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C Disrupt SF 2016 – 흑인 미디어 블래비티(Blavity)의 여성 CEO 모건 드본
2016년 09월 2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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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테크크런치 디스럽트 샌프란시스코(TC Disrupt SF) 2016 어젠더 프로그램의 연사로 초청된 모건 드본(Morgan DeBaun)은 미국 테크놀로지 업계에서 매우 독특한 인물이다 . 여성, 흑인, 흑인 미디어의 CEO, 온갖 마이너한 것들이 그녀를 수식한다. 그녀가 2014년 공동 창업한 미디어 블래비티(Blavity, Black+Gravity)는 이제 월간 UV 7백만 수준의 인터넷 뉴미디어로 성장했고 흑인 커뮤니티의 버즈피드 같은 존재가 되었다. 이번 달엔 500스타트업에서 1백만 달러의 초기 투자를 받을 정도로 가치를 인정받았다.

Black Lives Matter

블래비티는 흑인 청년 사회의 목소리를 대변한다. 그리고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Black Lives Matter·BLM) 운동은 매체의 지향과 뗄 수 없는 관계다. 블래비티는 흑인 청년 사회의 목소리가 미국의 주류 미디어에서 소외되었다는 문제의식으로부터 출발했다. 사회적 의미가 큰 콘텐츠를 직접 만들거나 큐레이션하고 효과적으로 널리 알리는 과정을 통해서 그들은 여론의 균형을 끌어낼 수 있고 세상을 바로잡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블래비티가 주로 다루는 소식은 이렇다. '국민의례 보이콧'이나 '코린 게인즈' 사건처럼 흑인 사회의 이슈를 시의성있게 담아내는 전통적인 뉴스 콘텐츠가 주로 실리지만 파급력이 큰 동영상 콘텐츠도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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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인 미디어의 위기

미국 전체 인구의 13%인 4천만 명 정도가 흑인이라고 한다. 그리고 흑인 인권 문제가 매우 뜨거운 '현재진행형' 사안이라는 점은 블래비티가 미디어스타트업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배경인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다. 오히려 흑인 미디어 전반의 살림살이는 별로 좋지 못하다. 하버드대 니먼랩(NiemanLab)의 테일린 워싱턴-하먼(Taylyn Washington-harmon)의 글에 따르면, "미국 흑인들의 미디어 소비는 전체 인구에 비해 대단히 큰 규모이지만 흑인 소유의 미디어는 독자 고령화와 함께 재정적 곤란을 겪고 있다"고 한다. 재주는 곰이 부리는데 돈은 다른 놈이 가져가는 식으로, 새로운 흑인 세대가 읽을만한 그들만의 미디어가 없다는 말로도 들린다.

미국인의 미디어 이용
  미국인-흑인 미국인 전체
텔레비전 201.43 시간/월 141.19 시간/월
잡지 52% 22%
라디오 12 시간/주 6 시간/주
Source: Nielsen/Essence, February 2015

뉴욕 타임스(NYT)도 7월 2일 자 보도를 통해, "전통 미디어가 디지털로 힘겹게 이동하는 과정에서 흑인 미디어에 가해지는 부담은 오히려 더욱 증가하는 추세"라고 밝혔다. 특히 광고주들이 소수자에게 접근할 방법이 과거보다 다양해졌다고 믿고 있으며 흑인 미디어에 특별한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고 토로하는 부분은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강성의 흑인 미디어 대신 파편화하고 연성화한 콘텐츠로 광고주들이 눈을 돌리는 건 거스를 수 없는 대세인 걸까?

Black Buzzfeed

확실히 블래비티는 미국 흑인 미디어의 침체한 분위기에 활력을 줄 기대주로 인기를 얻으며 등장한 것 같다. 앞으로 계속 성장할 흑인 청년들을 주된 독자로 삼은 것도 그렇지만 '쿨'한 흑인 대중문화와 인종 차별 문제 사이에서 미디어를 안착시킨 점은 특별히 평가해야 할 부분이다. 모건 드본은 "블래비티가 모두를 위한 이야기를 소개하는 건 멋진 일"이라고 말한다. 흑인 문제 이외의 사안과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미디어 영역을 확장하겠다는 그녀의 포부는 미래의 먹거리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선택할 수 있는 당연한 수순으로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좀 뻔한 계획이어서 다음 선택지가 무엇일지 우리를 궁금하게 만든다.

모건 드본은 전 미국을 통틀어 1백만 달러 이상의 투자를 받은 12번째 흑인 여성으로 기록되었다. 자본이 넘치는 미국이지만 더블마이너리티(double minority)인 흑인 여성으로서 힘겨운 싸움을 하고 있는 모건 드본의 버티기에 신의 가호가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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