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LUMN
스타트업 관람가 33. 박쥐 – 직장인의 미장센
  ·  281일 전

흰 벽 위에서 검은 그림자가 이따금 흔들립니다. 아마 창밖에서 바람이 나뭇가지를 흔들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나무 그림자가 드리운 그 새하얀 벽에 문이 있습니다. 상현(송강호)이 문을 열고 들어서며, 그렇게 영화가 시작됩니다. 검은 사제복을 입고 있네요. <박쥐>는 세 가지 색의 영화가 아닐까 합니다. 하얀 빛과 어둠의 검정으로 묘사된 이중성의 경계에 있는 건 물론 새빨간 욕망이겠습니다. 광기의 화가가 이중성이라는 주제를 놓고 온통 희고, 검고, 또 새빨갛게 칠한 유화를 보는 느낌이랄까요. 빛과 그림자의 얽힘을 지나, 다음…

[핀다와 금융 기초체력 다지기] 부채, 피할 수 없다면 관리하자
  ·  284일 전

올해 2분기 기준으로 가계부채(가계대출 + 판매신용) 규모가 1,257조 원에 달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는 기사를 접했습니다. 예전 핀다에서 진행한 설문조사를 떠올려보니 항목들 가운데 대출에 대한 이미지를 묻는 질문이 있었는데, 대출은 곧 빚을 지는 것이라는 부정적 의견이 많았습니다. 대출, 안 받을 수 있으면 가장 좋겠지만 내 월급을 빼고는 모두 올라버린 요즘 같은 세상에서 대출의 부정적 이미지만 떠올리며 회피하기보다는 우리 자산의 일부로 생각하고 현명하게 관리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대출을 관리하면 좋을지 알아볼까요? 1….

데자뷔: 지진이 선사한 익숙함
  ·  284일 전

부산에서 직장을 다니는 친구 덕에 지난달 중순 발생한 지진 상황을 생생히 전해 들을 수 있었다.“눈앞에서 흔들거리니 무섭고 비현실적이었어.” 집에 혼자 있던 그는 선반의 물건들이 떨어지는 동시에 강한 진동을 느끼고는 급히 뛰어나갔다. 그는 아파트 8층에서 계단으로 뛰어 내려왔고 곧 다리가 풀려 주저앉았다. 몇 분 뒤 ‘긴급재난문자’라는 것을 받았는데, 내용은 더욱 황당했다. 지진 발생 후 10분이나 지나서야 발송된 문자의 내용은 무책임하기 짝이 없다. 어디서 어떻게 행동해야 안전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내용이 없고 그냥 ‘안전에…

스타트업 관람가 32. <디스트릭트 9> 스타트업 아이템 좀 뺏지 마라
  ·  288일 전

아니, 페이크 다큐 형태의 외계인 영화라니. 2009년 작 <디스트릭트 9>은 형식부터 내용까지 모든 게 새롭습니다. “외계인 나오는 SF영화는 어떠해야 한다”는 문법을 전혀 따르지 않죠. 닐 블롬캠프 감독은 스스로를 믿고 자기만의 방식으로 이야기를 풀었습니다. 아쉽게도 이후 <엘리시움>과 <채피>라는 망작 2연타를 치며 팬들을 답답하게 하긴 했지만, 이 영화를 선보였을 당시의 블롬캠프는 그야말로 찬란했습니다. 독립영화를 찍는 건 스타트업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는 생각을 전부터 해왔는데요. 배고프게 찍는 과정이나 연출·시나리오·촬영 등 사람을 모아 팀 빌딩을 하는 방식,…

스타트업 관람가 31. <잉여들의 히치하이킹> 달콤한 잉생
  ·  295일 전

달랑 80만 원으로 1년간 유럽 전역을 여행하는 일은, 가능할까요? 말 안 되는 이야기죠.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자신들의 이름을 서플러스(Surplus)라 지은 자타공인 잉여들이 해냈습니다. <잉여들의 히치하이킹>은 이들의 대책 없이 반짝이는 유럽 여행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그런데 그 과정이 스타트업 성장기와도 다름없네요. 이런 관점에서 보게 되니 더욱 애정이 가는 영화였습니다. 나에겐 전혀 무모해 보이지 않는 사업아이템 여행자금은 원래 다음 학기 등록금 하려던 것이었습니다. 그러나 방학 내내 알바를 했는데도 등록금은 모이지 않았고, 영화과 동기들은…

스타트업 관람가 30. <터널> 부모님, 스타트업에서 일하는 아들딸은 안전합니다
  ·  302일 전

우리가 딛고 선 땅이 흔들렸습니다. 그 위에서 사는 사람의 안전을 책임져야 할 국가의 재난 대처능력도 흔들렸습니다. 재작년 세월호 사태, 지난해 메르스 사태, 다시 또 지진 사태로 우리 정부가 얼마나 재난 대처능력이 없는지 드러내며 실망을 안겨주네요. 기대도 안 했지만 이렇게까지 실망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 당혹스럽습니다. 이 시점에서 보기에 <터널>은 섬뜩하기까지 한 영화죠. 재난을 둘러싼 묘사가 너무 생생한 나머지 자꾸만 현실에 비춰보게 되는 탓입니다. 주인공 정수(하정우)는 출장을 마치고 집에 가는 길에 터널이 무너지며…

반드시 피해야 할 네 가지 실패의 공통분모
  ·  313일 전

반드시 피해야 할 네 가지 실패의 공통분모 만약 누군가 “성공하는 길을 알려주겠다”며 조언을 한다면 반드시 무시하기를 바란다. 그런 비법은 있을 수도 없을뿐더러 그런 말을 하는 이들은 대부분 사기꾼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므로 우리가 더욱 관심을 가져야 하는 건 오히려 “이렇게 했더니 망했다”라는 것일지도 모른다. 성공을 위한 왕도는 없지만, 사업을 실패로 이끄는 실수는 오히려 명확하고, 따라서 그런 실수를 피해 갈 수만 있다면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렇게 끈질기게 살아남은 또 하루가 ― 비록 아직은…

스타트업 관람가 29. <소셜 네트워크> 맴맴맴… 우린 혼자도 아니고 함께도 아니야
  ·  316일 전

여름이 가고 가을이 온줄 알았는데, 우산이라도 놔두고 갔던 걸까요. 여름이 돌아왔습니다. 갔으면 좋았을 텐데. 늦더위가 기승입니다. 같이 간 줄 알았던 매미도 다시 웁니다. 창문을 열고 잘 수도 없게 집 앞 놀이터에서 밤마다 울어대네요. 매미 우는 소리에 뒤척이다 엉뚱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매미가 페이스북을 쓸 줄 알았으면 좋겠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 저렇게 빼액빼액 울어대지 않고 페북에 자기 어필을 할 텐데, ‘좋아요’가 많은 순으로 차례차례 짝짓기할 수 있을 텐데, 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나무에 매달린 프로필 사진 아래…

중국향 크로스보더 비디오 커머스 ‘볼로미’와 한국의 ‘두비두’
  ·  318일 전

회사 가치 2,000억 원의 중국향 역직구 방송 커머스 ‘볼로미’ 중국 역직구와 모바일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볼로미(波罗蜜, bolo.me)’는 방송과 실시간 채팅을 활용한 양방향 서비스다. 볼로미에서는 전문 MC가 중국에 있는 시청자를 대상으로 중국 외 국가에서 판매 중인 상품을 소개하는 방송을 진행한다. 이때 채팅창을 통해 판매자와 구매자는 실시간으로 소통할 수 있다. 볼로미라는 사명에는 중국 소비자에게 시공간을 넘나드는 해외 직구 체험을 제공하겠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중국 영화 『대화서유(大话西游)』에서 주인공인 주성치(周星馳)가 순간 이동을 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여기서…

미국 비자 없이 최대 5년간 임시 체류 ‘스타트업을 위한 새 규정’: 이연수 변호사의 로스쿨 인 실리콘밸리
  ·  319일 전

얼마 전 미 이민국(USCIS)과 미 국토 안보부(DHS)는 미국 내 스타트업을 설립해 운영하는 외국인 기업가들에게 비자 없이 최대 5년간 임시 체류할 자격을 부여하는 새로운 규정안을 발표했다. 새로운 국제 기업가 규정(International Entrepreneur Rule)은 미국 의회를 거치지 않고 미국 국토안보부 선에서 제안하고 실행하는 규정이므로 빨리 실행될 가능성이 있다. 미 이민국 발표 원문은 여기에서, 제안서 전문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의회의 승인을 받고 실제 법안이 실행되기까지는 꽤 오랜 시간이 걸린다. 외국 기업가들에게 폭넓은 비자옵션을 제공하려는…

정보 유출 사고, 범죄의 재구성
  ·  319일 전

언론을 통한 소통이 주 업무인 마케터다 보니 종종 기자들을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곤 한다. 주로 IT보안 담당 기자들을 만나는데 그들은 늘 똑같은 하소연을 늘어놓곤 한다. “이쪽 업계는 참, 조용해도 조용해도, 너무 조용하네요.” 그럼 나도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정말 조용하다. 별일 없어도 너무 없다. IT보안이란 게 원래 무조건 조용해야지 좋은 분야라서 시끄러운 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고 위험한 상황이 벌어졌다는 뜻이긴 하다. 하지만 뭐든 말을 해야 하는 게 내 직업인데 말 꺼내기도 민망할 정도로…

스타트업 관람가 28. <인사이드 아웃> 기쁨이, 그 지독한 악역에 대한 뒷담화
  ·  323일 전

스타트업 관람가의 소재가 축나고 있기 때문일까요. 언제부턴가 영화에 팀으로 일하는 이들만 나오면 저들도 꼭 스타트업처럼 보입니다. 사람만 그런 것도 아닙니다. 전엔 <주토피아>의 동물들을 스타트업 팀원 포지션별로 비춰보기도 했는데요. 이윽고 동물을 넘어 <인사이드 아웃>의 감정 캐릭터들 이야기까지 스타트업 팀원들이 일하는 모습으로 보이는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기쁨, 슬픔, 분노, 까칠함, 소심함. 이 다섯 팀원은 11살 소녀 라일리의 머릿속 ‘감정 컨트롤 본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유기체적인 한 팀으로서 라일리의 감정을 조절하고, 그런 감정의 기억들을 구슬에 넣어 기억저장소에…

스타트업 관람가 27. <베테랑> 스타트업, 갑질 앞에 굽실거리지 않을 수 있는 특권
  ·  330일 전

우리나라 말 중엔 영어로 번역이 안 되는 것들이 있습니다. 영어권에선 정서 자체를 모르는 말들이라 그렇죠. ‘애교’ 같은 단어입니다. 여성이 애교를 부리는 존재, 즉 오랜 기간 남성보다 약자로 업신여겨져 온 우리나라나 일본 정도에만 있는 단어입니다. ‘큐트(Cute)’나 ‘참(Charm)’ 같은 주체적인 단어와는 정서가 다릅니다. ‘갑을관계’도 영어번역이 안 됩니다. 서양에선 그냥 의뢰인과 공급자죠. 갑과 을을 기어이 구분 짓는 일에는 거들먹거리고자 하는 강자의 욕망이 숨어있습니다. 동등한 협력자의 위치가 아니라 강자와 약자의 지위를 명시적으로 나눠 아래 두고 싶어…

해외 투자 유치 지금처럼은 안된다
  ·  331일 전

얼마 전 필자가 있는 LA에서 국내 정부기관의 주최로 한국 스타트업 데모데이(Demo Day)가 열렸다. 필자 역시 지인의 소개로 참여한 이번 데모데이는 오랜만에 우리나라 스타트업을 한 자리에서 만나볼 수 있는 즐거운 시간이 되었다. 반면 이전과는 달리 필자 스스로가 ‘해외투자자’의 시각에서 해외 데모데이를 지켜보며 느낀 아쉬운 점을 해외 시장 진출에 관심이 있는 분들과 함께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졌으면 한다. 국내외(‘글로벌’을 표방하는) 데모데이에서 쇼케이스를 하는 스타트업은 대부분은 ‘우리가 이렇게 좋은 프로덕트를 만들고 있으니, 우리에게 투자해 주면…

중국향 이커머스 솔루션 ‘필리바바’를 만나다
  ·  332일 전

2015년, 6억5천만 명의 중국 인터넷 유저들이 인터넷을 통해 구매한 제품의 금액이 2,500억 달러(한화 약 280조 원)를 넘어섰다. 특히, 중국 전체 인구의 25%를 차지하는 8090허우(后) 세대는 ‘소황제(小皇帝)’라고 불리며 미래 중국 시장의 주요 소비층이 될 전망이다. 이들의 구매력에 영점 조준을 맞춰 다양한 서비스를 기획하고 개발하는 한국 스타트업들에게는 중국 내 제품 배송 및 통관, 구매 결제 시스템은 여전히 풀어야 할 큰 숙제다. 오늘은 자신의 쇼핑몰에 간단히 API만 삽입하면 제품 결제와 배송을 비롯해 통관, CS, 마케팅까지…

[핀다와 금융 기초체력 다지기] 머니 교수들로부터 배우는 재테크의 5가지 원칙
  ·  333일 전

미국의 이스트캐롤라이나대학교(East Carolina University)에는 스스로를 머니 교수(The Money Professors)라고 부르는 교수들이 있습니다. 이들은 매학기 500명을 대상으로 개인 재무관리에 대한 수업을 진행하는데요. 1999년에 학생들이 피자 한 조각에 신용카드를 가입하는 것을 보고 개인 재무관리를 가르쳐야 할 중요성을 느껴 수업을 만들었다고 합니다. 현재는 가장 인기있는 수업 중 하나라는 이 수업의 교수들이 정리한 재테크의 다섯 가지 원칙을 소개하겠습니다. “개인의 재무관리는 개인적이어야 한다(Personal finance is personal)” 개인의 재무관리는 개인적이다. 즉, 모두에게 들어맞는 재테크 비법은 없다는 얘기입니다. 하지만…

스타트업 관람가 26. <태풍이 지나가고> 어른은 어떻게 살아야 좋을지 물어볼 어른이 있었으면 좋겠다
  ·  337일 전

태풍이 몰아치는 깊은 밤. 아버지와 아들은 우비, 손전등 그리고 과자를 챙겨 작은 모험을 나왔습니다. 미끄럼틀 아래 숨어 이야기를 나누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묻습니다. “아빠는 뭐가 되고 싶었어? 되고 싶었던 사람이 된 거야?” 잠깐 망설인 뒤에, 아버지는 대답합니다. “아빠는 아직 되지 못했어.” 불의의 일격이 아닐 수 없습니다. 문득 누군가 “지금 당신은 당신이 꿈꾸던 어른이 되었나요?”하고 물어온다면, 여러분은 어떻게 답하시겠어요? 멈칫하게 되는 질문이죠. <태풍이 지나가고>의 물음입니다. 문득 어른이 되어 살아간다는 것, 어쩌면 원하는 어른이 되지…

영화 ‘부산행’의 1,000만 흥행과 스타트업
  ·  338일 전

<부산행>이 개봉 19일 만에 천만 영화에 등극했다. 과거 B급 장르 영화의 마니아들을 위한 소재로 각인되었던 ‘좀비’라는 소재를 기반으로 블록버스터적인 즐거움과 사회비판과 풍자라는 두 가지 토끼를 잡아낸 ‘부산행’에서 스타트업이 배울 수 있는 점은 무엇일까? 필자는 ‘돼지의 왕’(1만9,798명), ‘사이비(2만2,366명) 등의 2만 명 남짓한 관객과 소통하며 변방에 머물러 있었지만, 스토리텔러로서 내공을 착실히 쌓아온 연상호 감독과 ‘부산행’의 도전적인 기획을 투자·배급한 투자 배급사 뉴(NEW)의 ‘촉’에 주목하고자 한다. 연상호 감독, 한국 사회의 행(行)의 덧없음을 이야기하다  연상호 감독의 첫 번째…

[핀다와 금융 기초체력 다지기] 밀레니얼 세대가 금융결정을 하는 방법
  ·  339일 전

“핀다는 많은 언론을 통해 소개한 대로 금융상품의 아마존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생각하는 금융상품의 아마존은 나에게 가장 잘 맞는 금융상품을, 가장 좋은 조건으로, 가장 편하게 가입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입니다.” 이런 설명을 하다 보면 많은 분이 핀다 같은 서비스가 해외에는 없는지 궁금해하십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많이 있습니다. 금융상품 모음 서비스(aggregator)라고도 통칭하는데요. 영국, 미국, 캐나다 같은 영미권에서는 온라인에서 금융상품을 선택한 지 이미 제법 오래되었고 우리보다 금융산업 자체는 덜 발전한 동남아시아에서도 유사한 서비스들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관람가 25. <제이슨 본> 대기업 박차고 나와 스타트업에 취업한 제이슨 본
  ·  344일 전

지난달부터 우리 스타트업에 제이슨 본이 출근하고 있습니다. 본은 일도 참 잘하고 아주 맘에 쏙 드는 신입사원입니다. 신속한 일 처리와 확실한 마무리, 절도있는 태도와 프로페셔널한 책임감까지. 이 친구는 화장실도 신속하고 절도있게 갔다 옵니다. 본이 작성한 엑셀에선 절도를 넘어 품위마저 느껴집니다. 양식과 내용에 군더더기라곤 없죠. 읽는 사람을 설득하는 데 있어 늘 가장 경제적인 동선으로 내용을 전개합니다. 다 읽고 나면 거의 라이플로 마음을 저격당하는 수준입니다. 어디 그뿐이겠습니까. 본은 사무용품을 누구보다 잘 활용할 줄 아는 사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