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 Flattr, 기부의 바다로 닻을 올린 해적
2013년 08월 16일

  ARS 성금과 자선단체 후원은 무엇이 다른가. 두 가지 모두 기부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사람들은 자선단체 가입은 차일피일 미루는 반면 아프리카 아이들의 눈물에는 쉽게 수화기를 집어든다. 자선단체 후원을 하려면 가던 길을 멈춘 채 개인정보를 기입하고 돈을 송금해야 하지만 ARS성금은 전화만 걸면 되는 간편함,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 그리고 강력한 스토리로 사람들을 기부하도록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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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무덤, MIrcropayment

  대다수 인터넷 콘텐츠는 무료다. ARS성금처럼 단순한 소액 결제 시스템을 구축한다면 사람들이 콘텐츠에 값을 지급하지 않을까?  Bitpass를 비롯한 여러 Micropayment 서비스들이 도전장을 냈지만 성적표는 초라했다. 이에 NYU의 Clay Shirky는 Micropayment의 미래를 비관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 할지라도 돈을 지불하는 사람은 물건값의 적정 여부를 따져볼 수밖에 없다. 이런 콘텐츠 가치 판단은 사람들에게 피로를 유발하고, 많은 거래가 필요한 박리다매 구조의 Micropayment 사업에 불안요소로 작용한다. 그의 표현을 빌리자면 역설적이게도 Micropayment는 저렴한 콘텐츠를 매우 귀히 여기고 사용자의 시간이 무한한 것처럼 취급한다. 다시 말해, 사람들은 저렴한 콘텐츠를 구입하기 위해 값비싼 자신들의 시간을 낭비해야만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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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적, Micropayment의 바다로 나가다.

  인터넷 해적이 이 험난한 바다에 도전장을 던졌다. 2010년 스웨덴의 두 청년이 혁신적인 비즈니스를 시작했다. 창업자 중 한 명인 Peter Sunde는  Pirate Bay라는 해적판 파일 검색 엔진의 공동 창업자였다. 무료 콘텐츠 확산의 첨병이었던 그가 Microdonation (혹은 Social Micropayment) 서비스 Flattr를 만들었다. 기부에 필요한 것은 '좋아요' 버튼 하나. flattring(버튼으로 기부하는 행위)으로 웹에 존재하는 블로그, 기사글, 영상, 게임, 팟캐스트, 사진 등 모든 콘텐츠에 관해서 돈을 지불할 수 있다.  스크린샷 2013-08-14 오후 10.07.15

무슨 배짱으로?

  Flattr를 이용하기 위해 우선 Flattr 계좌를 개설해야 한다. 자신이 한 달간 기부할 금액(2~100 유로)을 정해서 신용카드 혹은 PAYPAL과 같은 온라인 결제로 계좌에 입금한다. 사용자들에게 요구되는 것은 이것이 전부다. 두 가지 단계를 완료한 사용자는 인스타그램, 비메오, 유투브, flickr, Soundcloud 등의 사이트에 가서 마음에 드는 콘텐츠에 "좋아요"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된다. Flattr가 제공하는 버튼을 달기만 하면 개인 블로그에도 기부할 수 있다.

 기부액을 정하는 방식은 피자를 나누는 것과 비슷하다. Flattr는 월말에 사용자가 입금해 놓은 금액을 '좋아요'를 선택한 콘텐츠 수로 나눈다. 그 나뉜 조각(금액)에서 10%를 수수료로 떼고 나머지 90%가 콘텐츠 제작자에게 지급된다. 예를 들어 사용자가 10유로를 입금해놓고 10개의 콘텐츠에 '좋아요'를 눌렀다면, 1유로에서 10%를 뺀 0.9유로가 콘텐츠 몫으로 돌아간다. 만약 '좋아요' 버튼을 한 번도 누르지 않았을 경우, 계좌의 금액은 자선단체에 수수료 없이 전액 기부된다. 

  Flattr는  Shirky가 말한 정신적 수고를 2가지 방법으로 해결한다. 첫째로 콘텐츠당 가격을 포기하는 대신 기부 총액을 설정했다. 사람들은 개별 콘텐츠의 가치가 아니라 자신의 기부총액만 신경쓰면 된다. 둘째로 콘텐츠를 경험한 후 '좋아요' 버튼을 누르는 선 경험 후 지불 방식을 채택했다. 그로 인해 사용자는 콘텐츠 앞에서 "지불할 가치가 있을까?" 망설일 필요가 없다. 또한, 콘텐츠를 이미 경험한 상태에서 대가를 지불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용자는 선의를 베푼다는 느낌을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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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친 물살과 암초들

 기부를 받아야 할 콘텐츠 제작자가 Flattr에 가입되어 있지 않다면 그 돈은 unclaimed 상태가 된다. 제작자가 가입하면 unclaimed상태의 기부금을 받을 권리가 생긴다. 가입 과정에서 제작자도 기부 계좌를 만들어야 하므로 기부자->기부->제작자->가입->기부자->기부->제작자의 선순환이 일어나게 된다. 그러나 불행히도 자동 알림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이 선순환은 제작자에게 알려서라도 기부하겠다는 기부자의 의지를 필요로 한다. 

 당연하게도 더 많은 사람을 끌어들이기 위해 더 많은 콘텐츠를 확보해야 한다. Flattr는 많은 콘텐츠 서비스들과 통합(integration)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만약 콘텐츠 증가 속도가 기부자 혹은 계좌 총 액수 증가 속도를 압도할 경우, 제작자에게 분배되는 액수가 적어질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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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콘텐츠의 확보로 기부하는 빈도가 늘어나는 만큼 기부액이 늘어나지 않으면 제작자 한 명에게 돌아가는 몫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 그리고 서비스 통합과정에서 발생할 마찰도 불안요소다. 일례로 트위터는 Flattr가 트윗에 flattring하는 것을 차단했는데, 이는 third party 회사가 트윗으로 수익을 챙길 수 없다는 트위터 내부 조항을 위반하였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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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의 보물을 차지할까?

 매일 수많은 콘텐츠가 인터넷에 올라온다. 그중 상당수가 대가 없이 만들어진다. 오프라인과 달리 온라인에서 사람들은 무료콘텐츠를 당연시한다. 콘텐츠가 유료화되면, 다른 무료 콘텐츠를 이용하면 그만이다. 그래서 Flattr는 흥미롭다. Flattr는 유료화가 아닌 기부의 방법으로 접근한다. 그것이 인터넷의 무료 콘텐츠 환경을 확산하고 지속시킬 수 있는 길이라 믿기 때문이다. 

 

  beSUCCESS 최종성 수습기자 | press@besuccess.com


Flattr호는?

 Flattr(http://flattr.com/)는 스웨덴 출신의 Peter Sunde 과 Linus Olsson이 공동 창업한 마이크로도네이션 스타트업이다. 마이크로도네이션 액수에 대한 공인된 기준은 없지만, 업계에서는 보통 $0.01~3달러 정도를 소액으로 보고 있다. Cruchbase 에 따르면 Flattr는 2010년 서비스를 시작해 지금까지 208만 달러를 펀딩하는데 성공하였다. 위키리크스가 Flattr로 펀딩해 화제를 모았었다. 국내에서는 조이가 쿠키(coo.ki)라는 서비스(관련기사 바로가기)로 유사한 마이크로도네이션을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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