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스타트업, 배달이 아니라 유통 방식의 혁신에 도전하라
2014년 09월 0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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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배달 서비스를 하는 스타트업(Delivery service startup)들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샌프란시스코를 거점으로 하고 있는 Eaze라는 친구들에 대한 기사를 읽고 나서부터이다.

우리나라에서라면 절대 할 수 없었을, 의료용 마리화나(Medical marijuana, 마리화나는 마약류로 구분되어 있으나 미국 등 일부 국가에서는 진통 등의 목적에 한해 의사의 처방을 받은 환자가 마리화나를 합법적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를 전문적으로 배달해 주는 이 Eaze라는 친구들은, 환자가 마리화나를 구입하기를 원하는 경우 드라이버(Driver)라 부르는 배달원들이 Eaze와 파트너십(Partnership)을 맺은 인근의 의료용 마리화나 판매점(Dispensary)으로부터 마리화나를 구입해 해당 환자들에게 배달하도록 하여준다. 게다가 Eaze는, 의료용 마리화나라고는 하지만, 인디카(Indica)에서부터 하이브리드(Hybrid)까지 환자의 취향에 맞는 마리화나를 구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이 때, 환자는 드라이버의 서비스 대가로 마리화나 가격에 단 5 달러만을 추가로 지불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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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마리화나의 흡연을 장려하거나, 마리화나와 관련된 비즈니스를 하라고 독자들에게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님을 독자들이 잘 이해해 주리라 믿는다. 다만 Eaze의 사례를 독자들과 나누는 것은, 이 친구들이 자신들의 고객인 환자와 판매점, 그리고 드라이버의 니즈(Needs) 모두를 기술을 통해 충족시킴으로써 기존 산업에 훌륭하게 새로운 가치를 제안하는 좋은 사례가 되기 때문이다.

이 때, Eaze가 충족시키고 있는 각 이해관계자들의 니즈는 오히려 간단하다. 먼저, 환자들은 마리화나가 필요한 경우 언제나 자신이 선호하는 종류의 마리화나를 원하는 만큼 구매하여 의료 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게다가 그러면서도 마리화나가 유인하는 온갖 이상한 사람들과 마주치지 않아도 된다. 판매점 역시 Eaze를 통해 자신들을 안전하게 홍보할 수 있으며 실제 판매까지도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드라이버들은 자신의 여가 시간에 별다른 육체노동 없이 부수입을 올릴 수 있다.

오히려 마법은 Eaze가 환자에게 제공하는 편의의 대가로 청구하는 5 달러라는 금액에 있다. 다시 말해, 그 수수료가 너무 비싸면 환자가 이용하지 않을 것이고, 반대로 너무 싸면 드라이버가 서비스 제공을 하지 않으려 할 것이 분명한 상황에서, ‘최대한 적은 금액을 수수료로 산정하면서도 드라이버에게는 매력적인 액수가 되게 만드는 것’이 바로 이와 같은 배달 서비스의 관건이 된다는 것이다.

실제 Eaze의 서비스를 가능케 하는 주인공들인 드라이버들에게 돌아가는 배달 건 당 수수료가 5 달러로 결코 많지 않기 때문에(실제로는 이 5 달러중 일부는 Eaze의 몫이 될 것이므로 실 수령액은 더욱 작아질 것이다), Eaze는 각 드라이버들의 동선(Route)를 최적화하여 단위 시간, 예를 들어 한 시간 동안 가능한 많은 수의 집하와 배달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는 실시간 교통량 및 흐름의 추적에 대한 데이터 마이닝을 기반으로 한 네비게이션 시스템의 그것과 다르지 않다. 즉, Eaze는 표면적으로는 마리화나를 중계하는 배달서비스인 것 같지만, 실제 그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드라이버들의 시간 당 수익을 극대화시키는 동시에 환자들의 배달 시간을 최소화 할 수 있도록 하여주는 매우 진보된 라우팅 시스템(Routing System)을 개발하고 운영하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그리고 이와 같은 라우팅 시스템이 훌륭할수록 드라이버가 더 많은 수의 주문을 처리할 수 있게 됨으로써 회사는 더욱 많은 수익을 누릴 수 있음은 물론이다.

이것은, 넓은 커버리지(Coverage) 및 배송속도를 확보하기 위해 막대한 자본을 투입하여 부지를 구해 물류센터를 짓고 배송 수단(차량 혹은 비행기)과 배송인력을 직접 보유하는 것을 기본으로 하였던 지금까지의 물류 방식에 대한 전혀 새로운 접근법이 될 수 있다. Eaze 및 유사한 배달 스타트업들은 기존의 물류 기업의 그와 같은 물리적 자산 중 그 어떠한 것도 보유하지 않은 채, 단지 구매자와 판매자, 그리고 배송담당인력의 니즈를 기술을 통해 스마트하게 충족시킴으로써 지금까지의 그 어떠한 물류방식보다도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배송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성공을 위해 스타트업들은 기존의 솔루션들에 비해 더 좋고, 더 빠르고 혹은 더 값싼 솔루션을 제안할 수 있어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만약 제대로 운영된다면 말이다.) Eaze와 같이 기술을 기반으로 하여 기존의 물류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키려 하는 배달 서비스 스타트업들은, 자신들이 진입하려는 Niche (혹은 Vertical)에 존재하는 기존의 유통 방식 전반에 대해 Better, Faster, Cheaper의 세 범주 모두에서 훌륭한 혁신을 이룰 수 있다. 아울러, 유통 방식이 결국 해당 산업 내에서 가치가 부가되어가는 채널임을 고려할 때 우리는, 그들이 시도하는 유통방식에 대한 혁신 노력이 결국 해당 시장 내의, 혹은 모든 산업에서 물류를 기반으로 하여 형성되어 있는 가치사슬 전반에서의 변화를 유발함으로써 시장 전체를 바꾸어 놓는 큰 그림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깨닫게 된다.

이처럼 작은 규모의 스타트업이라 하더라도 공룡들의 싸움인 유통 방식에 충분히 훌륭하고 새로운 가치를 제안할 수 있으며, 심지어 유통 방식을 혁신함으로써 지금까지의 산업 구조를 완전히 새롭게 만들어 버리는 커다란 그림을 그릴 수도 있음을 스타트업 스스로가, 그리고 더 나아가 모든 기업들은 깨달아야 한다.

필자는 국내에서도 자주 배달 서비스 스타트업 아이디어들을 접한다. 그만큼 우리나라에서도 다양한 시장에서 배달 서비스의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필자는 그들이, ‘배달’이라는 단편적 행위에만 자신들의 사업 영역을 제한하지 않았으면 한다. 결국 ‘배달’ 방식에 대한 새로운 제안은 결국 유통 방식에 대한 새로운 제안이기 때문이다. 더욱 큰 그림을 그려도 좋을 것이다. “할 수 있다고 믿든 할 수 없다고 믿든, 당신의 생각이 옳다(Whether you think you can or can’t, you’re right)”는 헨리 포드(Henry Ford)의 말처럼, 중요한 것은 그 그림의 실현을 위한 방법의 추구일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까지의 유통방식을 혁신할 강력한 배달 서비스 스타트업의 등장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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