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플랫폼 500VIDEOS, Ho Yang 대표 인터뷰
2013년 09월 26일

기자는 모션그래픽 광고 영상을 만드는 일을 희망했던 적이 있었다. 그때 잠시나마 모션그래픽을 배우기도 했었다. 그런데 스타트업들이 모이는 자리에 가보니, 빠지지 않고 나오는 말 중에 하나가 "영상 얼마 주고 만들었어요?"였다. 전 모션그래픽 지망생으로서 그 질문에 예민하게 반응한 기자는, 앞서 두 차례 홍보 영상에 대한 기사를 다루었고 그 과정에서 500 VIDEOS의 Ho Yang 대표를 알게 되었다. 영상 제작 스타트업 대표의 생각을 직접 들으면, 홍보 영상에 관한 기사를 작성하면서 품었던 '어떤 영상이 좋은 홍보영상인가'에 대한 물음에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리하여 좋은 홍보영상의 조건에 대한 질문을 시작으로 Ho Yang 대표를 인터뷰하게 되었다. 이번 인터뷰는 전화와 이메일로 이루어졌고 본 기사는 기자의 의도대로 재구성되었음을 밝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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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00 VIDEOS의 Ho Yang 대표(우측)
내게 필요한 것이 곧 사업 아이템 

Ho Yang 대표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것보다는 스스로 필요한 것"에 더 흥미를 느끼고 강한 동기부여가 된다고 말한다. 그의 사업 이력을 보면 그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곧 그의 사업 아이템이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과거 캐나다에서 고급부동산 투자회사를 운영했었던 그는 북미에서 부동산 사진 촬영을 전문으로 하는 프랜차이즈 회사를 최재혁대표와 함께 운영했다. 그런데  Airbnb와 계약하고 거래하면서 결제에 불편함을 느꼈다. 파일을 주는 동시에 결제를 받아야 하는 시스템의 필요성을 느낀 그는 PaymentTab을 만들었고 Airbnb의 Co-Founders인 Joe Gebbia 와 Brian Chesky 가 첫 고객이 되었다. PaymentTab은 한마디로 온라인으로 파일을 전달하면서 동시에 곧바로 결제를 받을 수 있게 해주는 사이트였다. 점차 많은 프리랜서가 사용하길 원했고 그걸 계기로 PaymentTab 에 대한 홍보를 시작하였다. 그때 홍보 영상의 필요성을 느껴 짧은 홍보용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려고 북미 업체들과 접촉해봤지만, 금전적으로나 시간상으로 너무나 불합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결국, Ho Yang 대표는 이번에도 문제를 직접 해결하기로 마음먹었고, 전민수 교수와 의기투합하여 홍보영상을 만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500 VIDEOS의 시작이었다.

버려야 사는 남자

삶의 모든 형식에서 "불필요한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는 Ho Yang 대표는, 500 VIDEOS의 회사철학은 "효율성"이라고 밝혔다. 지난 1년간 사무실 없이 500 VIDEOS를 운영해왔다는 그는, 영상을 제작하면서 "단 한 번도 고객과 사전미팅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DropboxSkype 같은 서비스 덕분에 전 세계 어디에서든 일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졌기 때문에, "사무실이 없어도 일이 잘 돌아갈 수만 있다면" 굳이 사무실을 가지고 있는 것은 불필요한 자원낭비이고 사전미팅의 경우, 고객과 대면하여 말로 하는 것보다 "이메일로 하는 것이 오히려 정제되고 정확하기 때문에" 사전미팅을 단 한 번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경험에 미루어 대표의 역할 중 한 가지는 "서비스를 최대한 버리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즉 서비스를 만들다 보면 여러 기능을 담고 싶은 욕심이 생기는데 이런 마음을 억눌러야 한다. 더 나아가 기존의 서비스에서 더 버릴 것이 없나 거듭해서 살펴보고 "더 이상 버릴 것이 없을 때 그 서비스의 색깔이 나타난다"고 주장한다. 그의 철학은 홍보영상에도 고스란히 녹아 있다. 그가 생각하는 홍보영상이란 "메시지를 전달하려는 마케팅 도구"이기 때문에 "영상미 자체보단 전달력이 강하고 쉽게 제작할 수 있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500 VIDEOS의 영상을 보면 스토리 구성이 문제 제기에서 문제 해결로 이어지는 메시지 전달 중심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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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가지 확신

500 VIDEOS는 지난 일 년여 동안 마켓을 테스트하기 위하여 특정 템플릿(Template) 몇 개를 가지고 저렴한 가격($499)에 10일 안에 홍보 영상을 제작하는 서비스를 제공해 왔다. Ho Yang 대표는 지난 1년간 100여 곳이 넘는 회사를 상대로 영상을 제작하면서 광고비디오제작에 대한 "세 가지 확신을 얻었다"고 말했다. 첫째는 고객들은 글보단 영상을 보면서 그 서비스가 무엇인지 이해하는 것을 매우 선호하고, 둘째는 이러한 영상의 경우 실사로 만들어진 것보단 애니메이션(모션그래픽)으로 만든 것이 더 효과적으로 시선을 끌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셋째는 위의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하는 영상을 만드는 경우, 스토리나 구성 같은 창작적인 부분부터 이미 어려움을 느끼기 때문에 사람들은 직접 처음부터 일일이 만들기보다 이미 완성된 예 중에서 고르길 원한다는 사실이다. 다시 말해 영상을 제작하고 싶어하는 사람도 어떤 스토리로,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많아 '이거와 흡사하게 해주세요'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Ready-made 플랫폼

그래서 500 VIDEOS는 전 세계 남녀노소 누구나 쉽게 홍보영상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Ho Yang 대표가 말하는 500 VIDEOS의 목표는 두 가지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템플릿(Template)을 보유한 홍보영상 제작사이트이자 동시에 전 세계에서 가장 "쉽게" 제작 가능한 홍보영상 사이트가 되는 것이다. 템플릿이란, 고객이 선택할 수 있는 틀로서 Ho Yang 대표의 표현을 빌리자면 "사발면"에 비유할 수 있다. "사발면에 김치맛, 쇠고기맛이 있듯이" 여러 가지 영상 틀이 미리 만들어져있는 것이다. 거기에 뜨거운 물을 붇듯이 자신의 회사 서비스 메시지와 로고 그리고 음성파일을 넣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11월에 시작하는 500 VIDEOS 플랫폼 사이트는 회원가입이나 별도의 로그인 없이 수백 가지의 템플릿 중에 하나를 골라 즉석에서 손쉽게 HD 퀄리티의 홍보영상을 무료로 만들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이렇게 즉석에서 제작한 홍보영상을 가지고 "Youtube나 기타 광고 매체 등을 통해 곧바로 광고활동을 집행할 수 있는 솔루션"을 지향한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Youtube에 인수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밝힌 Ho Yang 대표는 Google의 Adwords를 예로 들어 설명했다. Adwords는 "배너 광고와 배너를 직접 제작할 수 있는 템플릿과 편집툴"을 자체적으로 제공하지만 "Youtube 광고의 경우 광고 비디오를 쉽게 직접 만들 수 있는 툴"이 제공되고 있지 않기 때문에 "500 VIDEOS가 그 부분을 채워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플랫폼 with 콘텐츠

그러나 만들기도 쉽고 망하기도 쉬운 게 플랫폼 서비스다. 사람들을 불러들이지 못하는 플랫폼은 "텅 빈 백화점"과 같고 사람들을 끌어모으려면 "좋은 상품"이 있어야 한다. Ho Yang 대표는 비즈니스 미팅으로 만났던 Airbnb의 Co-Founder인 Joe Gebbia와 Brian Chesky로부터 플랫폼 비즈니스가 반드시 확보해야 하는 콘텐츠에 대한 영감을 받았다고 했다. Airbnb의 Co-Founder들로부터 인상 깊었던 것은 그들은 사업 초기에 임대를 제공할 집주인들의 양을 급격하게 늘리기보다 "집주인들을 교육하고 커뮤니티를 형성"하기 위한 오프라인 활동에 몰두하고 있었던 점이라고 밝혔다. 즉 "Airbnb는 온라인 플랫폼"이지만 "오프라인 미팅과 홍보에 더 신경 썼다"고 회상하며 그들은 "질 좋은 콘텐츠(믿을 만한 숙소 제공자)를 준비하는 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다"고 Ho Yang 대표는 말했다. 그러한 점이 Airbnb의 성공의 초석이 되었다고 믿고 있는 Ho Yang 대표는 콘텐츠 확보에 주력할 계획이다. 그는 "우리도 최종적으로는 플랫폼을 지향하지만" 당분간은 "콘텐츠 제조업을 표방"할 정도로 홍보영상 템플릿 준비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우리의 멘토는 유저들

3년 이상 매일 Techcrunchmashable의 기사를 모조리 읽고 스크랩하면서 비즈니스 세계의 흐름을 익혔다고 하는 Ho Yang 대표는 "이 두 사이트가 나에겐 멘토"라고 밝혔다. 특히 기사 아래 달린 "댓글에 정말 싱싱한 인사이트(insight)가 다 들어있다"며 이러한 댓글들을 반드시 읽어볼 것을 추천했다. 우리나라와 달리, 이러한 댓글에는 비슷한 서비스가 있다고 말해주거나 부족한 점에 대해 서슴없이 질타하는 등 "진짜로 도움이 되는 실질적인 비평"들이 많다고 한다. 건전한 비평이 성장을 돕는다고 믿는 그는, "진정한 멘토는 우리 500 VIEDOS의 유저들"이라며 11월에 "베타서비스가 시작되면 많은 유저들이 거칠게 비교하고 비평해주면 좋겠다"고 밝히며 인터뷰를 마무리 지었다.
 일본 애니메이션 '에반게리온'을 보면, '싱크로율'이라는 개념이 나온다. 싱크로율이란 파일럿(탑승자)과 에바(로봇) 간의 정신 소통의 정도를 의미하는데, 싱크로율이 높을수록 파일럿은 에바를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일 수 있다. 이 개념을 확장해 파일럿을 CEO에, 에바를 서비스에 비유한다면, CEO와 서비스의 싱크로율이 높을수록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성공한 서비스들을 보면 창업자와 서비스가 매우 닮은 듯한 인상을 받는 경우가 많다. 이번 500 VIDEOS의 HO YANG 대표 인터뷰도 서비스와 CEO의 싱크로가 매우 잘 맞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경우였다.

한편, 창립자 겸 CEO인 Ho Yang 대표는 현재 캐나다에 거주하면서 전민수 교수(계원예술대), 안혜선, 최재혁 등의 창립멤버들과 함께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500 VIDEOS의 자세한 창업 이야기는 지난 기사 싸고 간단하게 멋진 비디오를 만들 수는 없을까? 500 Videos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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