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스타트업 ‘팀채’ 파트너, “정부의 울타리 안에서 벗어나 진짜 경쟁 해야”
2015년 12월 0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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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0스타트업(500Startups) 팀채 파트너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를 비롯해 현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창조경제 관련 스타트업 지원에 대한 의견을 500스타트업(500Startups)의 팀채 파트너에게서 들어보았다. 아래는 관련 문답이다.

한국과 해외의 벤처캐피털은 어떻게 다른가?

한국 시장을 아직 배우고 있는 단계지만 현재까지 느낀 점은, 한국이 다른 시장과 비교해 벤처캐피털(VC)의 수가 아주 적다는 것이다. 반면 창업가 지향적인 본엔젤스, 소프트뱅크벤처스, 메쉬업엔젤스 등이 다양한 투자 건을 진행하며 좋은 성과를 내고 있으며 이들이 향후 한국 벤처캐피털을 대표하는 이미지라고 생각한다. 해외에서는 알토스벤처스와 굿워터캐피털이 한국 스타트업 투자 생태계에 좋은 영향을 주고 있다. 하지만 일부 벤처캐피털은 창업자에게 어떤 방법으로 도움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듯한 느낌이다. 그와 더불어 투자 계약 시 계약서상에 창업자에 손해를 입힐 수 있는 항목들이 많다. 예를 들어 투자 이후에도 성공을 보장해야 하는 풋옵션, 워런트 등의 조항들이 스타트업의 성공과 투자 활성화를 방해한다고 생각한다.

창조경제 효과는 언제까지 지속할 것이며, 정부와 스타트업은 어떤 준비를 해야 하나?

최근 3~4년째 지속하고 있는 창조경제가 내년에는 많이 달라질 것이라는 다수의 의견에 동의한다. 지금까지 정부는 스타트업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을 많이 했고 그런 점은 높이 평가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 방식을 달리할 필요가 있다. 즉 초기 스타트업에 대한 자금적인 지원이 아닌 '초기에서 매각 및 인수·합병까지' 스타트업 생태계가 전반적으로 활성화 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하지만 정부나 대기업에는 좋은 스타트업을 매각하고 인수·합병을 진행할 수 있는 전문가가 전무하다. 더불어 이런 능력을 지닌 사람을 해외에서 데리고 오는 것은 의미가 없다. 장기적인 해결책은 해외에서 성공적인 사업을 진행 중인 초·중기(시리즈 A, B) 스타트업들이 한국에 지사 개념의 사업체를 만들도록 여러 지원책을 마련해 성공 스타트업으로부터 한국 스타트업들이 자연스럽게 실리콘밸리 등의 성공 기업 문화 및 생태계를 받아들이고 배울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그들과 경쟁하도록 하는 것이다.

한 예로, 500스타트업의 포트폴리오 스타트업인 벙글(Vungle)은 2011년에 실리콘밸리에 창업한 글로벌 동영상 광고 플랫폼으로 올해 7월 한국에 지사를 설립했다. 7명으로 시작한 벙글 코리아의 직원 수는 현재 2배가 되었으며 이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성공적으로 사업을 키워가고 있는 벙글 같은 스타트업이 20개 정도 한국에 지사를 마련한다면 그들을 통해 자연스레 해외 기업 문화가 전달되어 한국 스타트업이 해외 시장에서도 경쟁할 수 있는 인사이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해외 성공 스타트업들이 어떻게 업무를 하는지 직접 경험해 보는 게 중요하다. 이에 정부 및 산하 기관에서 지원할 방법은 해외 성공 스타트업이 한국 스타트업 생태계에 들어올 수 있도록 그들이 지사 등을 설립 시 한국의 연구 인력을 고용하도록 보조금을 지원하고, 절세 혜택 등을 마련하는 것이 있다. 이는 단기적으로는 일자리 창출 효과를 장기적으로는 성공 문화의 확산으로 해외 스탠다드에 맞는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고 마케팅을 진행해 스타트업의 해외 매각 및 인수·합병 기회 증대에 이바지할 수 있다.

벙글 뿐 아니라 반대로 해외에서 먼저 시작한 눔(noom) 같은 성공 스타트업이 한국에 지사를 만들면 동일한 효과를 가져온다.

정부나 대기업의 지원책이나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성공 스타트업을 대량으로 생산해 낼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이는 불가능하며 스타트업 생태계 구성원들이 해외 성공 스타트업 생태계를 직접 경험해봐야 한다.

그루폰 코리아 설립에 뛰어들어 1년 동안 대표로 일한 잡플래닛의 황희승 공동대표도 마찬가지다. 물론 다양한 것들이 성공에 영향을 미쳤겠지만 지금 잡플래닛이 얼마나 성공했는지를 보면 알 것이다.

캐나다 정부 역시 스타트업에 대한 비슷한 지원책을 마련했다. 해외 스타트업을 캐나다로 유치하려는 목적이 아닌 자국의 성공 스타트업들이 미국이나 유럽으로 사업 기반을 옮기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따라서 캐나다는 캐나다 국민 연구 인력에 대한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영어권 나라이기에 해외 스타트업들이 캐나다에 지사 등을 구성하는 게 쉽다. 하지만 언어적 장벽과 아시안의 업무 스타일에 대한 평가는 해외 성공 스타트업의 한국 지사 설립 유도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 아시안 엔지니어들은 업무 성과 면에서는 뛰어나지만, 주어진 일 외 부분엔 다소 적극성이 부족하다는 평이 있다. 이런 업무 문화적인 부분도 바뀌어야 한다. 더불어 엔지니어들이 사용하는 프로그램 언어도 실리콘밸리와 비교해 뒤처져 있으며 한국의 웹 스탠다드가 낙후되었다. 웹사이트 디자인도 이제서야 반응형(Responsive) 디자인을 도입하고 있어 많이 트랜드에 뒤처졌다.

반면 한국은 아시아 국가 중에서 지리적으로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를 잇는 가교의 역할을 할 뿐 아니라 이 국가 중 문화를 대대적으로 수출하는 성공적인 국가이기도 하다. 또한, 인터넷 속도, 네트워크 인프라 등 긍정적인 요소들이 있어 해외 지사 설립을 고려하는 스타트업에 충분히 어필할 수 있는 가치가 있다. 최근 실리콘밸리도 아시아 시장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는 추세지만, 아시아 어디에 지사를 설립하고 또 사업을 확장할지에 대한 명확한 정보가 없다. 이때 정부 차원에서 이들 스타트업에 대한 지원을 제공한다면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확실한 차별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내년 500스타트업의 투자 전략은 무엇인가?

500스타트업이 한국에 설립되어 투자를 진행한 지 6개월이 되었다. 요즘 핀테크 스타트업이 뜨겁다. 500스타트업도 2개 핀테크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내년에 핀테크 스타트업에 투자할 계획으로 유망 스타트업을 찾고 있다. 또 해외 시장에서도 성공할 수 있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가진 스타트업에 투자하려 한다. 카메라 앱 '레트리카(Retrica)'가 그런 케이스다. 레트리카에 초기 투자하지 못한게 아쉽다. 500스타트업은 내년에 20~30개의 스타트업에 투자할 계획이며 현재 포트폴리오 스타트업의 매각을 목표로 액셀러레이팅 하고 있다.

향후 500스타트업은 창업자와 투자자 모두의 성공을 위한 스타트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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