강 컨텐츠 퍼블리셔”를 지향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왕이면 넥슨의 서비스가 지배적인 플랫폼으로 떠오를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러기에는 많은 시간과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그렇다고 거대 플랫폼 기업을 인수하는게 쉬울리가 없다.

넥슨 그룹의 개발력은 탁월하지만, 경험해보지 못한 마켓과 플랫폼에서 시행착오를 거듭하는 것은 넥슨 스타일이 아니다. 다른 퍼블리셔나 플랫폼에 끌려다니는 것도 역시 원하는 바가 아닐 것이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유력 플랫폼과 관계가 깊은 대형 개발사를 인수하는 수순이 되는 것이 아닐까. 난 넥슨이 1년 안에 Zynga와 어떤 딜을 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듯 하다. 그 다음은 북미, 유럽에서 힘을 발휘하고 있는  킬러 앱 개발사일 거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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