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글로벌 진출, 언제?
2019년 08월 02일

우리나라에 "(스타트업) 생태계"라는 말이 생긴 이후, 아니 사실 그 이전부터 우리 창업가들을 중심으로 한 대화에서 "글로벌"이라는 단어가 중요한 화두가 아니었던 적은 없다. 특히 지금까지 이루어진 생태계 역량의 축적과 창업자(파운더) 및 기업들의 역량 증대가 충분히 이루어진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그와 같은 우리 스타트업의 "글로벌화"와 "글로벌 시장 진출"에 대한 방법론에 대한 탐구가 보다 실질적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스타트업이 '언제' 본격적으로 글로벌 진출에 도전해야 하느냐"하는 주제는 그와 같은 "글로벌 진출"의 여러 측면에 대한 논의 중에서도 아마 가장 활발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는 분야일 것이다.

여러 독자께서 잘 아는 것과 같이, 혹자는 스타트업이 창업 후 홈 마켓(Home Market)에서 충분히 성장하여 충분한 규모의 투자 유치, 혹은 매출의 창출이 이루어지고 난 후에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견해를 가지고 있다. 반면, 어떤 이들은 창업 초기에서부터 해외 목표 시장으로 진출하여 그곳에서 성장을 도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과연 어떤 관점이 우리 스타트업에게 보다 유효한 것일까?

실없는 답이라 생각될 수 있겠지만 필자는 모든 경영 난제에 대한 답과 마찬가지로 이에 대한 답 역시 "It depends"  "경우에 따라 다르다"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여기에서 말하는 "경우"란 스타트업과 파운더가 자신들의 성장경로를 어떻게 그리고 있느냐를 의미한다.

Photo by Kelsey Knight on Unsplash

가상의 A라는 스타트업을 설정하여 예를 들어보자. 이들의 주 고객이 모두 국내에 있으며, 그 파운더들 역시 국내 VC 등의 자금원을 가지고 충분한 수준의 시장 규모를 국내에서 창출하는 것을 자신들의 성장경로로 설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들은 당연히 우리나라 내에서 내실을 다지는 것을 우선순위로 하여야 할 것이다. 해외 시장에서 막 주목받기 시작한 비즈니스 모델을 국내에 도입하여 시장을 선점하려는 경우 역시 국내 시장을 우선해야 하는 경우일 것이다.  유의미한 하이테크, 혹은 딥테크를 개발하여 매우 독창적인 세그멘트를 창출하려는 기업의 경우 역시 홈 마켓을 가능한 활용하는 것이 효과적인 전략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위 경우들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라도 일부 소프트웨어 분야(e.g., Enterprise S/W )의 기업 등 본사의 위치와 관계없이 글로벌 비즈니스가 가능한 버티컬의 기업이라면 국내 시장을 확고한 홈 마켓으로 설정하고 그 곳에서 가능한 역량과 내실을 다지는 것이 유효한 전략이 될 것이다. 최근 들어 국내에서도 국내외 투자자들로부터 수백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는 경우가 드물지 않게 관찰할 수 있을 정도로 우리 생태계 역량이 축적되었다는 점은 그와 같이 홈 마켓을 국내로 설정하고 그 안에서 충분한 역량을 축적하려는 전략의 타당성을 지지해 줄 것이다.

반면, 그 주된 고객(혹은 고객사)이 해외 시장에 있고 그들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기 위해 해외 VC로부터 자금을 유치하여 아예 해외 시장에서 해당 국가의 기업으로 성장하려 하는 B사가 있다. 그런 B사에게는 당연히 가능한 한 빠르게 자신들의 운영 본거지를 해당 시장으로 옮기는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 논리적 사업 전개 모델이 될 것이다다만 이때 B사가 염두에 두어야 하는 것은 한국에 본거지를 둔 상태에서 해외 투자자들에게 간헐적으로 투자유치를 시도하고, 어떤 시점에 투자유치가 성공한 후 해외로 옮겨가겠다는 계획은 거의 실효성이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특히 목표 시장이 북미 등 그 생태계가 국내의 그것보다 선진화되어 있는 시장이라면 해당 시장 내에 이미 유사한 시도가 많이 있을 것이며, 해외 투자자의 시각에서라면 이미 현지에 존재하는 기업에 비해 해당 시장으로 진입 시점이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그런 현지의 기업과 B사가 가진 시장 이해도 격차가 증대될 것이므로 시점이 늦어질수록 투자 매력도가 반감된다는 점 역시 B사는 반드시 고려해 보아야 한다.

그렇다면 그렇게 해외 투자자에 대한 매력도가 감소한 상태에서 결국 그들로부터 투자를 유치하지 못하고, 결과적으로 국내에서 획득한 자원만으로 해외 시장으로 이전하는 경우에는 어떠할까? 국내에서 어지간한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상태라 하더라도 국내 시장과 해외 시장에의 투자 규모의 격차로 인해 이제 갓 현지 기업으로서 시장에 진출한 B사는 자신들의 수 배에서 수십 배의 자금력을 가진 경쟁자들을 상대해야 하는 상황을 마주할 것이다.

최근 1억 달러 이상의 투자를 유치해 큰 화제가 된 센드버드(Sendbird, https://sendbird.com/)의 예는 가능한 초기에 해외로 진출한 우리 기업의 훌륭한 본보기가 된다. 비석세스가 2013년에 개최한 "비글로벌 팔로알토 2013"을 통해 처음 미국 시장에 첫발을 내딛은 센드버드는 2014년 글로벌 액셀러레이터인 테크스타즈(Techstars)를 거쳐 프로덕트를 글로벌 시장에 맞게 조정하게 된다. 테크스타즈 이후 이들은 새로운 프로덕트와 비즈니스모델을 가지고 또 다른 글로벌 액셀러레이터인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를 거쳐 미국 시장으로 본격적으로 진출한다.

<김동신 대표는 비석세스가 개최한 비글로벌 팔로알토 2013 에 참여해 발표하였다.>

필자는 센드버드가 매우 훌륭한 파운더들로 구성된 기업이기 때문에 미국 투자자들로부터의 투자가 없었다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훌륭히 성장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들이 테크스타즈나 와이콤비네이터를 거치지 않은 한국 기업으로 남았다면 지금 그들이 보여주는 것과 같은 수준의 해외 시장 진출 속도를 달성하거나, 지금까지 유치한 것과 같은 대규모의 투자를 해외에서 유치하지는 못했을 것으로 생각한다.

테크스타즈나 와이콤비네이터와 같은 글로벌 액셀러레이터에 선발되지 못하였으나 글로벌 진출을 희망하는 스타트업에게 필자가 비욘드 스타트업에서 인큐베이션했던 기업 중 한 곳인 티모(Timo Inc.)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

해빗 컴퍼니(Habit Company)를 표방하는 티모(Timo, https://www.withtimo.com/)는 유아들이 직접 자기들의 아침 루틴(Morning Routine) 등을 구상하고 그를 효과적으로 해나가도록 돕는 동명(同名)의 습관 형성 및 관리(Habit Formation & Management)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하는 기업이다. 티모의 파운더는 애초부터 자신의 앱이 글로벌 시장에서 다양한 국가의 유아들이 사용할 수 있게 되기를 원했고, 디자인에서부터 콘텐츠, 그리고 커뮤니티 형성까지를 그에 맞추어 기획하고 개발을 진행하였다. 그 결과 파운더를 포함한 모든 구성원이 비욘드 스타트업이 있었던 서울창업허브 내에서 일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티모는 단 몇 개월 만에 미국 및 유럽 등 다양한 해외 시장에서 주목할만한 초기 트랙션을 획득하였으며, 현재는 그를 바탕으로 본격적인 해빗 컴퍼니가 되기 위한 다음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티모의 사례는 해외 투자자로부터 투자를 유치하거나, 해외로 기업을 이전하는 것만이 글로벌 비즈니스를 하는 유일한 방법이 아니라는 것을 전해준다.

반환점을 돈 2019년 오늘에도 많은 파운더들과 스타트업들이 글로벌 진출을 희망하며 청사진을 그려보고 있음을 필자 역시 파운더의 한 사람으로서 잘 알고 있다. 그런 담대한 파운더들에게 오늘 이야기한 바와 같이 먼저 자신들에게 맞는 성장 경로를 그려보라고 조언하고 싶다. 자신들의 성장 경로를 논리적으로 설정할 수 있다면, 글로벌 진출에 있어서 어떠한 전략을 가지고 어떠한 타이밍에 그 실행에 나서야 하는지를 구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모쪼록 남은 올해, 그리고 다가올 2020년이 우리 스타트업의 글로벌 시장 진출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을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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