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당장 이 순간에도 스타트업에 발을 내딛는 사람들이 얼마나 많을까? 또 이 많은 사람들이 시작한지 얼마 만에 성공하고, 반면 무너져 실패하는가? 국내외 모바일 시장이 성장할수록 좋은 아이디어, 좋은 비전을 가진 모바일 플랫폼 산업도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손에 잡히는 돈이 없다는 것. 얼마나 더 기다려야하는 것인지 아니면 더 많은 손해를 보기 전에 이쯤에서 손을 떼야 하는 것인지, 또 수없이 생겨나는 경쟁사들은 어떻게 상대해야할 것인지, 투자는 어떻게 얼마를 받아야할 것인지, 모든 것이 궁금하다. 그 해답을 한국 배달업계의 마케팅에 혁신을 가져온 우아한 형제들의 대표이사 김봉진 대표의 ‘배달의 민족’ 성공 히스토리에서 찾아보았다.
우아한형제들은 멤버들의 버킷리스트를 만들어 하나씩 실천하고 있다.
호수가에 사무실을 구한 것도, 이렇게 도서관을 꾸민것도 멤버들이 희망했기 때문이다.
금발의 미녀와 함께 일하고 싶다는 한 멤버의 소망에 김봉진 대표는 금발 가발을 쓰고
회사 송년회에 참석, 바램을 코믹하게 이루어 주었다
매출과 수익, 그 시작은 언제쯤 오는가?
“저희도 처음에는 어떻게 해야 될지 전혀 감을 못 잡겠더라구요. 근데 시장에 대한 확신은 분명히 있었어요. 어차피 이 (배달)시장에서 누군가는 계속해서 자장면을 시켜먹는다는 거죠. 그게 연간 10조원 정도의 규모구요.”
매출과 수익은 어떻게 만들었냐는 질문에 대한 우아한형제들 김봉진 대표의 말이다. 시장에 대한 확신, 그것이 필요하다. 내가 시작한 스타트업이 지금 당장 수익이 없더라도 그 업계가 얼마만큼 큰 규모의 시장을 가지고 있고, 또 그 시장의 지속 및 발전 가능성이 분명해야 한다. 현재의 시장의 규모뿐 아니라 앞으로의 시장에 대한 확신이 그 스타트업의 매출과 수익의 가능성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또 하나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요인은 사용자들의 확보와 사업자들 간의 믿음에 있다. 그를 위해서는 사업의 기초적 구조의 구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김봉진 대표는 말했다. 무슨 말인고 하니, 배달의 민족 기본 앱을 기획하고 만드는데 든 시간은 고작 2주였단다. 그 이후 앱 사용자와 사업자 간의 선순환적 구조를 만들고 기초 서비스의 기반을 다지는데 1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물론 이 1년 동안 수익은 물론, 매출도 전혀 없었다. 1년 동안 라면을 먹으며 우아한형제들이 만들고자 한 선순환적 구조란 무엇일까? 배달의 민족은 기본적으로 배달음식 주문 플랫폼이다. 플랫폼 사업의 경우, 일차적으로는 많은 사용자 수를 획득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그 다음 단계인 사용자와 사업자 사이에서 중심을 잡는 것 역시 매우 중요한 문제다. 사용자와 사업자가 충돌할 때, 우선순위는 어디에 둬야 할까?
“사용자가 트래픽을 만들어서 전화를 걸고 그걸로 사장님이 매출이 나는 것이거든요. 그 매출로 사장님이 광고비를 지출해 주시면 저희는 그 광고비로 서비스를 잘 만들어서 사용자들한테 더 좋은 서비스를 전달하는 거고, 그러면 사용자들이 또 전화를 걸어주는 거예요. 근데 이 선순환구조를 반대로 생각해서 사장님들이 돈을 내줬기 때문에 그분들의 입맛이 맞춰서 서비스를 개편해주면 결국 소비자들은 다 떠나게 되고 순환이 이루어지는 근본 자체가 사라지는 거죠.”
결국 사용자가 최우선시 된다는 소리다. 물론 직접적 매출을 발생케 하는 사업자들의 신뢰 정도 역시 앞으로의 벤처의 존폐를 결정하는 요인이다. 배달의 민족을 시작했을 때 김봉진 대표는 스마트 기기에 낯설고 온라인 모바일 서비스 자체에 불신하는 음식점 사업주들을 설득하는데 가장 많은 시간과 공을 들였다고 한다.
이렇게 1년의 끝없는 설득과 노력 끝에 배달의 민족은 300만 유저와 월 50만 콜 수를 가지고 영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선순환 구조를 바탕으로 매출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그 결과, 현재 배달주문 재구매율 95%, 월평균 110만 콜 수와 월평균 4억대의 매출로 나타나고 있다.
치열한 국내시장 속속히 생겨나는 경쟁사들
지난 5월 서울에 아시아 태평양 지사를 설립한 독일계 벤처 인큐베이팅 회사 팀유럽이 한국 배달 스타트업계에 파장을 불러올만한 제법 중대한 공식발표를 했다. 올해 6월 온라인 배달음식 주문 서비스 요기요를 한국에 론칭한다는 것이다. 팀유럽이 투자해 독일, 영국, 호주, 멕시코 등 10여개 국가에서 성공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딜리버리 히어로의 한국형 모델이 바로 이 요기요다. 딜리버리 히어로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이미 3700억원대로 이미 어마어마한 성공가도에 올라있고 이와 같은 성공을 바탕으로 요기요의 초기 투자 자본금도 30억원에 달한다. 한 언론 인터뷰에서 팀유럽 한국 지사장이자 요기요 대표를 맡고 있는 루돌프 에브너-정은 “최근 배달의 민족, 배달통 등 배달음식 전문 서비스가 한국에서 이미 인기를 끌고 있지만 요기요는 고객이 음식점과 통화를 할 필요가 없이 음식점 검색, 메뉴 선택에서 주문 완료까지 모든 과정을 플랫폼 안에서 마무리할 수 있다”며 경쟁사들 사이에서 요기요의 승리를 자신했다. 이러한 대형 경쟁업체의 등장에 대한 우아한형제들의 반응은 어떨까? 일반적인 예상과 달리, 김봉진 대표는 막강한 경쟁자의 출현에 오히려 반색했다.
“좋은 경쟁 상대인거 같아요. 배달 앱이 있다는 것 자체가 아직 홍보가 잘 안된 상태에요. 배달을 온라인상에서 결제하고 시켜 먹을 수 있다는 자체가 (사용자들에게) 서툴기 때문에 경쟁자들이 나타나 줘야할 필요가 있어요. 저희 혼자서 이걸 다 알릴 수 없어요. 같이 시장을 많이 키워야 되는 일이죠.”
김봉진 대표는 더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다. 대형 경쟁사의 등장으로 인해 배달음식의 온라인 주문이 더욱 활발해 질 때 현재의 성장가도보다 더 급속한 배달의 민족 성장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내가 일등, 경쟁사들 사이에서 선점업체가 되기 위한 전략은?
아무리 그래도 수십억대의 자본금으로 무장한 경쟁사가 내 사업장을 밀고 들어온다는데 겁 내지 않을 CEO가 있을까. 내가 이길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어야한다. 그 믿음을 만드는 것이 경영자의 확고한 사업 철학과 소신이다. 김봉진 대표의 근거 있는 자신감의 이유를 들어봤다.
“저희가 메인으로 삼고 있는 전략은 결국 서비스의 고품질화에요. 앱을 다운받는 과정은 TV나 온라인 광고 같은 채널이 아니에요. 인터넷에서 아무리 홍보가 잘 되어도요. 스마트 폰에서 어플리케이션을 받는 거랑 완전히 달라요. 그렇다면 어떤 경로로 앱을 다운받는가? 실제로 내가 앱 다운받는 경로를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어요. 결국 친구나 가족, 주변사람들의 추천이거든요. 결국 먼저 쓴 사람들이 만족할 수 있게 만들어 주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아요. 지금 쓰고 있는 사용자들을 위한 서비스를 더 좋게 더 잘 만들 때 경쟁력이 생기는 거죠. 최고의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최고의 마케팅이자 경쟁력이 된다고 생각해요. 그것이 이제 어느 정도 탄력이 붙으면 조금 더 잘 될 것이고....., ”
가장 기초가 되는 앱 서비스를 잘 구축하는 것이 배달의 민족이 경쟁사들 사이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전략이라 김봉진 대표는 말했다. 과대포장한 겉치례보다는 본질과 핵심에 충실하겠다는 것이다. 배달의 민족만의 또 다른 하나의 강점은 끈기 있고 근면 성실한 우아한형제들 멤버들에 있다.
“저희 업계가 진입장벽이 낮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많이 계시지만 의외로 어려워요. 사업자와의 관계부터해서 가게 GPS 찾는 일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세심하게 하지 않으면 안 될 일이에요. 결국 인력들이 그걸 계속 끈기 있게 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차이죠. 그래서 이익이 남으면 거의 다 인력에 대부분 재투자 하죠.”
“기본적으로 근면 성실한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수많은 뛰어난 인재들이 판을 치는 시장에서 그들을 이기려면 성실하게 더 열심히 일 해야죠. 그래서 회사 정책적인 척도로 출근시간을 정했어요. 아침 8시 40분에 리더 회의가 있고 모든 직원들은 9시까지 무조건 출근하는 것으로 하죠. 처음에는 되게 힘들어 했는데. 한두 달 지나면 다 익숙해져요. 매일 밤새고 다음날 아침에 늦게 나오고 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봐서는 회사에 좋지 않은 것 같아요. 장기적인 기업문화와 힘을 비축하는데 그러한 규율들이 어느 정도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정보기술을 활용하여 배달산업을 발전시키자 '는 문구의 포스터는
지금 배달의 민족이 가고 있는 방향을 가장 명확하게 보여준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지 돈을 만나는 것이 아니다
“창업자나 투자자 모두 뒤에 붙는 자자는 사람을 뜻하는 아들 자(子)에요. 즉 투자자도 사람이란 말이죠. 결국 창업자가 투자자한테 투자를 받는 관계는 사람과 사람이 만나서 관계를 맺는 것인데, 돈으로만 보는 경향이 있는 것 같아요. 스타트업이나 기업의 경영철학에서 요즘 가장 이야기가 많이 되는 것이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는 건데, 투자자도 사람이에요.”
맞는 말이다. 창업자와 투자자의 관계는 사람 대 돈이 아닌 사람 대 사람의 관계여야 한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 속에서는 애정, 믿음, 신뢰, 희생과 같은 가치들이 있다. 이를 얼마나 잘 발현하고 유지하느냐가 인간관계의 성공을 결정짓는 요인이 된다. 김봉진 대표의 성공적인 투자 자본 유치는 이에 있었다.
“투자자들하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저희도 항상 잘 된 건 아니거든요. 안 될 때마다 너무 답답한데 그럴 때마다 지표를 솔직하게 꺼내놓고 투자자들이랑 이야기를 해요. 이미 성공을 여러 번 해보셨고 사업을 하시면서 많은 노하우들을 쌓으셨던 분들이기 때문에 도움이 되는 조언과 멘토링을 많이 해주세요. 투자자들도 역시 이 회사가 잘 되길 바라거든요. 결국 창업자나 투자자나 목표가 같은 거죠. 목표가 같은데 서로 숨길 필요가 없고 숨기고 좋은 거만 보여주면 더 문제가 많이 생길 수 있어요.”
많은 스타트업들이 VC에게 어디까지 오픈해야 할지 고민스러워 한다. 김봉진 대표는 솔직하게 탈탈 털어 보여주는 게 필요하다고 전했다. 사람 사이의 신뢰가 먼저 바탕이 되어야 한다. 돈이 오고가는 것은 그에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부수적인 것이다.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돈을 기대하지 말라
“초기 투자를 받을 때 만나고 일주일 만에 투자를 해주시겠다고 한 곳도 있어요. 근데 저희가 거절했어요. 또 투자금을 한 번에 모두 받은 적도 잘 없어요. 대부분 나눠서 받았죠.”
이건 또 무슨 말인가. 다들 투자 받지 못해서 안달복달인 이 상황에 이상한 소리다. 소자본을 가지고 시작하는 스타트업이라면 어차피 밑져야 본전인데 투자는 많이 받을수록 좋은 거 아닌가? 특히나 사업시작 초기에 투자비용은 사업을 계속 만들어 갈 수 있느냐 없느냐, 또 그 사업을 얼마나 키울 수 있느냐와 비례하는 문제 아닌가? 이 질문들에 대해 김봉진 대표는 한 마디로 답했다. “모든 돈에는 이름이 쓰여 있다. 나를 이렇게 모르고 투자를 하겠다고 하는데 그 돈의 출처는 어딘지 알 수 있겠느냐.” 아직도 감이 오지 않는 독자들을 위해 덧붙이자면 투자자가 나의 사업 구상을 제대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급하게 투자해 준 돈은 분명히 빠른 exit 또는 표면적인 성과를 더욱 강조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때문에 그만큼 위험성이 따른다는 얘기다.
배달의 민족이 지금의 투자자들로부터 처음 1차 투자확정에 걸린 시간은 적게는 3개월 길게는 반년 이상이었다. 한번의 PT로는 그 회사의 모든 것을 당연히 알 수 없다. 단순 PT 한 번이 아니라 투자자들과의 3~5개월 동안의 장기적으로 꾸준한 만남이 필요하다. 그 기간 동안의 지표나 회사의 변동 사항을 보여주는 꾸준한 ‘행동’이 확실한 투자자들 유치하는데 반드시 필요하다고 김봉진 대표는 말했다. 실제 김봉진 대표는 알토즈벤처스에 반년 이상 꾸준히 매출과 진행경과를 주기적으로 커뮤니케이션 한 끝에 20억의 투자를 유치했다. 이렇게 유치한 20억은 그 어디보다 탄탄한 신뢰와 향후 배달의 민족 앱의 성장 방향에 대한 합의를 바탕으로 한 것이다. 투자 유치에 조급한 스타트업이 있다면 김봉진 대표가 한 다음과 같은 말을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서비스를 만드는 데 3개월, 운영해 보는데 3개월, 그때부터 투자자 만나는데 3개월. 그럼 총 9개월이죠. 성공할 수 있다면 1년 정도는 라면만 먹어 가면서 살 수 있잖아요.”
백설공주는 아무런 의심 없이 마녀의 독이 든 사과를 받아 깨문다. 동화 속에서는 왕자님의 키스가 공주를 살리지만 현실에선 그런 거 없다. 급하게 먹는 밥은 항상 체하는 법이다.
내년 매출 100억 달성, 배달의 민족 IPO를 꿈꾸며
여름날 창문 밖 푸른 석촌호수를 배경으로 한 배달의 민족 사무실은 조용했지만 역동적인 무엇인가를 감추고 있었다. 잔잔한 클래식 음악과 서재가 갖추어진 사무실은 앞으로의 대한 열정과 노력으로 분주했다. 김봉진 대표는 올 12월 연말 매출액 목표가 6.5~7억 이라고 말했다. 그는 자신이 경영을 전공하지 않아 다음해 매출을 무식하게 계산했다고 웃으며, 7억에 12를 곱해 84억을 만들고, 그리고 거기에 이 성장세를 더한다면 다음해에는 연 매출액을 100억 이상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100억 매출이 달성되고 이를 3~4년 정도 더 발전시킨다면 코스닥이 성장할 수 있는 IPO 기업의 기본 자격을 갖출 수 있을 거 같다며 회사의 희망찬 미래를 말했다. 올 가을부터 배달의 민족은 결제 서비스 제도를 새롭게 도입한다. 이 서비스로 사업자와 사용자, 그리고 플랫폼 벤처 모두가 이익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김봉진 대표는 말했다. 추가적 광고상품 역시 꾸준히 개발 중에 있다고 한다. 충실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투자자, 사용자, 사업자 모두와 탄탄한 신뢰를 구축하고 있는 배달의 민족을 통해 우아한형제들이 새로운 플랫폼을 창출하고 또 하나의 벤처 성공신화를 써내려 갈 것임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