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관람가 58. ‘록키’와 ‘록키 발보아’ – 15라운드의 공이 울릴 때까지
2017년 06월 23일

은별이 형과 감독님

영화 '록키(Rocky, 1976)'의 감독 존 G. 아빌드슨(John Guilbert Avildsen, 1935~2017)이 지난 16일 별세했습니다. 81세. 사인은 췌장암이었습니다.

실버스타 스텔론은 "나는 고인에게 많은 걸 빚졌다"며 "그의 연출력과 열정, 감각, 따뜻함이 록키가 태어날 수 있게 했다"고 애도했습니다. "천국에서도 히트영화를 곧 만들 것"이라는 말로 감독을 떠나보냈습니다.

아빌드센에게도 스텔론에게도, <록키>는 각별한 작품일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의 두 사람을 있게 한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빈민가에서 나고 자라 포르노배우로 살던 스텔론에게도, B급영화를 찍던 아빌드센에게도 <록키>는 그야말로 온 힘을 실어 휘두른 한방이었습니다.

자..쫄지 말고!! 투자!! 아니 펀치!!

무하마드 알리의 경기를 본 어느 날. 스텔론은 강한 영감에 차오릅니다. 그 정서 속에서 <록키>의 시나리오를 썼습니다. 자신과 닮은 주인공에게 동경하는 권투선수 록키 마르시아노의 이름을 붙여주었습니다. 시나리오를 들고 문전박대당하기를 수 십 번, 겨우겨우 투자배급사를 찾았습니다. 단, 조건이 붙었습니다. 100만 달러로 찍어오라는 것이었습니다. 저예산 독립영화 제작비도 300만 달러 수준입니다. 단돈 100만 달러로 영화를 만든다는 건 그때도 답 안나오는 일이었습니다.

그래도 상관없었습니다. 스텔론과 아빌드슨에겐 <록키>가 품은 진정성에 확신이 있었습니다. 사람들이 그걸 알아볼 거란 사실을 믿었습니다. 제작비가 얼마 없으니 무척 헝그리하게 찍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스텔론은 출연료도 받지 않았습니다. 영화 속 록키의 집은 실제 스텔론의 집이었습니다. 스텔론의 가족들 모두가 엑스트라로 출현했고, 심지어 반려견도 실제로 그가 키우는 개였습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큰 제작비가 들어간 항목이 메이크업이었다니 말 다했죠.

꾹 참고 휘두른 펀치는 멋지게 세상의 복부에 꽂혔습니다. 고작 100만 달러로 찍은 <록키>는 전 세계 흥행을 몰아치며 무려 2억 2,500만 불이 넘는 수익을 거뒀습니다. 아카데미 작품상, 감독상, 편집상을 받으며 3관왕 수상작으로 영화사에 이름을 올렸습니다. 각본상, 남우주연상, 여우주연상, 남우조연상, 음향상, 주제가상에도 노미네이트됐습니다.

"앗! 잘 피했으...죽을뻔 했다." 맞으면서 버틸지 때리면서 버틸지는 잘 생각해보자. 피하는 것도 기술이다.

늘 드는 생각인데, 사람들은 어떤 게 진정성 있는 이야기인지 감각적으로 알아채는 것 같습니다. <록키>를 본 사람들은 깊이 감동했습니다. 영화로부터 살아갈 용기를 얻었습니다. 록키는 사실 복싱보다 삶에 대한 이야기였기 때문입니다. 영화에서 권투를 하는 장면은 실은 1/6밖에 안 되는데요. <록키>부터 <록키 발보아>에 이르기까지, 록키 시리즈는 실은 늘 삶을 이야기해왔습니다. 대사들만 봐도 알 수 있죠.

챔피언 크리드와의 경기 날 새벽, 록키는 아드리안에게 두려움을 고백합니다.

못하겠어. 랭킹 목록에도 없는 내가 뭘 할 수 있겠어. 난 보잘것없는 사람이야. ...하지만 상관없어. 시합에서 져도, 아니 얻어맞아서 머리가 터져도 괜찮아. 15회까지 버틸 수만 있으면 돼. 그건 아무도 못 한 일이거든. 그때까지 버텨낼 수 있다면, 15회 종이 울릴 때까지 두 발로 서 있을 수 있다면...그건 내 인생에서 내가 처음으로 뭔가를 이뤄낸 순간이 될 거야.

<록키>의 젊은 록키가 한 이 멋진 말은 30년의 세월을 지나 <록키 발보아>에서 돌아옵니다. 어느덧 중년이 된 록키는 아들에게 이렇게 말합니다.

이 세상은 결코 따스한 햇살과 무지개로만 채워져 있지 않아. 온갖 추악한 인간사와 세상만사가 공존하는 곳이지. 인생은 난타전이야. 중요한 건 네가 얼마나 센 펀치를 날리느냐가 아니야. 얻어맞으면서도 쓰러지지 않고,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 그게 중요한 거야. 그게 바로 진짜 승리야.

아침에 안 일어 날 때 (서 있는 분=엄마, 누워있는 것=나) 여..여보 진정하라구..이러다 애 죽겠어...

10분만 더, 5분만 더. 심판의 카운트를 듣는 권투선수의 심정으로 알람 소리를 듣습니다. 텐.. 나인.. 에잇.. 간밤에 쓰러진 몸이 사각의 방에 누워 있습니다. 지친 몸을 겨우 일으켜 세웁니다. 다시 새 라운드가 밝았습니다. 물 한 잔 마시고 서둘러 집을 나섭니다. 흠씬 얻어맞은 샌드백처럼, 지하철엔 손잡이마다 사람들이 매달려서 흔들리고 있습니다.

록키의 말이 맞습니다. 우리 삶은 복싱과 닮은 것 같습니다. '코너에 몰렸다’라거나 '아직 한방이 있다’라는 말들, 생각해보면 복싱에 삶을 비유하는 말들이 무척 많습니다. 복싱이 삶과 닮아서, 그래서 록키의 승리들은 더 감동적이었나 봅니다.

삶과 닮은 이 영화는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힌트를 주는 것 같습니다. 록키의 승리들은 늘 자신으로부터의 승리였습니다. 끝까지 하는 것. 록키의 상대는 오직 그것뿐이었습니다. 맞아 쓰러져도 기어이 일어서는 것. 15회의 공이 울릴 때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 두 발로 서서 끝까지 버텨낸 후 사랑하는 아드리안의 이름을 목놓아 부르는 것. 그러기 위해 매일 계단을 뛰어오르고, 허공에 펀치를 날리는 것. 그게 록키의 싸움이었습니다.

"끝날때 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링 위에서 싸운 이는 내려와서도 멋있다.

록키 시리즈는 현실에서도 그랬습니다. <록키>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진정성은 30년의 세월을 버텨냈습니다. 시리즈가 거듭되며 휘청이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라운드가 거듭될 때마다 기어이 다시 일어나 어쨌든 매번 두 팔을 들어 올렸고, 결국 <록키 발보아>라는 완성된 이름으로 근사하게 완결되었습니다.

링 위에 선 사람은 쓰러질 때가 있습니다. 흠씬 두들겨 맞고 다운될 수 있습니다. 그건 당연한 일입니다. 쓰러지면 다시 일어서면 됩니다. 아주 힘들 땐 잠깐 그대로 누워있어도 괜찮습니다. 다만 심판의 카운트가 끝나기 전엔 다시 일어서세요. 일어서서 가드를 바짝 올리고, 끝까지 눈을 뜨고 기다리세요. 멋지게 어퍼컷을 꽂아 넣을 타이밍은 반드시 옵니다.

"끝날 때까진 끝난 게 아니다. (It ain't over 'til it's over.)"

영화 이미지는 <로키 발보아>입니다.
ⓒ United Artists, MGM, 20th Century Fo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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