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멋진 안경형 컴퓨터가 있다면 어떨까요? 당장 무엇을 어떻게 사용해야 할지 어색하겠지만, SF영화에나 나올 법한 제품에 흥분할 것입니다. 구글은 그런 흥분할만한 제품을 내놓았습니다. '구글 글래스'입니다. 구글 글래스는 구글의 첫 번째 웨어러블 컴퓨터(Wearable Computer)이며, 출시를 앞두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신기한 제품이 과연 우리 생활을 바꿔놓을 만한 녀석이 될 수 있을까요?
구글 글래스가 실패할 3가지 이유
구글 글래스의 사양이 공개되었습니다. 5MP/702p 카메라, 16GB 스토리지, microSD 슬롯, 802.11 b/g WiFI, 블루투스, 8피트 거리의 25-inch HD 스크린, 종일 사용할 수 있는 배터리 등을 무장했습니다. 꽤 본격적인 제품에 수많은 긱들은 구글 글래스가 빨리 출시되길 바라고 있지만, 그 바람만큼의 제품이 될 수 없을 것이라는 게 필자의 생각입니다. 스마트폰을 대체 할 커뮤니케이션 도구라는 것에서부터 걸림돌의 시작입니다.
세르게이 브린
지난 2월,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 행위예술센터에서 열린 TED2013 컨퍼런스에서 구글의 공동창립자인 세르게이 브린은 '스마트폰이 사람을 무력하게 만든다'고 말했습니다. 자신도 남들과 다르지 않게 스마트폰을 많이 들여다본다며, '삶에서 다른 사람과 연결되는 데 이런 방법이 옳은지 고민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스마트폰이 사람을 무력하게 만들고, 고개를 숙이게 하는 것'이라고 소신을 전했습니다. 그는 스마트폰이 습관성 중독이라 얘기하며, 구글 글래스를 그것을 탈피하기 위해 제작되었다고 얘기합니다. TED 블로그를 통해 검색에 대한 소신도 밝혔는데, '구글을 창립할 당시부터 정보가 필요하다고 생각할 때 자동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형태를 꿈꿔왔다.'며, '그것은 키워드를 입력하지 않아도 정보를 얻는 방법'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현재 구글의 서비스 중 꼽으라면 '구글나우'라고 할 수 있겠죠. 덧붙여 '지금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정보 검색 방법은 스마트폰 화면을 계속 보는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구글 글래스가 실패할 이유 3가지를 언급하기 전에 이 문제부터 풀고 갑시다. 필자의 관점에서 세르게이 브린의 발언은 매우 기술 중심적이며 인간미라고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무슨 말인가 하면, 스마트폰이 고개를 숙이게 하고 무력하게 만든다고 주장하지만, 결과적으로 그걸 사용하고 있는 것은 사람입니다. 만약 사람과 사람이 마주 앉은 상태에서 둘 다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게 문제가 있다면 그건 스마트폰의 문제가 아니라 마주 보려 하지 않는 사람이 문제라는 뜻입니다. 세르게이 브린의 말대로 구글 글래스를 통해 강제로 정면을 바라보게 한다고 합시다. 뭐가 달라지는 것이죠?
스마트폰 사용자에게 '고개를 들어 나를 봐'라는 말이 구글 글래스 사용자에겐 '구글 글래스를 보고 있는 거니, 아니면 날 보고 있는 거니?'라는 질문으로 바뀌는 것뿐입니다. 더 끔찍하죠.
오히려 스마트폰보다 더 사람의 커뮤니케이션의 방해가 되는 물건은 구글 글래스라는 겁니다. 스마트폰이야 놓아두면 되지만, 안경은 계속 착용하고 있어야 하니까요. 스마트폰이 사람의 커뮤니케이션에 끼어든 것이 아니라 사람이 커뮤니케이션에 스마트폰을 끼워 넣은 게 현재 스마트폰의 문제입니다. 단지 사람이 기술을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대한 선택이 명확하지 않다 보니 무작정 사용하는 사람들 통에 커뮤니케이션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구글 글래스는 직접 사람의 커뮤니케이션이 기술이 끼어들어 사람의 사용에 대한 선택이 아니라 아예 기술에 종속시켜버리는 상당히 기술 중심적인 제품입니다. 그리고 거기에 구글나우 같은 시스템을 적용하면 사람은 인간의 본연이 아닌 기술을 따라가는 노예 그 자체가 돼버리는거죠. 물론 구글 글래스를 어떻게 사용하는 게 옳은가에 관해 분명한 사람이라면 그럴 일은 없겠지만, 스마트폰조차 손에서 놓지 않는 현재를 볼 때 구글 글래스가 손에서 물건을 놓게 할 뿐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겁니다.
이는 구글 글래스의 실패 원인을 넘어서 이 제품이 과연 스마트폰을 형태를 바꿔줄 수 있는 제품인지에 회의를 느끼게 하는 부분이며, 세르게이 브린의 생각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분명하게 만듭니다. 인간이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지 기술이 인간을 사용하게 하려 들어선 안 된다는 겁니다.
3가지 이유
하지만 우린 구글 글래스라는 기술 중심의 제품이 사람을 지배하게 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왜냐면 실패할 테니까요. 그 이유 3가지입니다.
1. 거추장스럽고, 번거롭다.
거창한 이유를 바랐다면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은 매우 직접적인 이유입니다. 정말 간단합니다. 사람은 오랫동안 안경을 써왔지만, 그것을 불편하다 여겨왔습니다. 그래서 등장한 게 라식이나 라섹과 같은 안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의학적 기술 발전이었죠. 안경을 쓰는 것이 번거로우므로 안경을 쓰지 않도록 기술이 발전해왔는데, 거기에 기술을 담았으니 다시 쓰고 다녀라? 스마트폰의 기능을 압도적으로 능가해 안경을 쓰는 불편함을 해소할 수 있다면 모를까, 그런 이유가 아닌 이상 이 비싼 기계 덩어리를 귀에 걸고 다닐 사람은 흔치 않을 겁니다. 자동차나 자전거 대신으로 휠맨이나 세그웨이가 편해 보이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고, 타고 다니는 사람도 많지 않은 것처럼 말입니다.
그리고 항상 구글 글래스를 착용하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만약 스마트폰이 없이 구글 글래스를 벗어둬야 하는 상황이라고 상상해봅시다. 이를 다시 사용하기 위해선 다시 착용해야 합니다. 계속 착용하고 있으니 스마트폰보다 덜 번거로워 보이지만, 계속 착용하고 있을 수 없으므로 썼다 벗었다를 반복하는 것 자체가 얼마나 번거로운 행위인가요?
2. 제한
'어째서 계속 착용하고 있을 수 없지?'의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만약 당신이 구글 글래스를 착용하고 사람이 북적거리는 곳에 있는데, 누군가 다가와서 '카메라로 촬영하고 있는 것 아니냐'고 질문한다면 어떻게 설명하시겠습니까? 구글은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촬영 시 램프로 알려주는 기능을 탑재하고 있지만, 그 기능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는 사람은 드물 것이며, 루팅이 가능하다면 사용자가 꺼버릴 수도 있습니다. 이런 문제로 제한은 구글 글래스가 제대로 작동하는데 큰 제약이 될 것입니다.
이미 구글 글래스의 출입을 금지한 술집 이야기는 유명하며, 몇몇 카페와 식당도 줄줄이 글래스 금지 존을 만들었습니다. 웨스트 버지니아 출신 공화당 의원 게리 G 하우웰(Gary G. Howell)은 운전 중 구글 글래스의 사용을 금지하는 법안을 제출했으며, 극장에서의 영화 녹화, 카지노에서의 편법 등이 논란되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사실은 구글 글래스의 경우 대중화를 노린 제품이기 때문에 주목받는 것이고, 이미 도촬을 위한 안경형 카메라 등이 사용되고 있었다는 것입니다. 하지만 구글 글래스의 형체가 드러남에 따라 기존 악용되던 제품들보다 구글 글래스는 명확히 드러나고 그만큼의 제한을 받게 될 제품이 되었습니다.
당연히 어디서든 항상 착용하고 있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사람들의 시선이 착용자에게 몰리게 될 테니까요. 당신이 사용하고자 했던 방향성이 제품의 문제가 아닌 제한으로 잃어버린다면 분통 터지겠지만, 그러므로 사람들이 구매하지 않을 것이고 긱들이나 착용하고 거리를 활보하다 도촬 의혹받기 십상이겠죠.
3. 목적
가장 중요한 이유가 목적입니다. 구글 글래스가 아무리 멋진 기능을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타당한 목적이 생기지 않으면 팔릴 수가 없습니다. 스마트폰을 봅시다. 왜 스마트폰이 팔리는 것일까요? 무궁무진한 기능 때문에? 틀렸습니다. 그저 전화와 메세지 때문입니다. 다른 기능은 그다음이죠. 주위를 둘러보세요. 과연 스마트폰의 기능을 전부 활용하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는지 말입니다. 그저 휴대폰은 교체해야 하고, 그 교체 시기에 따라 전화와 메세지라는 사용 목적을 달성해주고 기능이 더 덧붙어 있다는 이유에서 스마트폰을 선택합니다. 만약 전화와 메세지가 결여된 상태에서는 그저 게임기거나 PMP거나 기능 많은 MP3P거나 PDA쯤 되겠지만, 정확한 사용 목적이 있기 때문에 스마트폰을 구매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대개 그 목적 외의 기능을 다양하게 쓰는 일은 없죠.
그렇다면 구글 글래스의 목적을 소비자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수 있습니까? 신기하게 받아들일 순 있으나 실제 사용에 당연히 구매해야 할 물건으로 받아들이기에는 정확한 목적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태블릿은 노트북을 대체하고 있기 때문에 팔리는 것이지만, 구글 글래스가 스마트폰을 대체 할 것이라고 소비자들에게 각인하는 것은 상당히 어렵습니다. 전화와 메세지 기능을 탑재한다 하더라도 거추장스럽고, 번거로운 것을 안면에 착용하면서 사용하고자 하는 사용자는 드물다는 겁니다. 분명 구글 글래스는 그 이상의 기능을 내포하고 있지만, 스마트폰을 대체 할 목적이 분명하지 않으면 구매를 꺼릴 것이며, 구매가 꺼려지게 되면 무궁무진한 기능도 아무짝에 쓸모없는 것이 됩니다. 설사 구매한다 하더라도 스마트폰을 놓지 않게 될 테니 사람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을 바꿔놓는다는 건 그저 상상에 지나지 않는 것이죠.
구글 글래스
구글 글래스의 도전 정신과 기술 발전의 밑거름이 된 것에는 경의를 표합니다. 하지만 그것과 제품이 성공할 것이라는 이유는 별개의 문제입니다. 구글 글래스는 실패할 것이고, 현재 상태의 문제를 거듭 수정하면서 사람들의 사용이 더 자연스러워졌을 때나 비로소 패러다임을 바꿀 수 있는 물건이 되겠죠. 다만, 앞서 말한 것처럼 그것이 사람의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스마트폰에서 바꿔놓을 만한 것으로 생각하지 않지만 말입니다.
위의 사진만 보더라도 끔찍하지 않나요? 사람의 얼굴이 아니라 그 옆의 이미지와 텍스트로 눈이 돌아가는 것이 과연 올바른 커뮤니케이션인지, 필자는 굉장히 부정적입니다. 이것은 화면에 띄워진 기술의 영역을 억지로 보게 만들려는 형태니까요.
구글에 묻습니다. 과연 이것이 당신들이 원하는 그런 기술인 것이냐고...., 분명한 것은 그런 기술에 대해 사람들은 항상 두려워하고 거리를 둔다는 것이며, 그 사실이 기술 반영에 적용되었을 때 좋은 제품이 나올 수 있음을 구글은 깨달아야 할 것입니다. 그래야만 실패할 이유가 없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요? 당장 구글 글래스가 실패한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실패할 충분한 이유가 있으며, 기술의 위대함만 역설하는 것이 얼마나 어리석은지 잘 보여주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