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THE FOUNDERS] 김봉진 그는 ‘우아한’ 사람인가?
2013년 11월 26일

 이탈로 칼비노의 소설 '나무 위의 남작'에서, 남작가문의 장남 코시모는 귄위적인 아버지에 저항하여 나무 위로 올라간 뒤 평생을 나무 위 세상에서 보낸다. 그곳에서 코시모는 야인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자연 세계를 익히고 그 능력으로 사람을 돕고 폭정에 저항하여 전 유럽에 이름을 떨친다. 독립적이지만 역경과 외로움을 이겨내야 하는 나무 위 세계, 개발자가 주를 이루는 모바일 서비스 업계에서 디자이너로서 '배달의 민족'을 성공시킨 김봉진 대표의 이야기에 주목해 보자.

성공하는 창업가들의 성공 DNA를 찾기 위한 1:1 대담, INSIDE THE FOUNDERS! 

지난 19일 beSUCCESS 주최로 D.CAMP에서 열린 제6회 인사이더 파운더스(INSIDE THE FOUNDERS)에는 우아한형제들의 김봉진 대표가 함께했다. 짧게 자른 머리, 둥근 뿔테 안경, 턱으로 쏟아지는 듯한 수염이 인상적인 우아한형제 김봉진 대표는 기업가보다는 디자이너다운 외모로 시선을 끌었다. 경영자이면서도 디자이너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경영에 디자인적 방법을 사용하는 김봉진 대표의 모습은, 나무 위에서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가는 '나무 위의 남작' 코시모를 연상하게 하였다.

the 6th inside the founders

인사말, "배달의 민족을 만들고 있는 김봉진입니다."

김봉진 대표의 첫인상 만큼이나 그의 인사말도 인상적이었다. 김봉진 대표는 위대한 사람은 3가지 조건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첫째는, 자기 일에 대한 열정, 둘째는 더 좋게 만들려는 관심, 그리고 셋째는 죽음이다. 애이브러햄 링컨은 "내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나로 인해 세상이 조금 좋아지는 것이다."라고 말했는데 김봉진 대표는 그 말처럼 "다음 세대가 나를 평가해주는 게 성공이 아닐까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그의 성공관에 비추어 볼 때, 배달의 민족과 그의 이름 사이에 가교 구실을 하는 "만들고 있는"이라는 수식어는 그가 사업하는 한 지속하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디자이너

김봉진 대표는 어릴 적 화가를 꿈꾸었지만, 형편이 좋지 않아 화가의 꿈을 포기하고 공고에 진학, 공부와는 담을 쌓고 학창시절을 보냈다. 실무로 빨리 인정받으려는 생각으로 고3 때 디자인학원에 다녔고 실기 비중이 높았던 서울예전에 입학하여 실내디자인을 전공했다. 당시 포토샵 기술만으로도 취업이 가능하여 웹디자이너로서 '이모션'과 '네오위즈'에서 직장 경력을 쌓았다. 그 후 인테리어 가구디자인 사업을 벌였지만 실패했다. "직장생활 몇 년 동안 만나던 클라이언트가 삼성, 엘지(LG), 나이키(Nike)이다 보니 내가 그들인 것 마냥 오만해져서 내가 하면 다 잘될 거로 생각했다."는 김봉진 대표. 여기까지 그는 '디자인하는 디자이너'였다.

배달의 민족

'언제까지 디자인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안고 김봉진 대표는 국민대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곳에서 정시화 교수를 만나 "예술은 사람과 사람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면 디자인은 사람과 사물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는 배움을 얻었다. 그리고 '배달의 민족'이 세상의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얻고 디자인 경영자로서의 역할을 깨달았다.

주문배달업계는 효과가 측정되지 않는 전단을 만들기 위해 과도한 비용을 쓰고 있고 치열한 경쟁과 과도한 마케팅 때문에 치킨집의 개폐업율이 2.5년도 안 되는 상황이다. 배달의 민족은 전단의 구실을 합리적으로 바꾸는 것이다. 특히 배달의 민족이 제공하는 '콜멘트' 서비스- 배달의 민족으로 주문 시 "배달의 민족 콜!"이라는 메시지가 나온다-는 업주에게 홍보 효과를 체감하게 하고, 주문 고객들에게도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도록 한다. 배달의 민족 사용자들은 리뷰를 남길 수 있기 때문에 업주들은 배달의 민족 앱을 통해 들어온 주문에 보다 세심하게 대응한다.

Talk about Mr.kim's story

디자인 경영

경영 3년 차 김봉진 대표는 자신을 "경영하는 디자이너"라고 정의했다. 김봉진 대표는 수차례 VC들로부터 "디자이너가 사업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받으면서, 이에 반문을 던진다. "언제부터 엔지니어 CEO가 자연스러웠는가?"

"숫자가 중요할 때엔 숫자를 잘 다루는 사람이, 무역이 필요할 땐 모험심 강한 사람이 CEO가 되었듯이, UX가 중요시되는 시대에는 마케터 혹은 디자이너가 더 잘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디자인 전공자는 회사에 디자이너로 취직하고, 업무에서는 핵심을 이해하지 못한 채 마지막 외양을 꾸미는 역할을 한다. "나는 새로운 디자이너의 길을 제시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말하는 김봉진 대표는 디자인적 방법론을 경영에 적용하여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예를 들어 창업자와 3천번 째 직원의 비전이 같을 수 없다. 그래서 회사는 비전이 많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직원들의 버킷리스트를 만들었다. "금발미녀와 일하고 싶다."처럼 엉뚱하고도 다양한 비전을 모아 포스터로 만들었다. 또 직원 복지에 대한 접근에서 디자인에서 콘셉트를 푸는(정의하는) 방식을 이용했다. 예를 들어, 복지 문제에 관해선 우선 복지를 행복한 삶으로 정의하고, 행복한 삶은 돈을 많이 버는 것 아니라는 방식으로 접근했다. 그 결과 제비뽑기로 한 층에 한 명씩 직책에 상관없이 청소 담당자를 정하는 제도를 만들어 직원들이 청소를 직접 하면서 당연하게 받았던 혜택에 대해 행복을 느끼도록 하였다.

브랜딩

배달의 민족이 수단이냐 목적이냐는 질문에 김봉진 대표는 "배달의 민족은 수단인 것 같다. 우아한 형제라는 회사를 만드는 데 더 많은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우아한형제는 콘셉트와 아이덴터티를 확보하면서 문화를 만들어가는 방식으로 장기적인 성장계획을 추구하고 있다. 설명하자면 배달의 민족은 디자인 방법론적 질문으로 시작했다. "누가 배달의 민족을 이용할 것인가?" 다시 말해 "누가 배달 주문을 할까?" 회사에서 실장이 먹는 것을 평사원이 시키듯이, 시키는 사람과 먹는 사람이 일치하지 않는 특징이 있다. 그래서 사회초년생들이 배달음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 생각해 그들이 좋아하는 문화-키치, 패러디, 무한도전, 싸이 등을 녹여 '배달의 민족'을 브랜딩했다.

"브랜딩은 한마디로 ~답다는 것이다. 만약 애플이 호텔을 짓는다면 어떤 모습일지 상상할 수 있다. 이것이 브랜딩이다."라고 설명하는 김봉진 대표의 목표는 '배달의 민족'과 '우아한형제'를 '~스럽다.'라고 연상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밝혔다.

형제는우아했다

IPO

IPO 계획에 대한 질문에 김봉진 대표는 "IPO가 기업 성장에 큰 변환점이 되겠지만, 끝이 아닌 반환점이 될 것 같다."고 신중하게 답했다. 김봉진 대표는 "IPO는 디자이너가 어디까지 할 수 있을까에 대한 사회적 기준"이라 생각하지만 성급하게 진행하기보다 내실 있게 준비해서 더 큰 회사를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김봉진 대표는 주식회사인 우아한형제는 언젠가 IPO를 진행할 거지만 "소액주주 관리의 두려움이 많아 좀 더 내공을 쌓으면 할 만할 것 같다."며 신중한 자세를 재차 강조하면서 "기업이 커가는 데 있어 꼭 거쳐야 할 과정이기 때문에 제대로 해보고 싶다."며 IPO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성장

번 아웃(burn-out), 즉 탈진상태가 되지 않는 방법으로 김봉진 대표는 성장하는 느낌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봉진 대표는 평소 독서를 꾸준히 하고 야간에 디자인 대학원에 다니며 배우고 있다고 한다. "회사 대표이사 자리를 맡다 보니 누구도 뭐라고 하는 사람이 없는데, 대학교 가서 지적을 받다 보면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며, 그것을 재충전의 계기로 삼는다"고 김봉진 대표는 말했다. 영향을 주는 기업가를 묻는 말에 김봉진 대표는 교세라의 창업자 이나모리 가즈오와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을 꼽았다. 이나모리 가즈오에게 일에 대한 진지한 태도를 배웠고, 재무제표도 읽을 줄 모르지만 즐거운 마음으로 도전하고 혁신하는 리처드 브랜슨의 모습에서 많은 영감을 받는다고 했다.

좌우명  

살아오면서 느낀 것은 마음대로 되는 게 별로 없다는 사실이라고 김봉진 대표는 말한다. 흔히 사람은 실패하면 자신에게 책임을 지우거나 책망하지만 살다 보면 자연재해나 불의의 사고 같은 불가항력의 일이 발생하는 경우가 있다. "세상엔 이런 일들이 많아서 의지대로 할 수 없는 큰 힘이 있다는 걸 생각해 봐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하며 "그래서 실패에도 성공에도 겸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패에 너무 자책할 필요도 없고 성공에 너무 자만해서도 안 된다. 김봉진 대표는 자신의 좌우명이 "이번 고비가 넘어가면 다음 고비가 온다."라고 밝혔다. 자칫 비관적으로 들리지만, 고비를 이겨 냈기에 더 큰 고비가 오는 것으로 받아들인다면 고비를 축복으로 볼 수도 있다. 김봉진 대표는 "맹자는 밖에 적이 없고 안에 우환이 없는 나라는 반드시 망한다고 말했다. 수많은 힘든 상황들이 있지만 1이 모여 100이 되듯이 작은 고비들로 넘기다 보면 큰 고비도 넘길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listeners of his speaking

 한편, 인터뷰 영상은 beSUCCESS의 INSIDE THE FOUNDERS 페이지에 업로드 될 예정이다. 영상에서는 위 내용과 더불어 본 기사에 다루지 못한 이야기와 참석자 질의응답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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