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후보 앱 만들어 워싱턴 D.C에 매각한 여성 창업가, 강윤모 전 대표 인터뷰
5월 11, 2015

"우리는 왜 악어의 눈물에 번번히 속아 넘어가는 걸까?"
시의원인 아버지의 선거 운동을 도우며 체감한 선거판의 부조리는 그녀의 삶을 바꿔 놓았다.
그렇게 만든 <우리동네후보>를 미국에 매각하고 그녀는 이제 세계 정치의 중심지, 워싱턴 DC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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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업계에는 강윤모 전 대표를 모르는 사람이 드물다. 워낙에 적극적인 활동가이기도 하고, 자학도 자신감 넘치게하는 유쾌한 성격 덕에 인맥이 여기저기 뻗어있기 때문이다. '우리동네후보'를 인수한 워싱턴의 피스칼노트 직원도 "어떻게 만나는 사람마다 다 너를 알고 있어?"하고 물어왔다고.

시의원으로 출마한 아버지를 돕기 위해 새벽 6시부터 밤 11시까지 명함을 돌리고 나서, 그녀는 국내에 몇 없는 정치 스타트업을 만들어 작년 총선을 공략했다. 사용자는 열광했지만 좀처럼 영업당해주지 않는 국회의원들 탓에 서비스가 조용히 사라지는가 싶었는데 지난 3월, 강윤모 전 대표는 워싱턴의 정치 빅데이터 분석 플랫폼 피스컬노트에 회사를 매각했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고 돌아왔다.

동네 후보 앱을 만들었는데, 세계 정치의 중심지로 진출하시네요. 그러게요. 애초에 인수같은 걸 생각하고 만난게 아니었어요. 저는 우리동네후보 서비스를 하는 제가 굉장히 자랑스러웠거든요. 원래는 피스컬노트와 우리동네후보가 같이 파트너쉽 맺을 부분은 없을까해서 콜드메일을 보냈죠. 서로 주고받은 이메일에 이런 비즈니스 하는 스타트업이 굉장히 드문데, 너네나 우리나 다 같이 잘 됐으면 좋겠다 그런 말을 했었거든요. 돈도 어떻게 버는 지 궁금했고. 너무 잘 하고 있으니까.

처음 인수 제안을 받았을 때, 뭐라고 답하셨어요. 고마워, 근데 너 나를 너무 과대평가 했어.(웃음)

의외로 거절하셨네요. 이것 또한 지나가는 유혹이구나. 창업가라 하면 무릇 유혹을 이겨내야 하는 구나, 하고 생각했죠. 각 회사가 가지고 있는 미션도 다르다고 생각했고요. 그런데 피스컬노트에서 자기 회사에 투자한 투자가들을 만나보라고 연락이 왔어요. 저도 정치 데이터 회사에 투자자들이 왜 투자를 했는지 궁금했죠. 만나서 얘기를 나눠보니 우리동네후보의 부족한 면도 깨달을 수 있었어요. 너무 정치적으로 접근하다보니 비즈니스 적인 측면을 놓치고 있었던거예요. 실제 피스컬노트는 정치 데이터를 다루지만 더 깊게 들어가면 데이터를 파는 회사예요.

그 대화가 피스컬노트에 합류하기로 한 결정적인 계기가 된건가요. 그 이후에 피스컬노트 측이 워싱턴 회사로 저를 초대해줬어요. 팀원들이랑 밥도 먹고 일하는 걸 봤는데, 놀라웠어요. 모든 팀원들이 자기가 오는 하는 일이 회사에 어떤 가치를 가져오는 지 알고 있었어요. 모든 직원이 자사 제품에 대해 완벽하게 이해하고 있고요. 실제 영업하러 갔는데, 그 회사에 있는 직원이 입사한 경우도 있다고 해요. 어떻게 이 조직은 이렇게 돌아갈까? 여기서부터 마음이 움직였죠. 유혹이 아니라 성장의 계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하고. 

대표가 굉장히 어리다고요. 92년 생이요. 근데 너무 똑똑하고 너무 부지런해요. 만나자마자 너가 그 나이에 그 자리에 있는 이유가 있구나, 인정했죠.

피스컬노트가 하고 있는 일이 정확히 뭔가요. 피스컬노트는 머신러닝과 빅데이터 기술을 활용해서 특정 청원이 통과될 수 있을지 아닐지를 94% 확률로 예측해주는 서비스예요. 아까 말했듯 정치 스타트업같지만, 동시에 머신러닝 기업이죠. 데이터 판매 대상은 기업이예요. 기업은 정책에 굉장히 민감하거든요. 미국에는 정치 관련 스타트업이 많은데, 매출이 가장 좋은 곳이 피스컬노트입니다.

워싱턴에서는 어떤 일을 하게 되시는 건가요. 아시아 커뮤니케이션 총괄을 맡게 돼요. 아시아 회사들이 미국에 진출할 때, 여기 법을 알아야 하잖아요. 1차적으로 아시아 회사를 대상으로 영업을 하게 됩니다. 우리동네후보를 하면서 나름 깨달은 스스로의 장점이 전달력이 좋다는 거였어요. 나중에는 아시아 데이터를 활용해서 미국 회사를 대상으로도 서비스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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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후보 매각까지 우여곡절도 많으셨는데, 시의원 아버지 밑에서 스타트업에 뛰어들게 된 것도 특이해요. 2006년도에 지금 스마투스의 김문수 대표님 영어 과외를 우연히 맡게 됐어요. 이 분이 몇 번 엑시트 경험이 있는 연쇄 창업가셔서 자극을 많이 받았죠. 그 이후로는 별 경험을 다해봤어요. 영어 사업에 관심이 많아서 홍대에서 베키 선생님으로 3년 동안 천 명 넘는 학생에게 영어를 가르치기도 하고요. 토플 책도 썼죠. 대학생들이 모인 비영리단체인 인액터스도 직접 만들었어요.

활동을 참 많이 하셨네요. 2011년 봄에는 스타트업위크엔드 해커톤에서 특별상을 수상했는데, 그 때 같이 팀원이셨던 분이 엔서즈 김길연 대표님이셨어요. 그 팀에서 몇몇 친구를 만나서 프렌즈큐브라는 소모임 서비스를 만들기도 했죠.

첫 창업이었군요. 네, 그 때 아침 6시부터 밤 11시까지 주 5일 일을 했어요. 제가 고등학교 때 미국에서 베이비시터를 해서 한 달에 400달러 씩 벌었는데, 어렸을 때니까 모으지도 않고 차곡차곡 명품백을 사들였어요. 근데 프렌즈큐브 때 자산이 없으니까 백을 하나 둘 내다 팔기 시작했죠. 그걸 초기 자금으로 썼어요.

스타트업 행사 사회도 참 많이 보셨죠. 프렌즈큐브 덕에 고영하 회장님 찾아뵌 것을 계기로, 고벤처에서 사회를 보기 시작했어요. 1년 정도 사회를 봤는데, 외국인 강연자가 오면 통역도 하고 일당백으로 다 했죠. 비석세스랑은 인연이 깊은데, 2013년 2월에는 객원 기자로 미국 취재도 했었고 5월에는 비론치 컨퍼런스 사사회도 봤어요. 제가 비석세스 팀원들 볼 때마다 등에 빨대 꽂아서 어디까지 빨아먹으려고 하냐고 그래요.(웃음)

그 다음 행보가 '우리동네후보'인거죠. 사회적 경험인 창업과 가정적 배경인 정치가 맞물려 있는. 2010년 아버지 선거 운동을 도우면서, 모든 후보들이 200만 원씩 주고 개인 앱을 만든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근데 다운로드 숫자는 10 미만이거든요. 막상 유권자들은 동네 후보들이 어떤 정책을 들고 나왔는지 잘 알지도 못하고요. 정보 비대칭 문제가 선거 과정에서도 심각했죠. 주말마다 작업을 해서 8주 동안 앱을 만들었는데, 안드로이드에서만 3만 명 정도가 다운을 받았고 구글 플레이에는 400개 정도 리뷰가 달릴 정도로 반응이 좋았죠.

하지만 수익 측면에서는 좋은 결과를 내지는 못했어요. 사용자들은 정말 좋아해줬어요. 아직도 서비스 업데이트 안하냐는 항의 메일이 와요. 필요한 서비스인 것은 확실하죠. 그런데 출마하는 의원들이 원하질 않아요. 다들 당 뒤에 숨어있고만 싶어하지, 유권자들이랑 소통하고 싶어하지는 않더라고요. 경쟁 관계에 있는 당끼리는 한 군데 나란히 있는 것 조차 싫어하더라고요. 아쉬웠어요.

피스컬노트와 우리동네후보 서비스는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바람이예요. 처음 인수 제안이 왔을 때도 우리동네후보 서비스를 죽이지 말고 일종의 실험을 같이 해봤으면 좋겠다고 역제안하기도 했고요. 나름 한국 정치계에 대한 유의미한 데이터를 제공할 수 있을거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일단은 피스컬노트 아시아 시장 진출에 집중할 예정입니다. 아시아 총괄로 가지만, 한국 이외의 다른 시장에 대한 공부도 필요한 상태고요. 아시아에 있는 좋은 창업가들과 미국 시장을 연결시켜줄 수 있는 역할을 제대로 하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강윤모 아시아 총괄의 2015년 목표를 말씀해주세요. 폭풍 성장! 미국 사람들이 아시아 시장을 공부할 때 제 이름 레베카 강을 떠올리게 됐으면 좋겠어요.

정 새롬
정새롬 기자 (2014~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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