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22일(현지시각) 지난해 매출이 모토롤라 모빌리티 매입 등에 힘입어 502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구글의 매출이 500억 달러를 돌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래리 페이지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작년 4ㆍ4분기에 예상치를 상회하는 실적을 올렸다”며 “매출액 502억 달러는 설립 15년 만의 실적으로 나쁜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번 매출액 증대에 있어서 구글은 실질적인 판매고를 올릴 수 있는 모토로라를 인수한 덕이 크다고 발표했다. 실상 지난 2011년 8월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했을 당시만 해도 업계는 구글이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기술을 모두 구현할 수 있는 거대 모바일 기업으로 애플을 뛰어넘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인수 후 마땅한 수익을 내지 못하고 ‘모토로라의 저주’라고 불리는 순익 감소를 기록하기도 했다.
모토로라 인수 후 지난 해 3분기 실적발표에서 구글의 순익은 전년동기대비 20.1% 감소한 21억 80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주당 6.53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모토로라 인수 비용을 감안해도 당시 시장 추정치인 10달러보다 훨씬 낮은 수치였었다. 모토로라 역시 구글에 인수된 후 3분기에만 무려 5억 2700만 달러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구글에 인수되기 전 지난해 3분기보다 3배가 넘는 손실액이었다. 모토로라의 매출은 21% 감소했고 휴대폰 판매 부분은 27% 감소했다.
구글은 모토로라 인수에 관한 방향 전환을 논의했고 스마트폰 부문에 주력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당시 모토로라의 스마트폰과 홈비즈니스 부문을 모두 인수했던 구글은 지난 해 12월 TV셋톱박스 제조를 담당하는 홈비즈니스 부문을 가전업체 아리스그룹에 매각했다. 매각 금액은 23억 5000만 달러였다. 매각과 동시에 구글은 모토로라 구조조정에도 역시 박차를 가했다. 모토로라의 20% 인력을 감축했으며 한국 모토로라 법인 철수, 중국과 브라질 모토로라 공장 매각 등 과감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모토로라와의 합작으로 모바일 부문에 주력하기로 한 구글은 지난 21일 모토로라 모빌리티와의 첫 합작품, 스마트폰 ‘X’를 출시할 계획을 밝혔다. X폰은 구글이 모토로라를 인수한 뒤 처음으로 출시되는 제품으로 5월 구글 개발자 컨퍼런스 구글I/O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구글은 이 날, 새 안드로이드 운영체제(OS) ‘키라임 파이(Key Lime Pie)’를 X폰과 함께 공개한다. 즉 X폰은 최초로 안드로이드 OS 5.0을 탑재한 스마트폰이 되는 것이다.
구글의 이러한 모바일 집중 공략에 대한 행보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대부분 기반으로 하는 삼성전자의 스마트폰의 강세에 큰 허들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유수 경제전문지 포춘은 “구글 안드로이드 OS는 삼성전자 성장에 크게 기여한 게 사실이지만 구글이 모토로라 모빌리티를 인수하는 등 휴대전화 사업을 키우려는 의지를 갖고 있는 한 언제든지 아킬레스건이 될 수 있다”며 “삼성전자도 이를 의식해 멀티 OS 전략을 채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삼성이 구글이나 애플에 비해 미약한 윈도폰 OS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출시하거나 인텔 등과 함께 타이젠 OS를 만든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실로 삼성전자는 이르면 1월 중에 미국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윈도폰8 운영체제(OS)를 탑재한 스마트폰 ‘아티브 오딧세이’를 출시할 계획이다.
한 삼성전자의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멀티 OS로 가는 것은 특정 OS에 대한 선호도가 하락했을 때 언제든지 변화할 수 있는 유연성을 가질 수 있다”며 “삼성전자가 애플이나 구글처럼 스마트폰 생태계(에코시스템)를 소유하지 않은 것은 에코시스템 구축보다는 소비자를 위해 가능한 최고의 패키지를 혁신의 방향으로 정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