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 모델로 시작한 인도의 미디어 스타트업, ‘더 켄(The Ken)’
2017년 03월 23일

큰 경제 규모와 고속 성장에도 불구하고 인도의 비즈니스 미디어 시장은 침체된 상태다. ‘더 켄(The Ken)’은 인도의 미디어 스타트업으로, 무너진 시장을 되살리는 동시에 질 좋은 기사에 대한 유료 독자층의 존재를 증명하려고 시도 중이다. 인도의 벵갈루루에 위치한 이 회사는 전직 기자와 기업가가 포함된 네 명의 공동설립자에 의해 지난해 10월 3일 설립됐다.

미국이나 유럽 등 서방에서 유료 구독 모델은 보편화하는 추세다. 뉴욕타임스는 도널드 트럼프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디지털 구독자 수가 크게 증가했다. 또한, 월스트리트저널의 전직 에디터가 만든 테크놀로지 산업 전문 미디어 ‘더 인포메이션(The Information)’은 트렌드에 기초한 보도와 타 미디어에서 찾기 힘든 오리지널 뉴스를 제공해 인기를 얻었다. 대만의 ‘스트레터처리(Stratechery)’는 설립자인 벤 톰슨(Ben Thomson)의 분석을 기반으로 운영되는 뉴스레터 겸 블로그로, 유료 구독 모델의 수익성을 입증했다.

하지만 인도는 제품이나 서비스가 아무리 유명해도 수익 창출이 어렵기로 유명한 나라다. 애플이 신제품을 출시하는 주말 동안 세계에서 팔아치우는 아이폰의 수가 인도에서의 연간 판매 대수보다도 많다. 아이폰보다 훨씬 저렴하고 중독성 있는 서비스인 넷플릭스도 유료 서비스라는 점 때문에 인도 시장에서 의미 있는 점유율을 확보하는 데 애를 먹고 있다.

비즈니스 전문 미디어 더 켄

이런 인도 시장에서, 더 켄은 유료 구독 모델로 미디어를 운영한다. 더 켄은 하루 한 편의 기사를 내고, 해외 이용자로부터는 1년에 미화 108달러를, 국내(인도) 이용자로부터는 2,750루피(미화 약 42달러)를 구독료로 받는다. 더 켄이 기사를 통해 다루는 내용은 주로 공동 설립자들이 경험을 가진 테크놀로지와 비즈니스 분야로, 향후 새로운 분야로도 확장될 계획이다.

더 켄의 공동설립자이자 대표인 로힌 다마쿠마르(Rohin Dharmakumar)는 테크크런치와의 인터뷰에서 “우리가 단지 스타트업만 다루는 미디어로 보이길 원치 않는다. 그것은 정말 빠지기 쉬운 함정”이라면서, “보도 범위를 확장해서 날마다 흥미로운 소식을 전하는, 그러면서도 약간씩 예측을 뛰어넘는 미디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더 켄은 주로 이메일을 통해 독자에게 기사를 전달한다. 유머와 분석이 섞여 있는 기사를 11명의 필자들이 번갈아가며 매일 한 번씩 이메일에 담아 발송한다. 일주일에 한 번은 새로운 독자를 유치하기 위해 모든 사람이 무료로 읽을 수 있는 기사를 발행한다.

뉴스레터 샘플 화면 Source: TechCrunch

더 켄은 돈을 내고 읽는 방식 외에도 더 많은 독자들이 광고 모델에 의지하지 않고도 기사를 접할 수 있도록 다른 방법을 쓰기도 한다. 기업은 더 켄과 스폰서십을 맺고 홍보와 광고 내용이 없는 무료 기사를 발행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예컨대, 모바일 지갑 분야의 대기업인 페이티엠(Paytm)은 일주일 무료 패스를 지원했었고, 기업 구독 모델의 도입은 현재 진행 중이다.

더 켄은 현재 기사 한 편당 돈을 내고 보는 옵션이나 일일 구독권은 제공하지 않는다. 장기적인 비전과 새로운 구독층 창출, 그리고 좋은 사용자 경험의 제공에 유리하지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미디어를 다시 위대하게

다마쿠마르는 미디어에 대한 인도 일반 대중의 무관심을 알게 된 후 더 켄을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도에서 비즈니스 미디어가 위기에 처했다는 점은 매우 자명했다”면서, “사람들은 신문을 읽지 않고, 아예 포기했다. 젊은 사람들뿐만 아니라 경험 많은 투자자들도 소셜 미디어에서 뉴스를 읽는 것을 선호할 정도였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소셜 미디어상의 뉴스는) 단순화되고, 편향된 데다가 축약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거기에서 가치를 찾을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네 명의 공동설립자는 유료 구독 기반의 미디어가 선전하는 것을 본 후(다마쿠마르는 특히 더 인포메이션과 스트래터처리를 꼽았다), “누군가 인도에서 무언가를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하고 더 켄을 설립했다. 초반에는 소셜 미디어에 글을 올리는 것으로 시작했고, 이어서 이메일 구독 방식을 도입했다. 연이은 확장에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은 더 켄은 유료 구독 모델까지 선보였다.

다마쿠마르는 정확한 수치를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애초에 기대했던 구독자 수는 넘어섰다고 밝혔다. 웹사이트를 공개한 후 2주 만에 수익을 내기 시작했고, 올해에는 엔젤 투자자들로부터 40만 달러의 투자를 유치했다. 그들 중 유명한 곳으로는, 인도의 기술 스타트업인 페이티엠(Paytm), 택시포슈어(TaxiForSure), 프레시데스크(Freshdesk)의 설립자 등을 들 수 있다. 페이티엠의 대표인 비제이 쉐커 샤마(Vijay Shekhar Sharma)는 인도의 또 다른 미디어 스타트업인 팩터데일리(FactorDaily)에 투자하기도 했다.

다마쿠마르는 더 켄 구독자들에게 투자 유치 사실을 전하는 글에서 “요즘은 40만 달러(한화 약 4억 5,000만 원)가 큰돈으로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무언가에 집중하는 린 미디어 스타트업 하나를 만들기에는 엄청나게 큰 금액이다. 게다가 더 켄은 출시 직후부터 계속 수익을 창출하고 있다. 저널리스트로서, 우리는 지나치게 큰 초기 투자를 유치하면서 집중과 선택을 하지 못한 회사들을 많이 봤다”고 말했다.

이어서 다마쿠마르는 “비즈니스 저널리즘은 오래전부터 중복되고 편향된 기사, (사건을) 지나치게 단순화한 기사, 그리고 무미건조하고 지루한 기사들을 찍어내기 시작하면서 길을 잃었다. 더 켄은 이런 문제를 답습하지 않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더 켄

주류 미디어로 거듭나기

다마쿠마르는 인도 미디어의 현주소를 비판하기는 했지만, 더 켄이 미디어 시스템을 완전히 갈아엎기를 바라는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작동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한다.

그는 “기존의 신문을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려는 것”이라며 “사람들은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알기 위해서 뉴스를 읽는다. 우리는 앞으로 무슨 일이 일어날 것인지, 누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변화의) 원동력이 어디에 있는지에 중점을 맞춘다”고 덧붙였다.

더 켄은 앞으로 6개월 정도는 전략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독자층을 더 확보하고, 기고자 그룹에 깊이를 더할 계획이다. 그 이후부터는 더 다양한 소식을 독자에게 전할 수 있도록 취재 영역을 확대할 예정이다.

더 켄은 독자층으로 전문 경영인과 테크놀로지 산업 종사자에게 초점을 맞추고 있으나, 다마쿠마르는 더 다양한 독자층의 확보를 희망하고 있다. 그는 “비즈니스 관련 뉴스가 자신과 연관이 없다고 생각하는 젊은 사람들에게도 우리의 이야기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곧 출시될 안드로이드 및 iOS용 애플리케이션은 독자층을 더욱 넓혀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사에 댓글을 달 수 있는 기능을 더할 예정이고, 독자와 글쓴이가 직접 소통할 수 있도록 팀 커뮤니케이션 소프트웨어인 슬랙(slack)에도 채널을 개설할 예정이다. 슬랙 채널은 더 켄이 편집 방향을 세우는 데 도움을 주거나, 기사로 다룰 수 있는 새로운 분야를 발굴하는 일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ource: TechCrunch - "The Ken wants to fix business journalism in India with a subscription model" - 2017.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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