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in 스타트업①] “금융업 근간 이해 못하면, 핀테크를 알 수 없다” – 와디즈 신혜성 대표
2014년 10월 13일

‘핀테크(Fintech)’라는 단어를 선점하기 위한 주도권 경쟁이 치열하다. 정부, 대기업, 금융권 등 너나 할 것 없이 갑자기 부상한 이 단어에 대해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금융(Financial)과 기술(Technology)이 결합되어 탄생한 핀테크란 구체적으로 무엇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스타트업 관점에서 핀테크를 조명하고자 생태계의 다양한 인사들을 만났다.

첫 번째 주자는 증권가와 금융권 업무를 두루 경험해본 후,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와디즈’를 설립한 신혜성 대표다. 금융업계에 대해 그 누구보다 빠삭한 지식을 가지고 있는 그는 ‘핀테크’ 열풍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분당의 사무실을 찾아 그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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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핀테크라는 단어를 오해하고 있다

-‘핀테크’는 대충 무엇을 말하는지는 알 것 같지만, 구체적으로 금융의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기술로 혁신시킨다는 것인지 따지고 들자면 제대로 파악하기가 어려운 단어입니다. 핀테크에  대해 어떻게 정의하고 계신가요.

아직까지 국내에서는 핀테크라는 단어에 대해 약간 오해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핀테크는 세 가지 결정적인 계기를 통해 국내에서 주목을 받게 됐습니다. 알리바바의 위어바오(온라인 전용 머니마켓펀드) 출시, 카카오페이의 등장, 네이버의 한국사이버결제(KCP) 인수가 바로 그것이죠. 그러다 보니 ‘포털에서 금융 상품을 판매한다’는게 핀테크라는 용어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입니다. 핀테크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금융업의 근간이 무엇인지를 파악할 필요가 있습니다.

-금융업의 근간이라고 함은 무엇을 말하는 건가요.

핀테크의 핵심은 금융의 주체가 누구인가 하는 것이거든요. 전통적인 은행 내부에서 IT 센터는 전혀 핵심적인 부서가 아니예요. 은행은 수 많은 고객의 데이터를 관리하고 인터넷 뱅킹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실제 IT 업계에서 비용 지출이 가장 많은 곳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IT 센터의 직원들은 굉장히 홀대 받고 있는 것이 현실이예요. 돈을 쓰기만 하는 부서라고 해서 ‘코스트(cost) 센터’라는 비아냥도 받고 있고요. 그들은 현업에서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해줄 뿐, 금융업계에서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지 못했죠. 결국 전통적인 금융업은 기술이 아닌 사람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을 가진 곳이었습니다.

-핀테크가 등장하면서, 전통적인 금융업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나요.

지금까지 금융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고부가가치를 창출해왔기 때문에 높은 임금을 받았어요. 그런데 핀테크가 등장하면서 산업을 서포트해주는 수준에 머물렀던 기술이, 금융업의 핵심 업무를 대체 수행하게 된 것이죠. 결국 ‘사람이 하던 금융 업무를 기술이 대체하는 것’이 핀테크의 핵심이예요.

핀테크와 크라우드펀딩

-사실 핀테크라는 생소한 단어에서, 이미 우리에게 익숙해진 단어인 크라우드펀딩을 바로 떠올릴 순 없었어요. 크라우드펀딩은 어떤 점에서 핀테크의 일종이라고 할 수 있는건가요.

기존의 제품 중심의 후원형 크라우드펀딩보다는, 지분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이 핀테크적 요소를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지분투자형 크라우드펀딩을 통해서 소수의 사람이 했었던 금융 심사가 집단 지성의 손에 넘어가게 됐죠.

전통 금융업에서는 크레딧 스코어 시스템(credit score system)이라는 것이 있어요. 맨 처음 대출 한도를 정할 때 개인에게 신용 정보 활용 동의서를 얻고, 그 신용 데이터를 분석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하는거죠. 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심사역이 얼마를 대출해줘도 괜찮을지에 대한 정성적인 평가를 하게 됩니다. 결국 가장 핵심적인 업무는 사람이 하고 있는겁니다. 이게 기본적인 메커니즘이예요. 만약 크라우드펀딩 기업들이 은행의 크레딧 스코어 시스템을 그대로 가져다가 신용 등급을 받고 ‘너는 되고, 너는 안돼’라는 식으로 심사를 한다면 대안 금융이 될 수는 없겠죠.

-그렇다면 크라우드펀딩에서는 어떤 식으로 금융 심사가 이루어지게 되는건가요.

기존의 신용 평가는 거래량을 기반으로 이루어집니다. 예를 들어 신용카드를 전혀 쓰지 않고, 현금만 사용하는 사람이 있어요. 빚을 지지 않는다는 점에서 굉장히 건전한 소비를 하는 사람이죠. 하지만 은행에 가보면 이 사람의 신용은 매우 낮습니다. 거래 기록이 없기 때문이죠. 거래량과 같은 정형화된 데이터로만 사람과 기업의 신용을 평가하는 것은 이런 점에서 불합리한 면이 있어요.

하지만 크라우드펀딩의 경우 집단 지성을 통해 아직 검증되지 않은 초기 스타트업도 신뢰도를 인정받을 수 있는 기회를 줘요. 심사권을 대중에게 넘겨주는 거죠. 더 나아가 지금 와디즈가 준비하고 있는 것이기도 한데, 개인의 소셜 데이터들이 심사의 한 기준이 됩니다. 소셜미디어로부터 발생하는 비정형 빅데이터를 활용하는거죠. 예를 들어 심사 대상이 운영하고 있는 블로그, 사이트의 주요 키워드, 접속자 수, SNS 반응 정도 등을 통해 그 사람의 소셜 지수를 도출해냅니다. 이걸 ‘소셜 크레딧 지수’라고 합니다. 이 지수에 따라 크라우드펀딩의 수수료 등이 책정되고 있어요.

-사실 좀 우려가 되는 점이, 소셜 상의 기록 등은 얼마든지 꾸며낼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점입니다. 소셜 크레딧 지수에 대한 신뢰성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을 것 같은데요.

좋아요 수에 따라 소셜 지수가 올라가는 단순한 구조는 아닙니다. 진성 소셜 데이터를 구분해낼 수 있는 여러 가지 장치들을 개발하고 있는 중이예요. 예를 들면 그 사람이 sns 상에서 사용하는 단어들을 취합해서, 현재 진행하고 있는 크라우드 펀딩 프로젝트와 어느 정도로 연관성을 갖는지 등을 분석해 내는거죠. 또 친분 정도에 따라서 소셜 반응에 대한 배점도 다 다르게 책정하고 있고요. 블로그, 사이트 등 제공하는 정보가 많아질 수록 점수는 올라갑니다. 실제 크라우드펀딩의 경우 시장이 커질수록 사기에 대한 문제를 피해갈 수가 없는데, 소셜 크레딧이 그런 문제를 예방해줄 수 있는 보조 데이터로 활용이 될 예정입니다.

-외국에서도 소셜 빅데이터를 활용하는 금융 비즈니스들이 많이 생겨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네, 실제로 외국에서는 카드사, 은행, 증권사, 보험사 등 모든 금융 분야에서 빅데이터를 활발하게 활용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영국의 헤지펀드 전문 투자기관인 DCM 캐피털은 트위터 게시글 분석을 통해 금융 시장 상황을 판단하고 투자 방향에 반영해 2012년 1분익에만 7% 이상의 수익 성장률을 기록했다고 발표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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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DCM 캐피털은 트레이더에게 소셜 미디어의 통계 분석 내용을 제공한다.

sns를 통해 개인의 투자 성향을 체크하는 사례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그 사람이 쓰는 단어와 표현들을 통해 이 사람이 리스크를 어느 정도로 선호하는지를 측정할 수 있습니다. 이에 따라 더 알맞는 금융 상품을 추천해줄 수도 있는거죠. 결국 금융 채널 뿐 아니라 메커니즘 자체가 달라지고 있습니다.

-국내 핀테크 산업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고 얘기되는 규제에 대한 이야기가 빠질 수 없는데요. 각종 금융 규제에 대해서는 어떤 시각을 가지고 계신가요.

일단 저는 기본적으로 남탓하는 스타일은 아니예요.(웃음) 문제가 있는 것은 맞지만 규제 핑계를 대자면 사실 끝이 없죠. 제가 금융인 출신이라 다소 보수적일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돈은 돈을 다루는 사람이 다루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단 크라우드펀딩과 가장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는 법은 유사수신행위 금지법입니다. 유사수신행위라는 것은,금융기관으로 허가받지 않은 업체가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모으는 것을 의미해요. 크라우드펀딩도 아직 법제화되지 않았기 때문에 유사수신이 아니냐는 논란 속에 있죠. 지금 1년이 넘게 크라우드펀딩 법안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지만, 내년까지는 관련 법이 통과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습니다. 실제 법제화가 늦어지는 바람에 휘청거린 크라우드펀딩 플랫폼들이 많습니다. 이 부분에서는 법이 빨리 통과됐으면 하죠.

그렇지만 여전히 돈에 대해 청렴한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돈을 다루는 규제는 일정 부분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돈을 만지는 업은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니어서, 아무나 하게 해줬을 때는 반드시 문제가 발생할거라고 생각해요.

국내 크라우드펀딩 산업, 성장 더딘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에 크라우드펀딩이 소개된지도 꽤 시간이 흘렀지만, 아직도 산업 전체가 성장한다기 보다는 뜨고 지는 별들이 많은 것 같은 느낌이예요. 현재 국내 크라우드펀딩 생태계에 대해서는 어떻게 평가하고 계신가요.

사실상 일반 스타트업보다는 소셜벤처 섹터의 크라우드펀딩이 주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예요. 일반 스타트업과의 시너지가 잘 나지 않는 원인은 두 가지로 보고 있습니다.

첫 번째로, 스타트업의 자체적인 문제인데요. 완성도 있는 프로덕트를 가지고 있는 스타트업이 찾기 어렵습니다. 실제 소싱을 하다보면 프로토타입만 가지고 있거나, 그마저도 잘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많죠. 특히나 소프트웨어 제품들은 더더욱 완성도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아요.

두 번째로는, 생태계 전반의 문제가 있습니다. 금융 생태계 관점에서 현재 스타트업을 위한 지원금이 굉장히 많이 풀렸어요. 그렇기 때문에 투자금 규모 자체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졌습니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서 투자를 받는 것보다 더 빠른 길이 있다고 느끼는 것 같아요. IT 기반의 스타트업의 경우 더더욱 그렇고요. 이런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결국 크라우드펀딩 시장 자체가 많이 커져야할 것 같아요.

-VC에게 투자받는 것과 비교해서, 크라우드펀딩을 통한 투자 유치가 스타트업에게 줄 수 있는 이점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요.

외국의 유명 플랫폼인 킥스타터같은 경우에도 단일 프로젝트로 만 달러 모금을 넘기면, 실제 발생하는 효과는 몇 만 달러를 넘어선다고 해요. 저희 플랫폼 내에서도 예를 들어 천 만원을 모금 달성에 성공했다고치면, 그 과정에서 대중에게 이 기업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가 상당히 정확하게 전달이 됩니다. ‘왜(why)’에 대한 의미와 가치가 전해지는거죠. 이걸 홍보 비용으로 커버하자면 2,3천 만원의 실비가 들어가야해요.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 크라우드펀딩을 경험해 본 스타트업의 경우 만족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죠.

-와디즈에서 초기 스타트업 육성을 위해 하고 있는 특별한 프로젝트들이 있다고 들었습니다.

총 4가지 연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한국사회투자와 연계한 융자 프로그램, 미래부와 연계한 창업기획사 프로그램, 국내 중견기업과 연계한 대량생산 프로그램, 엔젤클럽과의 투자 연계를 시켜주는 프로그램입니다. 이 프로그램들은 모두 와디즈에서 500만 원 이상 모금에 성공한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고있어요. 플랫폼을 통해 대중의 지지와 시장성을 검증받은 기업만이 다음 단계를 밟을 수 있는 것이죠. 크라우드펀딩은 대부분 2달 가량 긴 기간 동안 진행되기 때문에, 그 과정을 통해 이 기업이 정말 진정성있게 제품을 판매하고 있는지가 여실히 드러나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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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제공, 와디즈

-핀테크 기업으로 도약하는 ‘와디즈’의 향후 계획에 대해서도 공유 부탁드립니다.

한 쪽에서는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해 크라우드펀딩이 꼭 필요하다고 하지만, 반대 진영에서는 위험성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어요. 결국 와디즈는 그 두 가지 입장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겠지요. 실제 반대 진영이 말하는 투자의 위험성을 줄여나가기 위해 시스템과 기술적 보완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현재 그 쪽 개발을 준비하고 있는 중입니다. 또 앞서 말했던 소셜 빅데이터들을 이용한 신용 지수 개발과 맞춤형 마케팅 채널 발굴 역시 계속 진행 중에 있어요.

-글로벌 진출에 대한 계획도 있으신가요.

물론 이 다음 단계로 준비하고 있어요. 저희의 전략은 국내의 품질 좋은 제품들을 생산해내는 중소기업들을 해외에 소개해줄 수 있는 플랫폼으로서 진출하는 것입니다. 중국의 경우도 알리바바를 통해 자국 소상공인을 해외에 소개하고 있죠. 해외 플랫폼은 후원형 중심으로 만들어질 예정이예요. 일단은 국내 시장을 위한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론칭을 내년 초로 앞두고 있습니다.

-지난 해에는 ‘헬스케어’가 뜨더니 올해 상반기에는 ‘O2O 비즈니스’, 지금은 ‘핀테크’로 그 열풍이 옮겨온 것 같습니다. 그러나 앞선 어떤 분야에서도 혁신적이라 할만한 국내 스타트업은 나오지 않은 것 같아요. 핀테크 분야에서 혁신적인 스타트업이 나오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다고 보시나요.

혁신적인 서비스에도 두 가지 종류가 있다고 생각해요. 인간을 윤택하게 하는 것과, 인간을 이롭게 하는 것. 저는 삶을 윤택하게 만들지만 이롭진 않은 혁신은 꼭 필요한 것이라고 보진 않아요. 굳이 없어도 살 수 있는 것 들이니까요. 하지만 인간을 이롭게 하는 홍익인간(弘益人間)의 혁신은 세상에 꼭 필요하죠.

혁신이 꼭 기존의 전통 시장을 부수고, 메커니즘을 전복시키는 것만을 의미하지는 않아요. 기존 생태계에서 잘 해결되지 않았던 문제를 풀어내고, 이를 통해 인간을 이롭게 하는 게 더 중요하죠. 결국 사람이 심사하던 것을 기계가 해준다고 해서 일자리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저희가 만드는 소셜 신용등급 역시 보조 지표로 활용되는 것이죠. 결국 VC, 대기업, 은행들도 밥그릇 싸움이라는 적대적 시선을 버리고, 다양한 핀테크 스타트업들을 금융 생태계의 일원으로 지켜봐주는 태도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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