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남 조은시스템 대표이사 회장
1941년생/ 성균관대 경제학과/ 고려대 경영대학원 수료/ 1983년 육군 중령 예편/ 국방관리연구소 책임연구원/ 충북은행 안전관리실장/ BYC생명 상무/ 1993년 조은시스템 창업/ 1996년 칼스텍(잡코리아의 전신) 창업/ 2006년 잡코리아 매각/ 조은시스템 대표이사 회장(현)/ 개인홈페이지 : www.ksn.pe.kr
21년 간의 직업군인으로서의 생활을 마치고 충북은행 안전관리실장, 조사부장을 거쳐 충북생명, BYC생명에서 이사와 상무이사를 역임한 후, 보통 사람이라면 은퇴를 생각했을 50대 중반에 창업을 결심한 사람이 있다. 좋은 미래를 꿈꾸는 2040 세대들에게 드리는 사랑의 메시지 - 좋은 성공 - 의 저자이자 IT 기반 보안 업체인 ‘조은시스템’의 창업자, 김승남 회장(71)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즐기고 있을 수도 있었지만 그는 46세 나이에 아들 또래의 아이들과 학원에서 컴퓨터를 배우고 인터넷에 빠져 청주에서 서울까지 노트북을 짊어지고 수업을 들으러 다니는 등 새로운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그는 금융권·특수경비 부분 1위 업체인 조은시스템, 무인전자경비 및 홈시큐리티 전문업체인 조은세이프, 조은세이프의 자회사면서 장애인 표준사업장인 조은프로소싱 등 계열사 포함 회사 전체 매출이 약 1800억 원에 달하는 중견기업을 일구어 냈다. “욕심을 줄이고, 도전을 즐기며, 미래지향적인 사고를 가져라!” 창업을 준비하고 있는 많은 젊은이들에게 그가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21년간의 군생활, 잘못 선 보증으로 파산, 3년 6개월 간의 폐가생활
- 21년 간의 군생활을 하시고 중령으로 전역하신 이후 50대 중반이라는 다소 늦은 나이에 창업을 하셨습니다. 군 전역 후 어떠한 계기로 다른 일을 하시게 된 건가요.
사실 군입대를 할 때만 해도 3년만 복무하고 전역할 생각이었어요. 그러나 결국은 20년이 넘게 군대에 청춘을 다 바치게 되었죠. 베트남전에 참전하여 무공훈장을 받기도 했지만 불운하게도 난청도 얻었지요. 하지만 군생활은 저에게 매우 보람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그런데 전역하면서 지인에게 보증을 잘못 서서 파산하게 되었어요. 그 당시 27만원이 제가 가진 전부였죠. 살던 집에서 나와 청주 교외의 농촌 폐가를 빌려 세 아이들과 함께 다섯 식구가 살았어요. 월세로 2만원을 내면서요. 그 때가 경제적으로나 심적으로나 가장 힘든 시기였습니다.
- 정말 힘든 시기를 보내셨겠네요. 그럼 생업을 위해서 결국 다른 직장을 알아보신 거였군요.
그렇습니다. 정말 ‘살길’을 찾아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다 지인의 도움으로 충북은행 안전관리실장으로 들어가게 되었죠. 비은행원 출신이라는 약점 때문에 더더욱 이를 악물고 일했어요. 예금을 유치 받기 위해서 두 번이고 세 번이고 계속 찾아다니면서 영업실적을 올렸죠. 실적이 좋아 인사고과가 좋았고 몇 년 후에는 은행장께서 저를 임원급으로 추천해 주셨어요. 근데 당시에 간부들의 반발이 너무 심해서 제가 스스로 부장직에 남겠다고 했죠. 그러던 중 그 해 말에 지방 보험사가 설립되었는데 임원 스카우트 제안이 들어왔어요. 그런데 보험의 ‘보’자도 모르는 사람이 임원으로 간다는 것은 저 스스로가 불편했어요. 그래서 일부러 법인 영업부장으로 들어가 경험 있는 말단 직원 책상 옆에 제 책상을 놓고 전표 쓰는 법부터 새로 배웠습니다. 또 열심히 일하다 보니 실적이 오르고 결국 임원이 됐죠.
- 일에 대한 열정이 정말 대단하십니다. 회사의 임원의 자리까지 오르셨으니 집안의 경제사정도 많이 좋아지셨겠군요. 여유가 생기셔서 새로운 창업을 생각하신 건가요.
폐가 생활은 3년 6개월 만에 정리를 하고 BYC생명 상무를 끝으로 회사생활을 정리하면서 148.5m2 (45평) 아파트와 2000만원의 예금을 가질 정도가 됐죠. 이 중 1000만원 교회에 헌금을 하고 나머지 1000만원으로 ‘조은시스템’을 창업하게 된 겁니다. 사실 제가 먼저 창업을 하겠다고 나선 건 아니었어요. 군에 있을 때 부하가 찾아와서 도와줄 게 없느냐고 묻길래 없다고 했는데도 하나를 말하라고 하길래 회사를 차리고 싶다고 얘기를 했죠. 당시에 컴퓨터를 연동한 보안회사에 관한 아이템이 있었거든요. 그 길로 그 친구가 사업자 허가를 받아왔고 결국 창업에 이르게 되었어요.
은행 근무 중 서류도난 경험에서 IT 연동 보안시스템 아이템을 생각하다!
- 사실 1000만원이란 금액은 창업을 시작하는 초기 자금으로 크지 않은 금액인데요. 사업 초기에는 힘든 부분도 많으셨을 것 같네요. 주변의 반대도 있었을 것 같고요. 창업 아이템은 어떻게 생각하신건지.
4명의 직원들과 4평 남짓한 창고에서 처음 시작했어요. 그때도 열정 하나로 시작한 거죠. 나이도 많았고 지금껏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겨우 이루어낸 것들을 또다시 잃을 수도 있으니 주위에서 만류가 있었죠. 그래도 저에게 가장 큰 힘이 되어 준 건, 지금은 세상을 떠난 아내와 가족들이었습니다. 그들이 나의 도전을 적극 지지해 주었기에 굳게 마음을 먹고 도전을 하게 되었습니다. 보안시스템이라는 아이템은 은행에서의 근무경험에서 생각해 낸 거였는데요. 은행에 근무할 당시 중요한 서류를 도난 당하는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당시의 우리나라 보안 산업은 경비원을 고용하는 정도의 수준에 불과하였는데 미국은 IT를 연동한 보안 시스템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 그래서 CCTV를 연동하여 감시하는 시스템을 개발하여 대형 사업장이나 공공기관 등에 설치할 수 있도록 사업을 시작한 겁니다.
- 그 후에 잡코리아도 창업을 하셨던데, 이는 어떤 계기로 시작하시게 된 건가요.
조은시스템의 규모가 커지면서 사람들을 뽑아야 했는데 당시에는 신문 구인광고가 유일한 방법이었어요. 그 당시 인터넷이 막 보급되던 시점이었는데 이를 이용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당시에 칼스텍(잡코리아의 전신)이란 이름으로 포탈, 커뮤니티, 구인구직 사이트를 운영하기 시작하였다가 나중에는 구인구직에만 집중하여 잡코리아를 시작하게 된 거죠.
성공에는 ‘보이지 않는 힘’이 존재한다고 믿어, 욕심을 버리고 겸손해져라
- 결과적으로 둘 다 멋지게 성공하셨어요. 창업을 하고 성공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원인은 어디에 있었다고 보시나요.
창업을 해서 성공하신 분들을 만나보면 다들 하나같이 욕심이 없는 분들입니다. ‘욕속부달’이라는 말이 있듯이 욕심이 앞서면 그 사업은 성공하기 힘들어요. 저는 성공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능력과 노력도 물론 중요하겠지만 ‘보이지 않는 힘’이라는 것이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힘의 존재를 믿게 되면 자연스럽게 겸손해지고 현재 상황에 감사한 생각을 가지게 되요. 그러면 자연스럽게 또 자기계발에 충실하게 되고요. 자기 혼자만 잘나면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 정말 큰 오산입니다. 모든 성공한 사람들에게는 그 사람에 도움을 준 은인이 있습니다. 조금만 성공을 하게 되도 자꾸 그런 부분에 대해서 잊게 되는 것 같은데 항상 가장 어려웠을 때 나에게 도움을 줬던 분들을 잊지 않고 생각을 하면 교만에 빠질래야 빠질 수가 없죠. 항상 겸손하게 끊임없이 자기계발을 하는 자세, 그것이 성공을 위한 기본자세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겸손한 자세를 가지고 있다 보면 자연스럽게 사람과의 관계가 좋아지고 네트워크가 구축이 됩니다. 이 네트워크만큼 살아가는데 있어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 정말 똑똑한 사람은 ‘자기 자신이 똑똑한 사람’이 아니라 ‘주변에 똑똑한 사람이 많은 사람’이에요. 내 주변에 나를 도와줄 수 있는 뛰어난 사람이 많을수록 성공의 확률은 높아지는 것은 당연합니다.
- 욕심을 버린다는 것이 사실 쉬운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너무 성공에 대한 욕심이 없으면 발전이 없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욕심은 버리되 열정은 그대로 간직해야죠. 열정이 없는 사람은 창업하면 안됩니다. 간혹 창업을 생각하면서 다른 사람들에게만 의존하려는 사람들이 있어요. ‘이 일은 누구, 저 일은 누구’ 이런 식으로 아래 사람을 두어 일을 시키고 자기는 편하게 위에서 관리만 하려는 거죠. 정작 본인은 그 일에 대해 잘 알지도 못하면서요. 이런 자세로는 절대 성공할 수 없습니다. 일례로 강남의 유명한 성공한 일식집들을 보면 대부분이 일식조리사 출신인 분들이 차린 겁니다. 맨 밑의 현장에서부터 경험을 쌓고 내공이 쌓여야만 관리자의 지위에 있어도 조직이 잘 굴러갈 수 있어요. 저는 그래서 창업을 생각하는 분들에게는 한 2년 간은 직접 그 바닥에서 처음부터 경험을 해 보라고 조언을 합니다. 그 과정에서 실패도 맛보고 그 위치에서 생각하는 방법도 배우게 되고요.
얼마 전에, ‘소셜네트워크’란 영화를 봤습니다. 페이스북이 탄생한 스토리죠. 지금 페이스북의 가치가 100조가 넘는다고 합니다. 과연 페이스북의 창업자인 마크 쥬커버그가 그 소셜네트워크 서비스를 시작할 때에 ‘나는 이 서비스를 100조 이상의 가치를 가진 서비스로 만들거야’라는 생각을 가졌었다면 지금처럼 성공할 수 있었을까요? 정말로 우연한 기회에 아이디어를 생각해 냈기 때문에, 그리고 어떤 특정 수치를 정해놓고 돈만을 보고 쫓아온 것이 아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지 않았을까요? 많은 창업가들이 일단 얼마만큼의 수익을 내겠다는 목표에 매몰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성공 자체에 대한 욕심과 돈에 대한 욕심은 다른 것이거든요.
주변에 창업을 하는 사람들에게 “욕심 없이 미쳐라, 좋은 꿈을 위해 즐겨라.” 이런 말을 자주 해 줍니다. 제가 잡코리아를 창업했을 때, 자본금의 반인 1억 5천만 원을 직원들에게 지분으로 나누어 줬어요. 주변에서는 직원들에게 왜 그렇게 많은 지분을 줬냐고 물어보곤 했죠. 그럼 저는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잡코리아는 성공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합니다. 당시 직원들은 적은 급여 대신 절반의 지분을 가진 주주가 되었기에 훨씬 프로페셔널하게 일에 미칠 수 있었던 거죠. 그들이 단순히 종업원의 마인드로 일했다면 잡코리아의 성공은 없었을 거에요.
성공을 위한 인맥 쌓기가 아닌 진심으로 다가가는 인맥을 만들어라
- 직원들의 열정을 끌어내기 위해서 과감히 지분의 반을 나누어 준 회장님의 그런 태도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회장님께서는 성공 요인의 또 다른 하나로 ‘많이 베풀어라’를 꼽으신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정확히 어떤 의미로 말씀하신 것인지요.
앞에서 언급한 겸손한 태도와 뜻이 통한다고 볼 수 있어요. 제가 지금까지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던 데에는 수많은 사람들로부터 도움을 받았습니다. 그 분들은 제게 어떤 이득을 바라고 그런 것이 아니라 사리사욕 없이 베풀어주셨죠. 사람을 신뢰하고 그 사람을 좋아하면 저절로 조건 없는 베품이 가능해져요. 그것이 탄탄한 네트워크의 기본이기도 하고요. 지금 앉아있는 이 의자와 책상 모두 IMF 당시 부도난 회사의 사장님으로부터 구입했던 겁니다. 당시에 저희도 사업을 시작한지 얼마 안된 상황에서 좋은 형편은 아니었지만 그 분과 그 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그냥 버려질 처지에 있던 책상과 의자들을 제가 매입했죠. 혹자는 망한 회사의 책상과 의자를 사오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했었어요. 하지만 저는 지금도 이 책상과 의자를 보면서 항상 그 때 어려웠던 시기의 마음가짐을 다잡곤 합니다.
단순히 성공을 위한 인맥 쌓기는 진심이 통할 수가 없습니다. 서로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가 되야 해요. 제 노트북에는 두 개의 인맥 프로그램이 있고 그 안에는 5,500분이 있습니다.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좋은 영향을 끼치거나 도움을 주셨던 분들이죠, 제 세 아이들에게 물려 주는 유산이기도 합니다. 제가 없더라도 명절 때 인사드리고 경조사 챙기라고 얘기를 했습니다. 단순한 이해관계가 아닌 사랑과 신뢰로 맺어진 인맥은 결국 나중에 자기 자신에게 다 돌아온다고 믿습니다. 분명히 좋은 쪽으로요.
- 진심으로 사람을 만나고 아낌없이 베풀면 결국 다 나에게 돌아온다는 말씀이시네요. 마지막으로 회장님의 앞으로의 계획이나 비전을 말씀해 주신다면요.
너무 일반론적인 얘기일지도 모르겠지만 밝고 더불어 사는 사회를 만들려고 해요. 지금의 우리의 모습을 보면 편가르고 헐뜯고 비난하는게 너무 당연하게 여겨지죠. 사회 문화 발전을 위해서 문화재단을 만들고 여러 연구를 후원하는 등으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하려고 합니다. 또한 미래의 사회를 이끌어 나갈 리더들을 육성하는 데에도 관심이 있어요. 지식과 인성을 두루 갖춘 어린 인재를 미리 선별하여 부패하지 않고 흠이 없는 건전하고 바른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할 겁니다. 앞으로 회사도 이익을 많이 내는 회사라고 다 성공할 수는 없어요. 사람들로부터 존경 받고 사랑 받는 회사들이야말로 ‘좋은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겁니다.
그의 사무실 책상에는 거꾸로 뒤집힌 시계가 놓여져 있다
인터뷰를 마치고 일어나던 순간 그의 사무실에서 특이한 물건을 하나 발견했다. 바로 거꾸로 뒤집어져 있는 시계였다. 시계를 뒤집어 놓은 이유가 궁금했다.
세상이 항상 나의 뜻대로만 되지는 않습니다. 그렇게 호락호락한 것이 아니거든요. 창업을 하신 분들이라면 모두가 느끼는 부분일 겁니다. 그럴 때는 한 번쯤 반대로 생각하는 습관을 가지세요. 나는 똑바로 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내가 세상을 거꾸로 보고 있을지도 모르거든요. 내가 보고 있는 것이 모두 옳고 정답이라는 착각에 빠지면 독단에 빠지게 되고 올바른 의사결정을 할 수 없게 됩니다.
그의 태도 작은 것 하나하나에서 겸손함을 느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