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닉 비즈니스-연결이 지배하는 세상’을 통해 본 스타트업의 기술
2016년 03월 14일

작년, 세계 최대의 오프라인 유통업체 월마트의 시가 총액을 넘어서 전 세계의 구매자와 판매자를 더욱 촘촘히 엮어가는 아마존(Amazon)은 네트워크를 활용한 이커머스 사업자의 대표적인 예다. 국내라고, 예외일 수는 없다. 최근, 약 4조 원가량의 신규 투자를 발표하며 복합쇼핑몰 인프라를 확대하고 하는 이마트의 정용진 신세계 그룹 부회장 역시, 신세계 그룹의 경쟁 상대는 다름 아닌 소셜 커머스 1위 업체인 쿠팡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혹자는 이를 쇼핑 카트를 밀어낸 ‘총알배송’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1994년 설립 후 올해 창립 21주년을 맞고 있는 아마존은 초기 온라인 서점으로 시작해 전자제품 및 가정용품 등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며, 영업 이익률보다는 매출 중심의 성장에 집중해 오는 전략을 펼쳐 왔다. 쿠팡 역시 작년 손정의 회장의 소프트뱅크로부터 약 10억 달러(1조 1천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당일 직접 배송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나서고 있다. 이들의 핵심 역량은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과 판매자들(Seller)을 최적으로 연결하며, 네트워크 및 트래픽을 확장해 비용을 낮추는 선순환 구조와 사용자를 영업 사원으로 전환할 수 있는 '바이럴(Viral) 확산 시스템'에 있다. 노상규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가 최근에 집필한 '오가닉 비즈니스(Organic Business)-연결이 지배하는 세상(Network is eating the world)'은 이와 같은 비지니스 모델링에 있어 네트워크의 관점을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다양한 통찰을 다루고 있다. 특히, 양면 시장의 플랫폼을 구축하고자 하는 스타트업들에게는 필수적으로 적용 가능한 개념들이 포함되어 있어 몇 가지 소개해 볼까 한다.

1) 아마존의 플라이휠(Fly wheel)과 사용자 경험 디자인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CEO가 냅킨에 그렸다 하여 유명해진 플라이휠(Flywheel)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 CEO가 냅킨에 그렸다 하여 유명해진 플라이휠(Flywheel)

노상규 교수는 네트워크 시장에서는 수확체증의 법칙(Increasing Returns to Scale)이 존재하여 앞서 나아가는 비즈니스는 더 앞서 나아가고 뒤처지는 비즈니스는 더 뒤처질 수밖에 없는 승자 독식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한다. 수확체증이 일어나는 이유는 네트워크 효과와 규모의 경제 효과로 인한 상호 보완적인 메커니즘이 이중으로 작동하기 때문인데 이 개념을 제프 베조스가 냅킨에 그린 것으로 알려진 아마존의 '플라이휠(Flywheel)'을 통해 알아보도록 하자.

플라이휠은 두 가지 고리와 두 개의 연결점으로, 구성되어 있다. 두 가지 고리 중 첫 번째는 사용자 경험(Customer Experience)과 트래픽(Traffic), 판매자(Sellers), 제품의 선택 및 구매(Selection)로 이어지는 네트워크 효과 기반의 선순환 구조다. 또 다른 선순환 고리는 성장(Growth), 저비용구조(Lower Cost Structure), 더 낮은 가격(Lower Prices), 사용자 경험(Customer Experience)으로 이어지는 규모의 경제를 기반으로 한 선순환 구조다. 이는 사용자에게 최상의 경험과 가격을 제시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며, 더욱 강력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내 수확 체증을 이루어 나아가는 과정이다.

결국, 소비자의 경험과 성장이 수확체증을 위한 핵심 연결고리이다.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는 “아무리 큰 금액이더라도 소비자의 신뢰를 잃어도 될 만큼의 가치 있는 매출은 없다”라고 강조하며, 실제로 본인의 이메일 주소 ‘jeff@Amazon.com’으로 도착한 고객들의 불만 사항에 대해 모든 직원이 하던 일은 중단하고 문제 해결 방안과 원인 분석을 수행하도록 한 일화는 스타트업의 창업자라면 함께 참고할만하다. 또한, 제프 베조스는 주주들을 설득해 나아가며 2010년까지 5% 이하의 낮은 영업 이익을 고수하며 수익 대부분을 사용자 만족을 위한 기술 혁신 비용으로 투자하거나 상품 판매 비용 및 배송 비용을 인하하는 데 사용했다.

2) 바이럴 확산의 공식(Sticky-Viral-Paid)과 시스템 구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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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 모터스의 모델 S

오가닉 비즈니스의 노상규 교수는 이처럼 구축된 네트워크를 전염시키는 데에는 바이럴(Viral)이 유일하게 남은 대안이라고 주장한다. 사실 모든 사용자가 미디어의 주체가 되어 자신의 플랫폼을 확보하고 이를 확장할 수 있는 다양한 대안이 있는 오늘의 미디어 환경을 고려한다면, 과거 대중매체라고 불리던 공중파 방송국과 신문은 이제 '그들 중 하나(One of them)'로 변화했으며, 이와 같은 미디어 파편화의 시대에 걸맞은 영업 전략을 모색해야 하는 시점이 왔다.

노상규 교수는 이와 같은 바이럴 확산을 위한 공식을 점착력(Sticky)-전염성(Viral)-경제적 인센티브(Paid)의 세 가지 단계로 설명하며, 이를 설명하기 위한 예로 테슬라 모터스(Tesla Motors)가 2015년 한시적으로 진행한 이벤트를 제시하고 있다. 이 이벤트는 테슬라 자동차를 구매한 이의 추천을 통해 모델 S를 구매하게 되면 소유주와 구매자 모두에게 각각 1,000달러씩 인센티브를 지불하는 사용자 추천 프로그램(referral program)이었는 데, 이는 차를 한 대 팔기 위한 광고에 돈을 쓰지 않는 대신 차량을 한 대 판매하는 데 드는 평균 비용 2,000달러를 고객에게 나누어 주는 전략이다. 또한, 모델 S 10대를 가장 먼저 판매한 고객에게는 한정판 모델 X를 선물로 주겠다는 공언을 한 바 있는데, 불과 2주도 지나지 않아 테슬라의 전기 자동차 운전 경험 리뷰를 기반으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는 노르웨이의 프로그래머가 이 행운의 주인공이 되었다고 한다.

노상규 교수는 이처럼 바이럴 확산의 공식으로 커스토마이징한 '점착력(Sticky)-전염성(Viral)-경제적 인센티브(Paid)'는 에릭 리스의 린스타트업에서 비즈니스의 세 가지 성장 엔진으로 제시된 바 있다. 이처럼 바이럴 확산이란, 네트워크의 확장에 있어 사용자의 경험과 함께 유기적으로 전개되기 때문에, 단발성 이벤트로 그치지 말고 지속해서 데이터를 트래킹하며 하나의 플랫폼으로 작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가야 한다.

3) 오프라인으로의 확장과 오프라인 적 콘텍스트(Context)

미국의 시애틀에 위치한 아마존 북스토어

미국의 시애틀에 위치한 아마존 북스토어

아마존은 최근 시애틀에 오프라인 서점을 열며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절묘한 결합을 통해 오프라인 서점만이 사용자에게 줄 수 있는 가치를 실험 중이다. 온라인에서 축적된 구매 데이터 및 고객 리뷰, 별점을 기반으로 책을 진열한다. 아마존 서점은 모든 책을 표지 전체가 보이게 진열했는데, 이는 어차피 공간이 제한된 오프라인 서점인 만큼 상품의 다양성보다는 품질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이다. 사용자가 직접 제품을 만지고, 느끼며, 직원과 이야기를 나누는 콘텍스트(Context) 역시, 사용자 경험(User Experience) 설계와 네트워크 효과에 있어 간과할 수 없는 지점이다.

우버(Uber)의 공동창업자 로빈 챈(Robin Chan)이 창업해서 출시한 오퍼레이터(Operator)는 모바일 메시징과 온디맨드 경제의 컨버전스를 지향한다. 로빈 챈이 온라인 커머스를 구분하는 기준은 매우 흥미로운데, 사람과의 소통이 필요 없이 제품 검색 및 결제로 이어지는 벤딩머신과 같은 영역의 커머스와 오프라인의 스킨십 및 콘텍스트가 결합해 결제가 이루어지는 영역의 커머스로 분리한다. 로빈 챈은 후자의 경우에서 사업의 기회를 찾고 내추럴 랭귀지와 메시징이 접목된 지점의 커머스로 연결된 비즈니스 모델링을 전개하고자 한다.

예를 들어 결혼식에 참석하고 돌아오는 길에 한 고객이 귀걸이를 분실했다고 하자. 이때 고객은 똑같은 제품이 아니라도 대체품이 필요하다. 이 고객은 이커머스 플랫폼 오퍼레이터에 한쪽 귀걸이를 사진을 찍어 올리고, 오퍼레이터는 이를 확인하고 적절한 상품을 추천해 준다. 사용자는 추천된 아이템 중 하나를 플랫폼 내에서 바로 결제한다. 이 예가 가능한 이유는 플랫폼 내 오퍼레이터가 최적화된 온·오프라인 사업자와 연결되어있기 때문이다. 물론 큰 사업자는 전문 판매 직원을 두고 있을 수 있지만 작은 경우는 없을 수도 있다.챈은, "결혼식에서 돌아오는 길 귀걸이를 분실한 한 고객이 대체재를 구매해야 하는 니즈를 '오프라인 적 콘텍스트(Context)'라고 명명하는 데, 기존의 사람과 소통이 필요 없는 벤딩 머신과 같은 온라인 커머스 영역에서는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해 낼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는 내추럴 랭귀지와 모바일 메시징을 통해 이와 같은 '오프라인 적 콘텍스트'를 해결해 내고 궁극적으로는 오프라인의 인스토어(in-store) 쇼핑 경험을 모바일로 옮겨오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지금까지, 노상규 서울대학교 경영대학 교수가 최근에 집필한 오가닉 비즈니스의 네트워크에 관한 통찰들과 함께, 스타트업의 비즈니스 모델링 과정에서 함께 적용할 수 있는 '수확체증의 법칙'과 적용, '바이럴 확산의 공식', 그리고 '오프라인 적 콘텍스트'의 사용자 경험 설계에 대해 알아보았다. 오가닉 비즈니스는 이와 같은 네트워크에 대한 통찰 이외에도, 경험재로서의 정보, 공짜 세상에서 돈을 버는 방법 등, 스타트업의 창업자들에게 유용한 텍스트들이 많아 비석세스 독자에게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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