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만나기 – 좋은 개발자와 만나는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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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안 필자가 가장 많이 들은 질문은 ‘개발자 어떻게 하면 구할 수 있나요?’ 이다 (그리고 그런 질문을 지난 주에도 두 번 들었다). 그 다음으로 많이 들은 질문은 질문은 ‘저희 이런 이런 아이템이 있는데 어떻게 개발할 수 있나요? 란 말이며, 세 번째로 많이 들은 질문은 ‘우리 아이템 개발해 주실 생각 없나요?’ 이다. 이 분들을 위해서 개발 세계에 대하여 잠깐 이야기하고자 한다.

1. 개발자도 급이 나뉜다. 따라서, 개발자의 인건비도 급이 나뉜다. 가격의 싸고 비싸고는 품질의 차이지, 협상력의 차이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런 이런 아이템 개발하고자 하는데 얼마가 들까요?’ 란 질문을 하곤 한다. 그럼 역으로 이렇게 생각해보자. 여성 가방 하나의 가격은? 한정식 1인분의 가격은? 이러한 재화의 가격이 전부 틀리듯이, 같은 제품도 누가 만드느냐에 따라 가격차이가 천차만별이다. 보통 100만원을 주면 100만원의 제품이 나오고, 1000만원을 주면 1000만원의 제품이 나온다. 물론 클라이언트가 개발에 대해 아무런 지식이 없다면, 극소수는 바가지를 쓸 수도 있다. 이전에 뵌 대리운전 앱 회사 사장님은 필자가 3천만원가량에 1달이면 만들 것을 2~3억원가량의 개발비를 투입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런 경우는 극소수고, 대부분 케이스는 가격에 맞춰서 앱이 나오게 된다. 같은 프로그램이라도 대학생 알바를 쓰면 200만원에도 만들 수 있을 것이고, 필자와 같은 전문 개발자를 쓰면 2억원이 들 수도 있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개발비는 속칭 ‘돈 값’을 한다.

기획서의 수정, 유저 인터페이스의 고민, 마케팅방법의 고민, 그리고 향후 수정에 대비한 개발까지 할 수 있는 급과, 겨우겨우 프로덕트를 만들고 프로그램이 가끔 죽는 앱을 만드는 급은 같지 않다. 필자도 200만원을 받으면 200만원짜리 앱을 제공하고, 2천만원을 받으면 2천만원에 해당하는 제품을 제공한다.

 

2. 미팅에서 아이디어와 같은 허공에 뜬 말을 늘어놓는 것은 자살행위다

기획자가 가진 아이디어가 아무리 획기적이라도, 개발자의 반응은 99% 냉담할 것이다. 아마 그 개발자는 같은 아이템에 대해서 최소한 세 군데 이상에서 들어봤을 것이니 말이다. 필자에게 아이디어를 가져온 수 십명의 사람들 중에 ‘정말 새롭고 감탄스러운’ 아이디어는 단 하나도 없었다. 뭔가 정말 새로운 아이디어는 감탄스럽지 않다. 이런 아이디어의 경우, 극소수의 이용자의 니즈에 대해 맞추어져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반대로 감탄스러운 아이디어는 새롭지 않다. 많은 사람들이 똑같이 생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IT 필드에 대해 경험이 어느 정도 축적된 사람들은 이런 정보들을 꿰뚫고 있고, 따라서 아이디어를 자랑하는 것은 ‘나는 아무런 실행력 없이 책상 앞에서 생각만 하겠소’ 라는 말과 다름 없다.

가장 최악의 케이스는 BM이나 전략과 같은 실체가 없는 단어를 쓰는 케이스이다. 예전 약 20분간 상담했던 한 분은 ‘개발자는 개발하고, 기획자는 기획하고, 나는 가장 중요한 BM을 맡으면 된다’ 란 말씀을 하셨다. IT서비스의 BM에 대해서만 3년간 연구한 필자도 감히 꺼낼 수 없는 말을 하시는 그 분은 IT와는 전혀 상관없는 필드에서 오신 분이었다. 대체 개발자가 BM을 맡지 못할 이유는 무엇일까? 처음부터 끝까지, 손에 잡히는 말을 해야 한다. 필자에게 상담해온 대부분의 사람들의 논리전개 방식은 대략 이렇다.

‘뭐 어떻게든 유저가 100만정도만 되면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하고 그럼 돈 많이 벌겠죠?’

‘자, 그럼 이제 어떻게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유저 100만을 모을지를 설명해보세요. 아니, 1만명까지만이라도 설명해봐요’

‘……’

 

3. 개발자가 이 프로젝트를 맡을 지 맡지 않을지, 거기다가 열정적으로 참여할지에 대하여 가장 중요한 것은 ‘프로젝트의 성공 가능성’ 이다. 해볼 수 있는 데까지 해보고, 그 다음 개발자를 만나라

전 지구상의 IT 프로젝트의 95%는 실패로 끝난다는 말이 있다. 아이디어만 떠오른 채 사장되는 프로젝트까지 합치면 이 확률은 99.9% 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IT 프로젝트 관리 이론의 대가인 스티브 맥커넬이 조사한 ‘개발자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리스트’에서  ’돈, 급여’는 개발자의 동기부여의 7번째 순위를 차지하고 있을 뿐이다. 개발자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프로젝트 성공 가능성’, ‘무언가 이루어 지고 있다는 느낌’을 가장 중요시 생각한다. 즉, 기획자가 치밀하게 준비하고, 그것을 잘 설명해야 개발자의 마음을 동하게 할 수 있다는 의미다. 개발자는 허황된 말보다 뭔가 조금이라고 실행하고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그리고 이건 투자가도 마찬가지다).

 

4. 뛰어난 PM(프로덕트 매니져급) 개발자 만나는 건 VC만나는것보다 더 어려운 일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VC야 사람 만나는 것이 일이지만, 개발자는 사람 만나는 것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당신이 좋은 아이템, 뛰어난 실행력과 초보 개발자들을 가지고 있다면 VC는 당신 이야기에 한 번쯤 귀를 기울일 수도 있겠지만, 개발자는 오늘 저녁 소개팅을 고민할 망정, 당신을 굳이 만날 이유는 없다(개발자란 종족은 먼 훗날 다가올 수백억보다 보다 오늘 저녁에 있을 애플의 새 신제품 루머에 귀를 더 기울이는 법이다).

VC는 한번에 여러 회사에 투자할 수 있지만, 개발자는 그렇지 않다. 개발자가 받은 수 십 개의 프로젝트 제안서 중에 그는 ‘단 한 개만’ 고를 것이다. 만약에 개발자를 만나게 될 일이 생긴다면, ‘만나서 이야기해보면 어떻게 되겠지’ 라는 안일한 마음가짐을 버리는 것이 좋다. 특히 그 개발자가 과거에 조그만 회사의 CTO를 맡았거나, 한 팀의 매니저 역할을 수행했다면, 그 개발자의 이메일에는 당신과 같은 아이템을 개발해 줄 수 있냐고 요청하는 메일이 최소 서너 개는 있을 터이니 말이다.

만약에 개발자를 만나서 ‘아이템 괜찮네요. 열심히 해보세요.’ 라는 말을 들었다면, 당신은 그 개발자와 같이 일을 하는 것을 영원히 포기해야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아마 개발자는 더 이상 당신 메일에 답장을 해주지 않을 것이고, 전화 받기도 귀찮아 할 것이다.

 

5. 협상하려 하지 마라

개발자는 순진하다. 아마 개발자가 얼마 이상, 또는 지분 얼마 이상을 요청했다면, 그걸 순순히 따라주는 것이 좋다. 앞서 말했듯이, 깎으면 깎는 대로 제품 품질이 나빠진다. 개발자가 어느 정도 금액을 불렀다면, 그 정도는 그냥 들어주는 것이 좋다. 아마 그 금액은 개발자가 생각하기에 이 정도의 품질이면 되겠다는 일정한 선이기 때문이다.

 

6. 지분을 적당히 주고 개발을 맡긴다는 생각은 버려라

당신이 만나는 개발자는 알고 있다. 당신이 프로젝트를 얼마나 소중하게 생각하는지. 만약에 지분을 적당히 30%정도 주고, 개발을 요청하면 개발자는 콧방귀도 안 뀔 확률이 높다. 지분의 90%나 100%면 모를까. 오래 전부터 알던 사이가 아니라면 기획자의 절실함부터 평가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을까?

필자가 예전 읽었던 만화 중에 ‘도박 묵시록 카이지’ 란 만화책이 있다. 이 만화책에서 주인공은 도박판에서 ‘스스로 절실하게’만들기 위하여 판돈을 키운다. 만약에 기획자가 적당히 지분의 20~30% 떼주고 지분만으로 개발을 맡기려 한다면 개발자는 그 기획자가 진정 프로젝트를 성공시킬 의사가 있는지 의심할 것이다. 개발자에게 지분을 떼주는 것은 나쁘지 않다. 개발자도 조금 더 동기부여가 될 것이니 말이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프로젝트 비용을 지급한 후, 따로 플러스 알파로 지분을 주어야한다.

 

7. 일년에 나오는 PM급 개발자는 대한민국 통틀어서 100명 미만, 아니 30명 미만이다. 기회를 소중히 챙겨라

서울대, 포항공대, 카이스트 합쳐서 컴퓨터공학과 졸업한 학생 몇 명 안 된다. 이 인구의 70%는 펀드매니저나 치과의사, 변호사가 될 것이다. 필자의 대학 동기 중 아직도 개발 현역에서 뛰고 있는 친구는 단 2명이며, 나머지는 모두 금융계 종사자나 의사, 교수가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개발자 품귀난이 생긴 것이 사실이다. 개발자를 만날 일이 있으면 기회를 소중히 생각해라.

 

8. 기획과 개발의 갈림길: 모순을 해결하기

‘개발을 하기 위하여서는 돈이 필요하다. 그러나 돈을 끌어오기 위해서 투자가들은 개발 능력을 검증 받을 것을 요구한다.’ 필자에게 상담해온 다수 사례다. 그럼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 세상은 다행히, 모든 사람에게 공평한 기회를 주고 있다. 같은 문제를 다른 사람도 똑같이 경험하고 있으니 말이다. 정답은 “어떻게든 해결하라” 이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직접 개발을 배우는 것이다. 페이스북 초기 CTO인 모스코비츠는 페이스북을 만들면서 직접 개발을 배웠다고 한다. 당신도 ‘의지’만 있다면 직접 개발을 할 수 있다. 필자도 대학 다니면서 개발 관련 수업엔 거의 들어가지 않았고 혼자 책을 읽으면서 독학으로 개발을 배웠다. 두 번째 방법은 직접 돈을 버는 것이다. 어떤 일을 해서라도 1억정도를 번 다음, 개발비 및 인건비로 만들어서 회사를 설립하는 것이다. 물론 시간은 많이 걸린다. 그러나 앞서 말했듯이 모든 사람은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다. 이정도 각오도 없다면 IT 회사를 할 생각은 접는 것이 좋지 않을가.

 

9. 가장 중요한 것은 ‘절실함’

좋은 개발자 구하는 것은 힘든 일이다. ‘얼마가 되었든 좋으니 개발자 좀 구해달라’는 재벌 3세부터, ‘아이디어를 이야기할 개발자가 필요하다’라는 일반 대학생까지 비슷한 말을 필자에게 해왔다. 돈도 있어야겠지만, 사업을 하겠다는 의지도 매우 중요하다. 먼저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다 해놓고, 정말 절실하도록 고민을 한 다음, 그 다음 누군가를 만나는 것이 최대한의 조력을 이끌어 낼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필자에게 상담해온 사람들 중에 ‘절실함’이 보이는 사람은 그렇게까지 많지 않았으며, 대다수가 ‘해보고 안되면 말지’ 란 마인드였었다. 당연히 이와 같은 사람들에게는 도움을 주고싶은 마음이 들지 않았었다.

이번 런던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딴 김재범 선수는 매일 밤 11시 11분에 1등이 되게 해달라는 기도를 했다고 한다. 김성근 감독은 한국시리즈가 되면 속옷도 갈아입지 않고 수염도 깎지 않는 등의 징크스를 지키기로 유명하다. 지금 생각하면 우스운 일이지만, 필자도 고3 당시 수능 440점 만점과 전국 수석을 따기 위하여 ’440′ 이란 숫자를 매주에 한 번씩 440번 이불에 적은 일이 있다. 과연 기획자의 절실함을 어떻게 보여주어야 개발자가 기획자의 일을 맡게 될지 고민해봐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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